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드디어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24일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본 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시민사회가 일 년 전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결성하고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촉구한 지 1년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가뭄, 홍수, 폭염, 한파, 태풍, 대형 산불 등 기후재난"이 점차 심화하고, 그에 따라서 "불균등한 피해가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더 늦지 않고 국회 결의가 이루어졌다니 다행이다. 이제 정부는 2030년(NDC)과 2050년(LEDS) 감축목표 설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번 선언과 결의안 통과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치사회적인 인식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리고 기후행동을 회피하려는 온갖 핑계가 더 이상 정당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답답함도 함께 차오른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을 생각하면, 이 선언이 나오는 데까지 1년씩이나 걸렸다 말해야 한다. 여전히 현재 상황이 기후위기임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보면 더욱 그렇다. 여전히 입 닫고 있는 정부와 그 뒤에 숨어 있는 기업들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기업이 다 죽는다고 난리 친다"는 하소연에 이제 더 귀 기울이지 말라. 안타깝게도 이 결의 자체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이 얼마나 허구적일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의안이 이제 통과됐는데 성마르게 평가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2050년 순배출제로 목표를 제시하고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천명했으며 국회 내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으니,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요구한 거의 모든 사항을 수용하지 않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기후위기의 절박함에 부합하는지 냉정히 따져 물어야 한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에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요구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50%로 감축" 목표가 빠졌다. 대신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데 그쳤다.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IPCC의 1.5℃ 특별보고서가 권고한 목표를 명확한 수치로 결의에 포함시키는 것을 국회가 거부했다. "기후위기다!"라고 선언하고도 국회는 여전히 딴 셈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4건의 결의안에 대한 국회 전문위원의 심사 보고서는 정말 기후위기의 절박성을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2010년 대비 18.5%에 불과한, 정부의 현행 2030년 감축목표에 대해서 국제단체로부터 '매우 불충분하다'는 차가운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상향 조정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보고서는 인정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부문별 감축 잠재량, 기술 및 시장 전망 등을" 지켜보며 5년 뒤에나 검토하자고 미룰 것을 제안하고 있다. 1.5도를 지키기 위한 전 세계 탄소예산이 7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런 심사보고서를 뒤로 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본 회의는 이 결의안을 그냥 통과시켰다.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여기서 스웨덴의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이야기를 환기시키고 싶다. 2019년 프랑스 하원에서 행한 연설에서 그녀가 물었다. 탄소예산이 뭔지 아냐고? 안다면 당신들이 이렇게 안일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나는 한국의 국회에 묻고 싶다. 탄소예산이 대체 뭔지 아냐고? 그것을 이해했다면 강은미 의원의 감축 목표를 뺀 결의안을 통과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도 '2050년 순배출 제로'를 명시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싶을지 모른다. 겨우 뒤늦은 숙제하고 칭찬받을 생각 말라. 그런 생각이 기후위기 비상선언에 부합하는가.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민주당의 김성환과 이소영 의원 등은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 묻고 싶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찬성했다는, 강은미 의원의 2010년 배출량 대비 50% 감축 목표를 빼자고 같은 당의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할 때,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2030년 목표 수치를 명시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또 이후 만들어질 기후변화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나중에"를 외치고 있을 때, 기념비는 민주당 국회의원들만의 것일 뿐 기후위기에 절박한 시민들은 애가 타고 또 환멸감을 느낀다. 사실 탄소예산 개념에 입각한다면, 강은미 의원의 안보다 더 강력한 감축목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강은미 의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만' 하려는 민주당의 기후정책에 맞서서 일견 불가능하게 보이는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그래서 잠시나마 전환 정치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허탈하게도 강은미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공동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리면서, 스스로 쌓은 탑을 허물었다. 2030년 감축목표를 강화하고 구체적인 수치로 명시하는 것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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