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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퇴근길 매일 찾아가는 이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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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퇴근길 매일 찾아가는 이곳은? "LG '가족회사' 지수아아이앤씨, 친인척엔 60억 배당 청소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매일 새벽 구광모 LG그룹 회장 자택 앞에는 현수막이 세워진다.

"청소노동자는 최저임금! LG친인척은 60억 배당! LG그룹 회장 구광모의 뜻입니까?"

현수막 옆에는 여의도 LG트윈타워 건물을 쓸고 닦는 야간조 청소노동자들이 서있다. 이들은 전날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청소 일을 한 뒤 퇴근길에 구 회장의 집 앞을 찾아 현수막을 든다. 한국사회 대부분의 청소 노동자가 그렇듯 이들도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들이 속한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가 원청인 LG그룹 구 회장의 '가족회사'라는 점이다. 지수아이앤씨의 주식 지분은 구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과 구훤미가 각각 50%씩 나눠 갖고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주)LG의 100% 출자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고 LG트윈타워에 청소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이밖에 LG강남빌딩, LG서울역빌딩, LG전자 서초R&D캠퍼스 등 LG 계열 건물에 각종 용역을 제공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에 따르면, 2019년 구 회장의 두 고모는 지수아이앤씨를 통해 각각 30억 원씩, 총 60억 원의 주식배당금을 가져갔다. 그런 지수아이앤씨에 소속된 청소 노동자들이 매일 같이 구 회장의 자택 앞을 찾고 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달라는 것, 노사 대화로 정년을 정하자는 것, 갑질 없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휴게시간 많이 준다고 고마워했는데...알고 보니 근무시간 꺾기"

29일 <프레시안>과 통화한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 분회장도 그런 바람을 갖고 있는 청소노동자 중 한 명이다. 박 분회장은 2019년 10월 동료와 함께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정년 감축과 인력 감축에 대한 소문이 돈 것이 계기였다. 이대로 악 소리 한 번 못 내고 잘리기는 싫은 마음들이었다. 다니던 일터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했지만, 알고 보니 정년과 인력 감축만 문제는 아니었다. 박 분회장은 "몰랐던 억울한 점도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대표적인 것이 근무시간이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눠 일을 한다. 주간조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한다. 일터에 10시간 머무는 셈이지만 회사가 책정한 주간조 청소노동자의 유급근무시간은 7시간 30분이었다. 회사는 아침과 점심 두 번의 휴게시간을 각각 1시간과 1시간 30분으로 잡았다. 특히 점심 휴게시간이 근처 다른 청소 노동자들의 일반적인 휴게시간보다 30분 많았다. 회사는 '원래는 1시간 쉬는 건데 30분 더 쉬라고 휴게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분회장은 "회사가 그렇게 말하니 우리는 고맙게 생각했었다"고 했다. 사실 회사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하루 7시간 30분씩 5일 일하면 법정노동시간인 주 40시간에서 2시간 30분이 모자란 37시간 30분이 된다.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매주 생기는 2시간 30분의 부족분을 격주 토요일 근무로 채웠다. 계약서상으로는 법정노동시간 안에서 일하는 것이니 연장수당은 없었다. 노동조합이 생긴 뒤 '근무시간 꺾기를 그만두라'며 회사에 항의하자 그제야 토요일 근무가 없어졌다.

"주주들이 수십억씩 받는지 노조 생기고야 알았다"

박 분회장은 지수아이앤씨가 주주 배당으로 구 회장의 고모 두 명에게 수십억 원을 주고 있다는 것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간 경험한 회사의 태도로만 보면 그런 사실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회사는 청소물품을 달라고 하면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잘 주지 않았다. 임금은 딱 최저임금이었다. 명절 때 떡값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1년에 8번 힘이 많이 드는 식당 왁스 청소를 할 때는 점심밥 없이 300원 남짓 하는 빵 한 개와 우유 한 팩 먹이며 일을 시켰다. 대기업 건물 한복판에서 일어나리라고 믿기 어려운 '갑질'도 있었다. 야간조 관리자가 야간조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야간수당 중 일부를 다시 걷어가는 방식으로 갈취한 것이었다. 현재 노동조합은 해당 관리자의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LG그룹, 본사 쓸고 닦는 청소노동자 요구에 화답할까

박 분회장을 비롯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바람은 회사가 자신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령자가 많다는 업종의 특성에 맞게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정년을 확정하고, 근무시간 등과 관련해 그간의 부당한 관행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담은 임금단체협약을 맺는 것이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위와 같이 요구하며 지난 4월 중순부터 LG트윈타워 건물 로비, 지난 6월 말부터는 구 회장의 집 앞에서 피케팅, 집회 등을 하고 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이에 대해 'LG 직원이 통행과 근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7일 이를 기각했다. 발 빠르게 진행된 가처분 소송과 달리 청소 노동자들의 요구와 관련한 임금단체협약 교섭은 지지부진하다. 회사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안을 내지 않고 있다. 단체협약도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29일 LG트윈타워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의 기자회견에서 장성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지부장은 임금단체협약과 관련해 "임금지급일 등 당연히 합의할 수밖에 없는 몇 개 조항을 제외하면 노사간에 합의된 사항이 거의 없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바라지만 8월 20일까지도 회사가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지 않으면 농성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재벌이 어떻게 돈을 벌어왔는지가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바로 나타난다"며 "엘지와 엘지의 자회사, 손자회사가 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법을 이용해 탄압하는 행위에 맞서 공공운수노조도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29일 LG트윈타워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LG트윈타워분회가 사측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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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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