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이 본격화됐다. 오 후보는 지난 4일 실시된 국민의당 내부 경선에서 '나경원 대세론'을 꺾은 기세를 이어 20일 만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제치며 '기호 2번'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로써 2011년 재선 서울시장 직을 걸고 실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물러난 지 10년 만에 오 후보의 설욕전이 시작됐다.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오 후보는 선거에 임하는 각오보다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 내 가슴 한 편에 자리한 이 무거운 돌덩이를 이제 조금은 걷어내고 다시 뛰겠다"는 반성을 앞세웠다. 10년 전 '보편 복지 저지'에 정치생명을 걸었던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자, 이를 냉랭하게 외면했던 중도층을 향한 구애다. 경선 과정에서도 그는 강경 보수의 지지 기대를 숨기지 않았던 나경원, 안철수 후보와 다른 행보를 선보였다. 출마 초기만 해도 서울시를 민주당에 넘겨준 '원죄'에서 자유롭지 않은 그의 재기 전망은 낮게 점쳐졌으나, 중도 유권자층이 오세훈 상승세를 견인하는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사정이 급변했다. 진영 정치와 거리를 둔 중도층은 '자유한국당' 색채가 짙게 배인 나경원 후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거칠게 대립한 안철수 후보보다 오 후보의 확장성에 힘을 실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땅 투기 파문이 기름을 부은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훼손' 논란과 맞물려, 박근혜 탄핵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유권자층이 '현 정부 견제론'의 주축으로 떠오른 셈이다. 탄핵으로 처참하게 몰락한 박근혜 정부 이후, 지난해 총선 참패로 제1야당의 존재감까지 위협받던 국민의힘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회생의 기회를 마련했다. 오 후보를 교두보 삼아 제3지대론의 외풍을 차단하고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산이 가능해진 점이 수확이다. 오 후보는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길에 앞장서겠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정욱·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하는 '개혁 우파 플랫폼' 구축을 위해 "오늘부터 성심을 다해 삼고초려를 하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 격인 이번 선거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야권 재편의 디딤돌로 구축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위원장도 안철수 후보의 입당이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 "일단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난 다음에 야권 전반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중심이 되고, 그때 국민의당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탈보수'를 주도한 김 위원장은 오 후보의 단일화 승리를 "정치의 상식"으로 정의한 뒤,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내가 이 당에 와서 한 기여의 90%를 했다. 이제 10%만 남은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4.7 보궐선거 뒤 물러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발언이지만, 진통을 겪은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오 후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김 위원장의 노련한 승부수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본선까지 최종 승리로 이끌면 국민의힘 내에선 김 위원장의 재추대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대선 출마로 입장을 굳힐 경우, 국민의힘 주도의 정계개편에 김 위원장의 거중조정 역할론이 떠오를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의 접촉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현 정부 비판의 초점을 "공정과 정의 훼손"에 맞추고 "법치주의 복원"을 시대정신으로 내건 김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의 논점은 이미 맞닿아 있다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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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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