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 관련 대국민사과를 정기국회 이후로 연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위원장은 4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짜에 맞춰 9일에 대국민사과를 하려 했으나, 당이 여당의 '입법 독주'에 맞선 투쟁을 하고 있는 점, 당내 설득 및 여론 조성 작업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9일 "현재 여야가 원내에서 치열하게 맞붙는 시점이라 비대위원장도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을 보지 않을까 한다"며 "(사과) 연기 이유는 공수처 저지 원내투쟁 격려다. 당력 분산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구체적인 연기 시점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보지만 '머지 않은 시기' 정도로 말씀드려야 할 듯하다"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내가 안주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다", "불편하더라도 당이 국민 마음을 얻는 것에 협조해 달라"고 강행 입장을 밝혔고, 지난 7일에는 "내가 그것 하나 결정 못 하느냐. 그 정도도 못하면 비대위를 끌고가기 어렵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당내 친박·친이계 및 중진 그룹을 중심으로 반발이 지속되자 시기를 조정하며 반대파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소속 3선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내가 전직 대통령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들을 그런 상황까지 만든 당, 그리고 그 뒤에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이들을 달랬다. 김 위원장은 다른 자리에서도 "국회가 이렇게 시끄러운 상황에서 사과를 하는 것은 시점상 적절하지 않다"며 시기를 2~3일가량 늦추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몸을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자 당내 여론도 돌아서고 있다. 당초 반대 성명까지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3선 의원들도 면담 이후에는 "오해가 풀린 것 같다", "그 정도라면…"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반대 세력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친박계, 중진그룹에서도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의원은 이날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재 문재인 정권의 폭정으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면서 민심이 출렁이고 있는데 이런 때 확실한 계기를 만들어 중도층을 우리 당 쪽으로 끌어와야 한다"며 "분란 없이 사과가 진행돼야 한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4선 중진인 박진 의원은 전날 SNS에 쓴 글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길"이라며 "이를 놓고 또 다시 우리끼리 공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들께 실망만을 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아직 우리 당은 국민 앞에 명백한 사과를 하지 못했다"며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와 책임 없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친박 중진(서병수), 친홍준표계(배현진) 등으로부터 반대 목소리만 크게 울리던 때와 당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셈이다. 원래 김 위원장의 '사과' 계획에 우호적이었던 이들도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탄핵소추 의결 후 4년 동안 우리 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탄핵의 해석을 놓고 분열되거나 정치적 득실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다시 한번 호소한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며 "또다시 탄핵을 두고 분열을 조장한다면, 이는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을 돕게 될 뿐이다. 진정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단죄하고 싶다면, 이제 탄핵은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당직자 노조도 성명을 내어 "당의 지난 과오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계획에 깊은 감사와 지지를 표한다"며 "저희 사무처 노동조합도 권력을 감시하지 못한 죄, 정권을 빼앗긴 죄,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죄, 깊이 통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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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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