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오전 반차를 사용한 뒤 오후에 대검찰청으로 복귀하는 자리에서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특히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검수완박)' 차원에서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반대 의견이 계기가 됐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보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정의와 상식'을 비판적으로 꼬집은 대목이 예사롭지 않다.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치 참여 여부에 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어도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의 구심점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신 분들, 그리고 제게 날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여 여론을 향한 메시지도 곁들였다. 4.7 보궐선거를 약 한 달 여 앞둔 시점, 무엇보다 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그가 정치 행보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서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총장은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가 몰입한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역량을 인정받아 검찰총장으로 발탁된 인사다. 그러나 '조국 사태' 이후 여권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재임 시절 총장 직무에서 배제되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법무-검찰 갈등을 진화하며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규정했음에도 결국 윤 총장이 석달 임기를 남기고 물러남으로써 청와대와 여권은 최대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다만 윤 총장이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후보 행보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권과의 관계 악화가 윤 총장의 사퇴 배경이 된 이상, 정치 참여를 선언할 경우 야권 정치인으로 운신의 폭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할지 반려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스스로 정부의 틀을 벗어나겠다고 한 이상 만류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검찰총장의 사의가 잇따른 데다, 4.7 보궐선거 정국에 미칠 악영향이 불가피해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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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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