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에둘러간 '아르메니아 학살', 바이든 '제노사이드' 규정
역사학계에서는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해 '20세기 첫 제노사이드'이며 1915년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 제국이 아르메니아인 및 다른 소수 민족을 학살해 150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터키는 잔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해도 '집단 학살'은 없었다고 부정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정책 공약을 실천하는 것이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동맹국을 자극해 러시아나 이란 같은 미국의 적국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한 전임 대통령들과 차별화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세기 최악의 참사 중 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세기 최악의 집단 잔혹 행위의 하나”라고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이 터키와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의 측면에서도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로 인정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성명 발표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취임 뒤 처음으로 가진 통화에서 내용을 미리 알렸다. 터키는 냉전 시절 소련에 맞서는 미국의 동맹국 관계였으나, 중동 사태와 관련해 협조관계가 엇박자가 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져왔다. 지난 2017년에는 터키가 러시아의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고 시리아 북동부를 합동 순찰하는 등 친러시아 행보를 보이면서 미국 정부 내 '친 터키파'가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은 터키가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하려는 계약을 거부하는 등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국제관계에서 인권의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터키는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의 성명을 강력히 거부하고 비판한다”며 “학문적·법적 근거가 없고 어떤 증거로도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의 아르메니아 대주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제3자가 정치화하거나 터키에 간섭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26~27일 터키에 있는 외교공관들의 일상적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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