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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작년 11월 영국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시한이 이미 지났거나 매우 가까워졌다"며 "행성 비상사태(planetary emergency)"라는 표현을 썼다. 그 즈음 호주에서는 대륙 전역을 뒤덮는 산불이 세 달째 지속되고 있었다. 두 달여 뒤 호주 산불로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 수억 마리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에너지 전환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찬성하는 국민의 비율은 84.6%였다. 그러나 실제 재생에너지 산업을 현실에서 넓혀갈 로드맵이 없다면 에너지 전환의 실현은 요원하다.
다행히 재생에너지에는 실현에 유리한 점이 있다. 화력·원자력발전과 달리 거대자본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은 건물 옥상에도 설치할 수 있다. 풍력 발전소 설비도 화력·원자력발전 설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지역의 주민과 일반 시민의 높은 지지와 참여, 그리고 적절한 정부 정책이 있다면 지역 공동체 차원의 작은 변화를 쌓아갈 수 있다.
<프레시안>은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이러한 작은 변화, 즉 '지역 주민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지역 공동체 차원의 에너지 전환'을 세 편의 기사와 열 편의 기고로 보도한다. 이번 편은 이현주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의 글이다.
2020년 우리의 안온한 일상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와 모든 것을 바꿔버린 코로나19 시대에 지금 우리는 살고 있다. 일단 2주간의 잠깐 멈춤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거듭 그 기간이 추가되어 어느새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2020년도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언제 완전히 끝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며, 앞으로는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그 원인 중에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로 인해 초래된 기후위기와 맞물려 있다고도 한다. 땅 속 깊이 묻혀있는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파내어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구의 수용능력에 넘치게 늘려놓은 탓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도 우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폭염과 미세먼지, 이상기후현상, 산불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분명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앞으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모든 부문에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그 동안 당연했던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전기는 한국전력이 벽 콘센트에 코드를 연결해 쓰도록 공급하는 것이고, 우리는 소비할 뿐이라는 당연한 개념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시민들이 각자 출자금을 내어 같이 만든 에너지협동조합이 햇빛발전소를 설립함으로써 공공재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고, 그 에너지를 시민에게 공급하게도 한다. 다시 말해 시민 스스로 에너지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가 바로 에너지협동조합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소수의 사람이 그 수익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 조합원이 다같이 수익을 나누어 갖는다. 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은 발전소를 공동으로 소유하며, 공동으로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2015년 12월 8일 첫 모임을 시작한 (가칭)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추진위원회는 폭염이 극심하던 2016년 8월 8일 강서양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총회로 첫 결실을 맺었다. 추진위원회에는 강서아이쿱생협, 양천아이쿱생협, 인드라망생명공동체, 한살림서울서부지부, 행복중심서울서남생협, 양천사회적경제생태계조성사업단 등 강서구, 양천구의 생협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협동조합이었다. 하지만 그 설립과정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여러 단체들이 참여하다보니 단체별 논의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각 단체들은 독자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가운데 추가로 연대를 통해 새로운 협동조합을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자 다음 의사결정과정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것이 바로 '협동조합의 힘'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2015년 여름 창립총회 날에 조합원들과 함께 벅찬 심정으로 낭독했던 창립취지문의 일부이다. 당시의 날씨는 그간 경험했던 그냥 무더운 여름 날씨가 아니었고, '폭염'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꼭 어울렸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심정은 모두 공통되었다. 초창기에 조합원으로 참여한 분들은 그 동안 탈원전운동과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안전한 먹거리운동, 환경생태운동 등에 연대했던 분이고, 생협의 조합원이 많았다. 한시도 에너지를 쓰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우리가 언제까지나 소비자로만 머무를 수는 없었고,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공급체계를 갖춰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협동하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사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햇빛발전협동조합은 처음이라 햇빛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금 마련, 부지 확보, 전기 생산과 판매과정 등 에너지 생산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낯설고 용어를 이해하기도 어려워 막막했다. 물론 지금도 배워야 할 것투성이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앞서서 불모지에 길을 내온 선배 협동조합들이 계셔서 조금씩 배우고 적응해갈 수 있었다. 에너지협동조합의 연합체인 서울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와 전국연합회 덕분이었다. 이들 연합회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주체가 될 에너지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협동조합이 에너지전환의 주체로 나서기를 바란다. 지난 4년 동안 협동조합을 운영해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역시나 발전소를 지을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에너지전환의 주체가 될 시민이 만든 에너지협동조합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부지에 빽빽하게 에너지협동조합의 햇빛발전소가 지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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