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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안 주고 몇 억원 쯤 꿀꺽하던 요양원들, 이젠 끝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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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금 안 주고 몇 억원 쯤 꿀꺽하던 요양원들, 이젠 끝낼 때 [작고도 가까운 노동, 그리고 싸움] ③ 부산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선생님은 나중에 부모님을 집에서 모시겠습니까?"

인터뷰 내내 나를 선생님이라 부르던 이가 내게 질문을 돌렸다. 병환이 깊어도, 치매가 걸려도 네 부모를 집에서 돌볼 수 있겠니? 머뭇거렸다. 상대가 무심히 묻는 말에도 내가 가진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내가 믿고 있던 것은 2000여 개 요양원, 2만여 개의 노인장기요양 기관일지도 모르겠다.
"자식들 마음에 모신다는 생각이 있어도, 그게 세상 살다 보면 내 생각하고는 다르게 가죠."
옆에서 듣던 사람이 거든다.
"사람 나이 들면 누구나 요양원에 와요."
이들은 최근까지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다. 누구나 요양원에 가서, 누구든 이들에게 돌봄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 이들은 부산시청 앞 농성장에 있다. 왜 농성을 하냐는 물음에 한 이가 말한다.
"우리가 지금 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으면 안 된다고 보니까요." (김병옥)
처음에는 농성장 자리를 말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사회에서 요양보호사들이 놓인 위치를 가리키는 게였다. 이들의 자리는 어디인가? 이들이야말로 '누구나'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저숙련 노동이란 명칭이 따라왔다. 그 '누구나'가 저임금과 만나면 '아무나'가 된다. 그런데 실제론 아무개가 아닌 여자들만 가는 곳. 그 돈 받고 일할 사람이 여자밖에 없다. 세상 시선에 요양보호사는 나이 든 여성 일자리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요양보호사에게 내준 자리이다. 그 자리에 머물지 않겠다는 이들을 만났다.
▲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먼저 지치길 바라니까요

"65세까지 여기 다니고 이후엔 놀려 다니려고 했지. 아, 생각하면 혈압이‧"
자신을 정리해고한 직장을 떠올리며 열을 내는 게다. 이채연 씨는 50대 초반으로 요양보호사 중에선 젊은 축에 속한다. '효림원'에서 요양보호사로 3년간 일했다. 부산 효림원은 사회복지법인 화엄도량 소속으로, 100여 명 입소 대상자(어르신)를 둔 노인요양시설이다. 그러나 올해 초 운영을 멈췄다. 세금 횡령(부당수급)이 발각돼 영업정지 50일을 받은 것이다. 그때 직원들을 해고했다.
"나는 진짜 이 일이 잘 맞았거든요."
요양보호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일은 맞아야 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특히 나랑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고되다. 채연 씨의 교육원 동기 중 요양보호사 일을 계속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고 했다. 보통 3-4년 차에 그만둔다.
"아무리 노인이지만 남자 어르신 기저귀 케어 하는 게 그렇잖아요. 치매 있는 분들은 욕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그래도 다 이해해요. 나한텐 이 일이 맞아. 인지력이 있는 분은 수고가 많다고 말도 해주시고. 오고 가는 게 있으니까. 교감 같은 거?"
사람 만나 눈 마주치는 직업이라 더 좋았다. 그러나 요양원은 영업정지(휴업)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 다른 시설로 옮겨가며 어르신들은 "내 곧 올꾸마. 그때 보자" 인사를 했다. 사직서 쓰기를 거부한 5명은 정리해고 당한다. 그런데 1월에 휴업을 한 요양원이 여태껏 개원을 하지 않고 있다. 50일 하고도 130일이 지났다. 왜 문을 다시 열지 않나? 그와 동료들의 대답은 간명했다.
"노조가 먼저 지쳐 뿔뿔이 흩어지길 바라니까요."

