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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장마, 비정상 아닌 정상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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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 장마, 비정상 아닌 정상이 될 수도…

[초록發光] 우리 앞에 선 기후위기

요즘 우리는 하루하루 새로운 기상 경험을 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한 달이 넘어가는 장마를 겪고 있기도 하고 내렸다 하면 하늘이 뚫린 듯이 물을 퍼붓는 국지성 폭우를 경험하고 있다. 몇 차례 폭우 경험 등으로 저류조를 설치하거나 장마 전 하수로 점검으로 대응을 해오긴 했으나 최근의 폭우는 이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몇십 년 동안 침수를 겪지 않았던 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직접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결과로 발생한 시베리아 이상고온 현상이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장마전선에 영향을 주어 가장 긴 장마를 맞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월부터 6월까지 시베리아 지역의 평균온도를 5도 높여 놓은 장기 고온 현상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아니면 벌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즉,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시베리아 장기 고온 현상 발생 확률이 600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시베리아를 포함한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북극의 찬공기를 둘러싼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이 찬공기가 남하하면서 장마전선의 북상을 막으면서 최장의 장마와 폭우를 기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렇게 기상이변의 '나비효과'를 낳으면서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얼마 전 기상청과 환경부에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지금의 기상이변이 한반도에서 더이상 비정상이 아닌 정상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과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 대비해서 빠르다고 한다. 이런 변화가 가져올 구체적인 변화로는 현재 연간 10.1일의 폭염일수를 21세기 후반에 35.5일로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마전선만이 아니라 여름철 폭염, 태풍의 강도 등 기상과 관련한 많은 변수들이 우리 일상을 위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 기상 이변과 우리의 연관이 보여주는 것처럼 전 지구적인 차원의 기후변화가 위와 같은 한반도의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인데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이 영향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발간하는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각 국가들에서 계획하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 계획을 모두 고려해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이 IPCC의 5도 상승 시나리오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소위 RCP 8.5 시나리오는 지구온난화의 최악의 시나리오다. 코로나 19로 인해 잠깐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있었지만, 그간의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 증가 경향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방법론의 측면에서 논문을 비판하고 5도 상승 예측은 지나치다고 하는 연구자도 있지만, 이 연구자 역시 3도 상승을 예측하였다. 지구 파국을 막을 수 있는 1.5도 상승을 상회할 것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이와 같은 연구들은 기후위기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그리고 미래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과거 우리가 쏟아낸 온실가스가 북극의 온도를 높였고 이는 오늘 우리가, 우리 이웃이 겪고 있는 침수 피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같은 시민단체가 결성되어 정부와 국회에 기후위기 선언을 촉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의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이행 정책인 그린뉴딜 정책 이행에 나서고 있다. 물론 아직도 기후위기 대응이 정부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지는 못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효율화 등에서 진일보한 정책 수립이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 노력을 인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의 지속성을 근간에서부터 흔들 수 있는 당장의 위기임을 인정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절대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정책 이행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 사업들을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의 기여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사업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 그린뉴딜의 목표로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던 2050년 '넷제로(net-zero)' 목표도 선언해야 한다. 정책 평가의 새로운 지표로서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 시민 개개인의 온실가스 절감 노력 역시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현명한 소비로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중교통 이용,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에도 나서도록 하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 과제로 채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시민사회의 몫이다. 폭염과 폭우로부터 나와 이웃을 지키기 위해 '기후적응' 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일상의 작은 실천과 정부 정책 감시 역시 우리 개인의 일임을 인식하자. 긴 장마를 모두 무사히 견뎌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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