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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중대재해법 속도전…"중대재해기업 '보호법'이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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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중대재해법 속도전…"중대재해기업 '보호법'이냐" 논란 민주당, 차포 뗀 정부안으로 면피용 입법 추진
정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이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후퇴 내용을 망라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법사위는 29일 법안소위를 열어 정부안을 토대로 삼아 중대재해법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법무부가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의견을 취합해 전날 제출한 정부안에는 재계가 반발하는 핵심 조항들이 삭제돼 노동계와 정의당 등이 반발하는 등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정부안은 중대재해법 시행 시기를 100인 이상 사업장은 공포 후 1년 뒤, 50인 이상 100인 미만에 대해선 2년 뒤, 50인 미만은 4년 뒤로 명시했다. 50인 미만 4년 유예를 담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안의 내용을 살리면서도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2년 유예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대폭 낮췄다. 손해액의 3배 이상 10배 이하(강은미 의원 안), 5배 이상(박주민 의원 안)이 과중하다며 정부는 '5배 이하'로 한정했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아졌다. 핵심 쟁점이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인과 관계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법무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또한 기존안은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 원 이상의 벌금'을 규정한 반면, 정부안은 벌금과 관련해 '5000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상한액을 뒀다. 정부안의 정식 명칭도 '중대재해기업 및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법'으로 바뀌었다. 당초 의원들이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으로 발의한 명칭에서 정부 책임자가 빠졌다. 이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묻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 기관장 처벌이 소극적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체 없이 해당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한 기존 발의안들과 달리 정부안은 '작업 중지를 명할 수 있되,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명해야 한다'고 수위를 낮췄다.

김용균 어머니 "허술하고 한심한 법안…보고만 있지 않겠다"

이 같은 후퇴안에 정의당은 크게 반발했다. 김종철 대표는 페이스북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의 85%가 일어나는데, 이런 사업장에 적용을 4년 유예하는 것도 모자라 50~99인 사업장도 2년 유예를 가져왔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자고 했더니 중대재해기업보호법을 가져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청 책임도 약화, 처벌도 약화, 징벌적 손해배상도 약화"라며 "왜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산업재해가 줄지 않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정부 수정안은 면피용에 불과하다.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라는 수많은 목소리는 뒤로하고 재계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이어 "오늘로서 19일째 곡기를 끊고 차디찬 국회 노숙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저와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의무가 후퇴한 데 대해서도 그는 "경영책임자가 또다시 사고의 책임에서 비켜나게 되고,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처벌 역시 책임 떠넘기기로 폭탄 돌리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의총에 참석한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도 "정부안을 봤는데 너무 허술해서 기가 막힌다"며 "어떻게 정부가 사람을 살리지 않고 죽이려 하는 것인지 한심스럽다"고 개탄했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수십 년 동안 이런 죽음들이 계속 있었고, 이제 막자고 하는데 정부에서 또 죽이겠다고 한다"며 "어떻게 국민들을 위해서 있어야 할 정부와 정치인들이 이렇게 국민들을 죽이고 있는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했다. 고(故) 이한빛 씨의 아버지 이용관 씨도 "정부안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부안은 한마디로 말해서 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법의 실효성을 완전히 빼버린 알맹이 없는 껍데기만 남은 안"이라고 했다. 그는 "이걸 법이라고 만든 것인지, 정부 부처에서 만든 안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싸워야 바뀔 것이냐"며 "오늘 법사위가 정부안을 만약에 한 조항만이라도 수용한다면 저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법적으로 제기됐던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용이 크게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각계각층의 입장을 조합하고 취합해서 의견을 낼 수 밖에 없는 고충이 있다"면서 재계 반발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방어했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방침이지만, 노동계와 유족들의 반발에 휘말린 정부안을 토대로 추진할 경우 법 제정 취지를 포기한 생색내기 입법에 그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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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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