망설이다가 들어야겠다

효림원에 노동조합이 세워진 것은 지난해 5월이다. 처음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는 지금의 분회장, 추임호 씨다.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면) 민주노총으로 연락하라는 문자를 받았어요. 내가 그 문자를 종일 몇 번을 봤어요. 가야 하나. 결국 전화를 했어요. 내가 이리 억울하게 일을 하고 있는데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그는 노동조합 가입서를 쓸 때의 심정을 이리 말했다.
"망설이다가, 들어야겠다. (가입서를) 작성하는데 정말 눈물 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노조까지 들어야 하나."
노동조합 가입에 '이렇게까지'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사회다. 가입서를 쓰던 당시 추임호 씨의 나이가 63세. 그가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이유를 들었다.
"효림원에서 7년을 근무하는 동안, 무탈하게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랑 언니동생 하며 잘 지냈어요. 재작년 4월, 새 원장 스님이 부임해 오기까지."
'그동안 무탈하게'라던 시절에도 장시간 노동, 저임금은 여전했지만 여기서는 원장이 새로 부임한 2018년 이후 이야기를 하려 한다. 추임호 분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갑질이 시작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새로 부임해 의욕을 보이던 원장은 직원들을 탈의실에 모아놓고 훈계하길 즐겼다. (후에 노조 결성 사실이 밝혀지자 그곳에서 아주 긴 설교를 하기도 했다. 부당노동행위다.) 정문에서부터 반듯하게 깔린 잔디, 층수를 올린 건물, 물리치료실 확장. 원장의 설교에는 장미빛 미래가 자주 등장했다. 이야기는 종종 건물 수리비에 운영비, 당신들에게 들어가는 돈까지, 요양원이 어렵다는 한탄으로 끝났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최저임금이 장밋빛에 얼룩을 묻힌다는 부채감을 가져야 했다. 그해 가을, 원장은 요양보호사 근무시간을 바꾸겠다고 했다. 당시 효림원 요양보호사들은 20여 명씩 주‧야간 근무를 했다. 늘 사람이 빠듯했다. 108명 정원에 요양보호사 40여 명. 노인복지법에 따라 대상자(어르신)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을 배치한 수다. 하지만 누가 연차라도 쓰면 이 균형은 무너진다. 주어진 인원으로 24시간 케어를 하려면 주야간 맞교대를 해야 했다. 효림원 야간 근무자는 15시간을 일했다. (2019년 한 조사에서 돌봄노동자들의 60.7%가 사실상 1인당 5명 이상을 돌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증원 없는 3교대는 불가능했다. 4조 3교대는 고사하고 3조 3교대도 불가능한 인원이었다. 원장은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강행했지만, 예상은 한다. "돈 아끼려고. 3교대 하면 우리한테 주는 월급이 줄잖아요." 그러나 현실성 없는 3교대 시행은 무산된다. 그러자 이번에는 '효율적'으로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업무 형태를 바꾼다는 통보가 왔다. 층별로 근무하던 요양보호사를 팀으로 나눴다. '목욕팀', '기저귀팀' 등. 근무 내내 어르신 목욕만 시키는 사람, 기저귀만 가는 사람 등 세부 업무로 사람을 나눈 것이다. 이런 업무 변경은 요양보호사들에게 모욕이었다. 요양보호 업무를 목욕, 양치질, 기저귀 갈이 정도밖에 여기지 않는 원장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마저 현실성 없었고,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됐다.

기저귀 가는 일로만 생각하는

"우리는 한 가지 일만 하는 거 아니에요." (엄복희)
요양보호 일을 두고 한 이가 말했다. "우리는 늘 귀가 열려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귀를 열어두고 산다는 말이었다. 살피는 일은 이들의 기본 업무다.
"항상 관찰하거든요.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틀려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증세가 있으면 (다음날 근무자와) 인수인계할 때 소통을 잘 해야 하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이 일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나 하나 잘났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요양보호사 일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이미경)
살피고 감지하고 판단하고 소통한다. 경험을 통해 이 또한 숙련되는 능력이다. 그러나 세상은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 자격증까지 부여해놓고 비숙련, 단순노동으로 묶어둔다. '여자라면' 다 하는 일이라? 앞서 자신들은 한 가지 일만 하지 않는다고 한 이는 다음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기저귀 가는 일만 생각하는 거 알아요."
이런 식의 폄하가 일터의 최고 결정권자에게서 나온다면 비극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효림원은 컨베이어벨트 나누듯 요양보호 업무를 나누려 했다. 일터를 컨베이어벨트 취급하면 따라오는 게 있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거대한 톱니바퀴 기계만큼 자주 등장하는 것은 CCTV 카메라 화면이다. 요양원에 카메라가 급증했다.

또 어디서 지켜보고 있나

원장은 사무실에서 CCTV 화면을 지켜보며 전화로 사사로이 지시를 내렸다. 공기청정기 꺼라, 앉아 있지 마라. 업무 지시가 일상이 될수록 요양보호사들은 이 생각을 해야 했다. 또 어디서 지켜보고 있나. 고용주에게 노동자의 긴장은 기계의 기름칠이겠지만, 일하는 사람에게는 인권침해다.

