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경제개혁 의지와 실행력이 걸린 '공정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이 입법 과정에서 줄줄이 후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에 주력하느라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 담긴 경제개혁 법안마저 외면한 결과다. 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했지만, 개혁의 핵심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 원안 대신 이를 철회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이 검경수사권 분리라는 이유를 들며 경찰로 넘어간 수사권을 검찰에 두면 되는 거냐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는 재계의 압박에 민주당이 손을 든 것"이라고 했다. 전속고발권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를 제외하면 시민단체나 기업 등은 고소고발을 할 수 없으며,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수사를 할 수 있는 검찰도 독자적인으로 위법 행위를 확인 할 수 없다. 당초 정부는 기업수사 남발을 우려하는 재계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정무위 안건조정위까지 정부안이 통과됐지만, 민주당이 막판에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 권한을 키워준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철회하고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입찰·가격담합 등 혐의가 무거운 '경성담합' 사건까지 검찰의 수사 범위가 확대돼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과 상충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이 커진다"며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해 온 재계의 입장도 민주당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 유지를 담은 수정안 표결에 불참했던 배 의원은 "공정거래법의 핵심인 전속고발제를 유지함으로써 민주당이 얘기했던 공정경제3법의 취지가 완전히 퇴색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민주당이 막판에 전속고발제 유지로 방향을 틀자 "공정거래 제도의 정상화에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갑자기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삭제하려 한다"며 "시민사회와 국민을 상대로 입법 장난을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전속고발권 유지는 여당이 공정경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은 경제개혁 의지가 크게 퇴색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재산권 침해, 투기세력의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법 개정에 반대하는 재계의 입장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결국 의결권 제한을 '합산 3%'가 아닌 '개별 3%'로 적용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5명이 지분 5%씩 총 25%를 보유한 경우, 합산 3% 룰을 적용하면 5명의 감사위원 선출 의결권이 최대 3%로 적용되지만, 개별 3% 룰로 완화하면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민주당의 방향 전환에 대해 "'개별 3%' 방식으로 제한할 경우 그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실상 의결권 제한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 후퇴 논란이 일자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워낙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일시에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하나하나 추진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 외에도 당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강조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해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박 대변인은 "제정법이다 보니 노동계라든가 전문가그룹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고 법의 보완이 있어야 된다"며 "법의 완결성을 위해선 이해당사자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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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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