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도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위장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해온 '가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노동청에 고발됐다. 취약 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노동운동단체인 '권유하다'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에 부당해고, 임금체불, 직장내괴롭힘 등으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8곳을 고발하고, 3곳에 대해서는 근로감독을 청원했다. 근기법 11조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 이외의 근기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 해고 △ 연차휴가 △ 연장노동, 휴일노동 등에 따른 가산수당 △ 노동시간 등과 관련한 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5인 미만 사업장 사용자는 노동자를 마음대로 자를 수 있고 장시간 노동을 시키고도 가산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등 몇 가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권유하다에 따르면, 이날 고발된 사업장들은 실제로는 5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고도 서류상으로는 5인 미만으로 구성된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직원을 4명까지만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법망을 회피했다. 일례로, A 호텔은 한 지역에만 5개의 지점을 갖고 있고, 업무를 위한 단체대화방에 15~6명의 인원을 상주시키면서도 여러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위장해 연장노동수당을 주지 않았다. B 주점도 4개 사업장을 운영하며 직원들에게 사업장 간 인사이동을 지시하는 등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를 총괄적으로 인사 관리했지만 여러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위장해 연월차휴가, 연장노동수당 등을 주지 않았다. 권유하다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적발하는 것을 넘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을 배제한 근기법 11조를 폐지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기법을 적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세정 노무사는 "통계상 28%의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며 "노동자 3, 4명 중 1명은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모든 노동자는 근기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사업장 규모로 노동자를 차별하는 근기법 11조를 폐지해 비상식적인 착취의 고리를 끊고 악덕 사용자들이 법을 악용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이수영 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 일을 덜 하고 5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일을 더 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디에서 일하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권유하다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제보를 받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고발한 당사자를 위한 시상식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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