"우리를 감시하듯이 하니까. 인권이 뭉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우리 일이 이런 취급받을 일인가 싶은 게. 못 참겠다." (김병옥)
야간 근무자가 조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 사진이 조회시간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야겠구나. 이때 내가 궁금했던 것은 '사람이 어떻게 야간에, 주야간 맞교대로, 15시간 근무를 하면서 한시도 졸지 않을 수 있나'였다. 4조 3교대와 같은 현실적 인원 배치를 생각할 법도 한데, 요양원은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았다. 요양보호사들의 나이였다.
"원장은 나이 많은 사람 나가라고. 만날 직원들 집합 시켜 놓고 말하고. 원장은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고 생각하는 거야."
항변도 해봤다. "젊은 사람이 더 힘을 잘 쓴다고 하지만, 우리 일은 힘으로 하면 안 돼요. 요령을 써야 해. 힘으로 하면 몸만 다쳐요."(곽복임) 소용없었다. 윽박만 돌아왔다. 2018년에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효림원은 모든 요양보호사의 시급을 최저임금에 맞췄다. 10년을 일해도 무조건이다. 최저임금, 맞교대, 15시간 근무, 감시통제. 젊은 사람은 가지 않는다는 노동조건을 만들어놓고, 나이 든 사람만 남았다고 화를 낸다. 무슨 심보인가?

또 3개월이다

원래 바라는 게 있어야 심보도 부리고 그런다. 효림원은 예순이 넘은 요양보호사들에게 3개월짜리(또는 6개월)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전까진 60세가 넘으면 계약직으로 전환해 1년 단위 계약을 했다. 법이 닿지 않는 나이가 되면, 바로 계약직 신세다. 이마저 기간을 줄여 3개월짜리 한시 일자리로 만들었다. 3개월 뒤에 '하는 것 봐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보다 굵고 치사한 목줄이 있을까.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재계약이 되는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노조에 가입하면 계약 연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추임호 분회장은 그해 6월 해고된다. 재계약 한 달 전인 2019년 5월 노동조합(효림원분회)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갑질이 심해지니까 다른 선생님들도 견딜 수가 없고. 혼자 노조에 들은 것으로 하다가 5월 3일에 밝힌 거죠."
노동조합에 가입한 계약직 모두에게 재계약은 없었다. 해고를 안겨준 노동조합인지라 후회할 만도 한데, 다들 고개를 젓는다. 몸은 농성장에서 고되나 마음은 편하단다.
"불안한 게 없어졌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항상 불안했거든. 원장이 우리 나이 많다고 입에 달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언제 잘릴지 모른다. 또 3개월이다. 이젠 갑집을 해도 그냥 당하고 있진 않는다."(강말인)
가만 앉아 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로 가 '부당해고'를 다퉜다. 법은 이들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없다. 효림원은 휴업상태다.
▲ 부산시청 앞에서 시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효림원 요양보호사들. ⓒ민주노총 부산본부

돈은 자기네가 받아 놓고

5억 3000만 원이라 했다. 효림원이 부정수급을 한 돈이. 새 원장이 온 후 노사 갈등이 커졌다고 했지만, 전 원장들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출근하지 않고 고액의 임금을 받아 갔다. "출근 도장만 찍는, 대리인들이 찍어주는 것 있잖아요." 이를 적발한 건강보험공단은 횡령금 5억 3000만 원 환수와 영업정지 50일 명령을 내렸다. 미비하다. 라면 훔치면 징역형, 36억 원 뇌물은 집행유예인 세상을 살고 있다지만 5억 원은 큰돈이다.

