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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중 어느 쪽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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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 중 어느 쪽이 될까? [2020년 美 대선 읽기] 바이든, FDR-레이건-클린턴 뒤 이을 수 있나

"이번 선거가 향후 수십년을 좌우할 것이다."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유세에 뛰어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 정치와 사회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대다수의 전문가들(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11월 1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결과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31일(현지시간) 이미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가까운 9000만 명이 사전 투표에 참여해 여느 때보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 열기가 뜨겁다는 의미입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선거 불복'이나 선거 후 결과를 놓고 양측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사태 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도 커져갑니다.

불투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느 때와 너무 다른 2020년 선거를 만든 '현실'입니다. 트럼프 정부 4년을 정치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11월 3일 미국인들의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미국 대선 전까지 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을 3편으로 나눠서 게재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글입니다.

(첫번째 글 바로 가기 :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해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남는다

두번째 글 바로 가기 : 노예제의 산물 '선거인단 제'도가 트럼프를 살린다?)

2020년 11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당 대선후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긴다면,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미국 역사상 11번째로 연임에 실패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미국 대통령은 4년 임기에 연임을 1번 허용한다.(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4선을 한 뒤 헌법 개정을 통해 재선까지만 가능하도록 바꿨다.) 대다수의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을 이용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100년 동안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공화당), 지미 카터(민주당), 조지 H.W. 부시(공화당)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 결과로 트럼프가 4년짜리 '단임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느냐,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패한 밋 롬니(2012년 버락 오바마에게 패함)나 존 케리(2004년 조지 W. 부시에게 패함)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되느냐 판가름 난다.

후버, 카터, 아버지 부시의 공통점, 국가적 위기 대응 실패...트럼프도?

후버, 카터, 조지 H.W. 부시, 세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세부적으론 다르지만 공통점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 번째 임기에 국가적 위기라고 할만한 큰 위기에 처했는데 대응에 실패해 유권자들이 실망했다. 그에 반해 도전자들은 당면한 위기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1928년 집권한 후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위기인 대공황을 맞았다.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는 직업을 잃고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로 내쫓긴 노숙자들이 모여 살게 된 빈민촌을 '후버빌(Hoovervill)'로 불렀다는 일화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결정적인 문제는 후버가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후버와 여당인 공화당은 국민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균형 예산과 높은 보호관세를 경제정책으로 제시했다. 1932년 후버는 대선 운동기간 동안 줄곧 대공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전자인 민주당 프랭클린 D. 루즈벨트(FDR) 후보는 과감한 경제 개혁 정책인 '뉴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유권자들은 1932년 대선에서 루즈벨트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줬다. 후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미 카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중도 사퇴한 뒤인 1976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와 승리했다. 카터는 조지아 주지사 출신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이었지만, 닉슨의 음험한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닉슨과 정반대인 선량한 이미지의 카터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카터의 첫 번째 임기 동안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오일쇼크로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1979년 이란의 무장세력에 의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인질로 잡히는 사건도 일어났다. 카터는 "신뢰의 위기"를 거론하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쇄신책으로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불신과 불안을 부추기는 자해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터에 도전자로 나선 이는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레이건은 "카터가 실직할 때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며 훗날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레이건을 상대로 카터는 겨우 49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는 기록적인 참패를 당하게 된다. 1988년 레이건의 뒤를 이어 당선된 대통령이 조지 H.W 부시다. 레이건의 인기 덕분에 공화당 후보인 부시가 대통령이 됐지만, 역설적이게도 부시가 연임에 실패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레이건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의 부작용이었다. 레이건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국방비 증가로 부시 정부 들어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며 경기 불황을 맞게 됐다. 1991년 클래런스 토마스 연방 대법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인 아나타 힐이 과거 상사였던 토마스 대법관 후보자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해서 파문이 일었지만 여론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일, 1992년 로스앤젤러스 폭동 등도 부시의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칸소 주지사 출신인 40대의 빌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라는 파격적인 구호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당시 '제3의 후보'로 억만장자인 로스 페로가 출마해 18.9%나 득표하면서 부시의 표를 크게 잠식했다. 3명의 후보가 표를 나눠가지면서 1992년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클린턴은 370명 선거인단을 확보해 압승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정세는 단임으로 끝났던 3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직면했던 상황과 묘하게 비슷하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거의 100년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중층적인 위기에 빠졌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압도적인 세계 1위 국가인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9만 명을 넘어서는 등 3차 폭증을 기록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코로나19 감염자는 900만 명, 사망자는 23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여전히 대규모 유세를 강행하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해 계속 폄하하고 있다. 또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 "더 이상 잘할 수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4월 14.6%)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불황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만약 바이든이 이번 대선에서 이긴다면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가 첫 번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실패'라는 앞선 단임 대통령 3명의 교훈이 되풀이 되는 셈이다.
▲왼쪽부터 후버, 카터, 부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사진 합성

바이든, FDR-레이건-클린턴처럼 강력한 도전자인가?

앞선 3명의 단임 대통령과 2020년 트럼프의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도전자에 있다고 할 수도 있다. 1932년 루즈벨트, 1980년 레이건, 1992년 클린턴은 모두 새로운 비전을 들고 나온 강력한 도전자였다. 바이든은 '뉴딜', '레이거노믹스' 등에 비견할 만한 새로운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을까? 오히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은 19세기 마틴 밴 뷰런 이후 처음으로 부통령 출신 중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 기록을 세운 아버지 부시처럼 부통령에 걸맞는 '관리형 리더십'에 국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현재의 열세를 뒤집고 재선에 성공한다면 도전자 바이든의 한계도 일조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주어진 조건 탓이기도 하다. 대통령 트럼프를 낳은, 또 대통령 트럼프가 지난 4년 동안 부양한 백인 우월주의에 기반한 극우정치세력이 대립과 증오의 정치를 심화시켰다. 현재와 같이 양극화된 정치 상황에서 정책적 대안이나 비전은 크게 주목 받지 못한다. 바이든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트럼프 지지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다. 바이든이 강조하는 트럼프와의 차이는 코로나19 대응책이다. 바이든은 대통령이 될 경우 전국적인 차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과학자들과 싸우는 트럼프와는 다르게 과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겠다고 한다. 바이든은 이번 대선이 "과학"과 "망상"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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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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