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부자 증세'에서 구체적인 세율이 제시되지 않았던 자본이득세율 초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 등 복수의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자본이득(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매각 수익에 붙는 세금)이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자본이득세를 현행 20%에서 39.6%로 거의 두 배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한다면, 뉴욕 등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이득세율을 적용하는 일부 주들의 경우는 자본이득세율이 50%를 훌쩍 넘기게 된다. 이때문에 자본이득을 누리는 부자들이 많은 미국에서 법인세율 인상보다 자본이득세율 인상이 금융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기존 21%에서 28%로 올리고,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도 현행 37%에서 39.6%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자본이득세율 대폭 인상의 명분은 2조3000억달러(257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에 이어 내주 발표될 ‘미국 가족 계획’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재건 드라이브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이다. 부자증세로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재분배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에선 자산을 보유한 계층과 보유하지 않은 계층간 빈부격차가 커졌기에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가족 계획'은 1조5000억달러(1680조6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소요, 인프라 투자 계획에 이어 또 다른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자본이득세율을 거의 두 배로 올리는 등 부자들에게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4조 달러의 계획에 필요한 추가 재원을 각종 세금 인상으로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안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세를 추진한 지난 2017년 전으로 세금 체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말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도 39.6%에서 37%로 인하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의회의 세력 분포로 볼 때 '바이든 증세안'이 원안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회 공화당 대표는 자본이득세 인상 계획과 관련 “투자를 줄이고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 일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자본이득세율은 의회를 거치면서 30%를 넘지 않은 선에서 절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본이득세율 대폭 인상 소식에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1%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바이든의 증세 계획은 예상됐던 내용인 만큼 매도 움직임은 단기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자본이득세를 올렸을 때 상위 1% 부유층은 주식을 매도했지만 그 해 S&P500지수는 30% 오르면서 거의 10년 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에서 두드러진 상승률을 거둔 테슬라나 증시 랠리를 주도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알파벳) 등 일부 종목들은 자본이득세율 인상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증세 소식 후 3% 넘게 하락하는 등 이들 종목의 하락율은 지수 하락폭보다 컸다. 한편, 자본이득세율 대폭 인상안은 가상화폐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해 각국 금융당국들이 각종 과세 및 규제방안을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 자본이득세율 인상 소식까지 겹치자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알려져있던 5만달러선마저 무너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공포심리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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