2019년 감사로 적발된 노인요양기관은 836곳. 152억 원 착복이 드러났다. 이 중 구속으로 죗값을 치른 경영자는 3명뿐이다. 2만여 요양기관 중 한 해 5% 정도를 선별해 감사를 한다고 하니 실제 횡령액은 얼마나 될지 모른다. 그래도 억울했는지 효림원은 노조 원망을 했다. 노조 때문에 '경영상의 위기'가 왔다고 했다. 제 손으로 사직서를 쓴 비조합원들은 노조 탓에 직장을 잃었다고 원망하며 떠났다. 퇴사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던 조합원 5명은 정리해고 당했다. 경영 위기는 정리해고의 요건이다.
"5억 3천을 환수해간다면서요. 그 화풀이를 우리한테 하는 거죠. 돈은 자기네가 받아 놓고는. 이제 와서 경영위기. 그동안 번 돈은 다 어디 갔겠어요. 법인으로 안 갔겠어요?"
노조 때문에 직원들 '입막음' 할 수 없던 게 원망스러웠을까. 몇 억 원쯤 꿀꺽해도 티 안 나던 좋은 시절은 끝났다. 원래 노동조합이 생기면 법대로 하지 않던 것들을 멈춰야 한다. 위법행위는 보통 수익과 연관이 있다. 그러니 찔리는 것이 많을수록 노동조합 탄압이 거세다. 아예 문을 닫기도 한다. 세비앙실버홈, 월정사요양원, 일산수요양원…. 노조가 생기자 폐업을 하거나 시도한 요양원들이다. 여기에 효림원 이름도 더해질 참이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효림원 해고자들은 폐업을 겁내지 않았다. 오히려 부산시에 효림원을 폐업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효림원을 즉각 폐쇄 조치하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이것이 노동조합의 요구이다. 효림원은 리모델링을 한다, 어르신 대상자가 없다, 여러 변명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현행 법으로는 1년 정도 개원 유예가 가능하다고 한다. 다시 효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너무 긴 시간이다. 지자체에 직접 운영을 요구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노인요양기관 운영비의 80%가 세금으로 지원된다. 중앙 정부와 부산시는 효림원 건물을 짓는 데 3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안 요양보호사들은 분개했다. 돈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요양원이었다.
"우리가 속았던 거더라고요. 나중에 보니까. 요양원 수리하는 데 천만 원이 들면, 효림원에서 부담하는 건 10%밖에 안 된다면서요?"
나머지는 나라에서 부담한다. 노인장기요양은 국가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니까. 그런데도 지자체는 "시청으로 검찰청으로 진구청으로 가도, 너그는 너그고" 태도로 군다. 요양보호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 작년 말, 부산시청 앞에 농성장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지만 지난 십 년 간 노인돌봄(장기요양보험)는 이렇게 운영됐다. 재정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데, 운영은 민간(위탁)이 한다. 2만 개가 넘는 노인장기요양 기관 중 1~2%만이 공공설립 기관이다. 애초 정부가 '수익 보장'을 내걸고 민간시설을 모았다. 그리고 방치했다. 한 해에만 150억 원이 넘는 횡령액은 그 실패를 말해준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체불임금은 한 해 40억 원이 넘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발표, 2018. 효림원도 1억 600만 원의 체불임금이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효림원 요양보호사들은 "여기가 내 미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것이 거리에서 버티는 이유라 했다. 이들에게 미래란 코앞의 복직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나이 들면 갈 어느 요양원 침상을 의미했다. 타인의 몸을 통해 매일 세월을 보고 만지는 사람들이라서일까.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돌보는 노인들과 자주 겹쳤다. 누구나 나이가 든다. '누구나'의 일이라는 것은 공공의 문제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노인돌봄의 현실은 돌봄노동자의 저임금과 '집안의 노동자(여성)'의 무임금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형편이다. 노동만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이 아니다. 시설의 비용 계산은 일하는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있다. 사람 몸을 시장에 맡겨놓고 비용 논리가 아닌 공공의 정신으로 대하길 바라는 것은 가당치 않다. 그러니 효림원 노동자들은 당당히 말한다. 오늘 돌봄 노동자가 받는 처우가 내일 돌봄이 필요한 누군가가 받게 될 대우라고. 그러니 요양보호사의 요구는 분명하다. 노인돌봄은 공공돌봄이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라. 올해 구체신청을 한 효림원 요양보호사 15명이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압박을 받은 부산시도 최근 문제해결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잡을 데가 없더라고요. 산꼭대기에 내려오는 길에 빛도 없이 헤매는 기분. 그래도 지금은 조금 빛이 보이네요." (추임호 분회장)
어둠 속에서 옆 동료를 더듬으며 여기까지 왔다. 우리 싸움이 당당하다는 생각 없이는 못 왔다고 했다. 작은 빛에 의지해 또 한 번 길을 나서보려 한다.

* 효림원 분회가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조는 부산시에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를 지자체가 직접 제공하고 운영하는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서울, 대구, 경남 등에서 시범사업 중이다. (여기에 속한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시에서 직접 고용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2020년 시범사업 신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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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
기록노동자다. 저서로는 르포집 <노동자 쓰러지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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