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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로 죽을 수 없다"는 김진숙의 당연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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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로 죽을 수 없다"는 김진숙의 당연한 정의 [기고] 온갖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당연한 단 하루와 해고철회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세월 싸울 수 있었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고 답하십니다. 그러면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으면 시작을 안 하셨겠냐는 질문에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호한 답이 돌아옵니다. 70년대 민주노조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싸웠던 20살 즈음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은 이제 백발의 어르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해고된 지 40년. 어르신들의 소망은 '동일방직에 복직해 단 하루만이라도 일하고 떳떳하게 사표를 내고 떠나는 것'입니다. 김진숙님도 마찬가지 응답을 하셨습니다. "해고자로 죽을 순 없으니까요." 35년 전, 회사는 일터에서 자꾸만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회사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부주의로 그리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쓰레기 같은 식사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안전장비와 작업도구. 이 지독하게 위험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였습니다.
▲ 김진숙 지도위원. ⓒ노동과세계
김진숙님은 이 당연한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는 노동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을 빼앗기는 것이자, 관계망을 박탈당하는 일이며, 사회적 위치를 삭제당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념을 부정당하는 것입니다. 평생을 '제3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김진숙님에게 해고자라는 말은 이러한 모든 부정의의 응집체입니다. 30년전, 40년 전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부당한 해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12월 31일자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싸우고 있습니다. 용역회사가 바뀌었으니 다른 노동자를 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고통보를 받은 여성노동자들은 길게는 10년동안 LG트윈타워를 번쩍번쩍하도록 광을 내 왔습니다. 실상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지나치게 낮은 임금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입니다. 회사는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하루 7.5시간의 노동시간을 책정했습니다. 시간을 줄인다고 업무량이 줄지 않습니다. 넘치는 업무량은 주말 노동으로 처리하도록 했지만 무급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 80여명의 1년치 임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겨우 20억 원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회사가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무려 60억 원이었습니다. 똥을 먹고 살 수없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외침, 매일 동료가 죽어나가는 노동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김진숙님의 절규, 일한만큼의 댓가를 달라는 LG트윈타워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사람으로서 살기 위한 기본을 갖춰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연하고 단순한 요구 때문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이 땅엔 너무나 많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의 소망은 단 하나입니다. 복직. 복직하여 다시 일터를 찾아 일하고 싶은 것입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다시 일하기 어려워진대도 그 부당한 해고만은 철회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입니다. 사람다운 삶을 요구할 수 있고 그것이 당연한 정의임을 인정하라는 것입니다. 단 하루. 복직해서 일터로 돌아가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김진숙님의 정년시한인 12월 31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해고날짜인 12월 31일까지 고작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부디 그 시간 안에 이 온갖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당연한 단 하루와 해고철회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함께하는 우리의 힘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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