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9일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어 논의에 착수했다. 지지부진하던 국회 논의가 첫 발을 뗀 셈이지만, 정부가 제출한 '후퇴 수정안' 암초에 걸려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이날 소위에선 노동계와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들의 요구를 무력화한 정부안을 놓고 여야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해 혼선만 노출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정부여당의 단일안인지 여부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모호한 답변을 했다. 중대재해의 '정의'를 놓고도 백 의원은 "(중대재해의) 개념 부분이 명확해지면 나머지는 진도를 빨리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법무부도 아직 부처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라며 정부안이 단일안은 아니라고 한다"며 "법안의 '정의 규정'을 가지고도 결론을 못 내고 있다"고 했다. 법사위원이 없는 정의당 소속 강은미 의원은 오전 회의를 참관한 뒤 "중대재해가 무엇인지를 놓고 계속 이야기 했다"고 전하며 "정부안이 단일안이냐고 물었더니 여당 의원도 답변이 달랐다. 이렇게 해서 언제 심사를 마치고 법안을 처리하냐"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1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산재 희생자 유가족 김미숙 씨, 이용관 씨 등이 정부안에 격렬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항의를 하는 와중에도, 여야는 "지금 야당과 합의가 잘 안 된다"(민주당), "언제 우리와 의논하고 협의했느냐"(국민의힘)고 서로에게 책임을 넘겼다. 이날 소위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김용근 상근 부회장과 산재 희생자 유족 측도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기업들에게 지킬 수 없는 것에 대해 가혹한 징벌을 가하는 공포스러운 법안"이라며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 평등원칙,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참고인 진술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온 뒤에도 유족들의 울분을 피해가지 못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금까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죽음을 막지 못했다. 어떻게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중대재해법을 제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항의하자, 김 부회장은 "처벌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김 씨는 이에 "처벌이 없어서 이렇게 죽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며, "경총에서 그러면 안 된다. 노동자도 같이 살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면서 "노동자 용균이의 피를 갈아 넣어 당신네들의 재력을 쌓지 않았느냐"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재계의 반발과 국민의힘의 비협조, 더불어민주당의 미루기가 반복되면서 중대재해법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으로 기울었다. 특히 민주당은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대폭 후퇴시킨 정부안을 중심으로 내년 1월 처리를 목표로 삼고 있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더욱 격렬한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논란 끝에 국회가 정부안을 처리하더라도 실효성 없는 중대재해법이라는 오명을 떼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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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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