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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뒤 난생처음, 겪어 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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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된 뒤 난생처음, 겪어 아는 일

[기고]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의 '처음' '겪는' 일에 대해

해고된 이가 오체투지를 한다. 찾아가 물었다.

"난생처음이지요?"

"다. 솔직히 다 생소한 일이지. 우리한테는 다 처음이야."

그 말을 하고 이틀 후, 이들은 생소한 일을 또 한 번 겪는다. 경찰에 의해 연행되어 유치장 신세를 진 것이다.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인 박종근 씨는 '복직 투쟁하며 처음 겪는 일'을 말해달라 하자 이리 답했다.

"경찰하고 싸우는 것도 처음이에요."

"와. 착하게 사셨네요."

"일만 하고 산 거죠."

그 일이 하루아침에 멈췄다. 해고자가 됐다. 알려진 대로 아시아나케이오는 코로나를 이유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해고를 다룬 기사 중 눈에 든 제목이 있다. <코로나가 사람을 해고하나. 사람이 사람을 해고하지!> (최형락 기자, <프레시안>, 2021.04.24)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른 해고가 심지어 '부당해고'라 판정이 났다.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해고였다. 하지만 부당해고라 판명나도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청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며 해고자들은 지청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8시간 만에 경찰에게 끌려 호송차에 태워졌다.

"다 처음이지. 우리한테는, 다 처음이야. 서울에 이렇게 자주 온 것도 그렇고. 고용노동청이 어디가 있는지. 아시아나 본사가 어디 붙어 있는지. 어떻게 알아. 안 가본 곳 없이 수없이 많이 가봤잖아."

모든 일이 생소하다던 해고자 김하경 씨는 정말 난생처음일 일을 겪었다. 26일 저녁, 경찰에게 양팔이 결박된 채 끌려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삶에서 상상조차 한 모습일까.

기자나 연대자들이 농성장에 오면, 그는 꼭 이 말을 했다. "내가 결근 한 번, 지각 한번 한 적이 없어요." 6년을 한결같이 일했다. 그이의 자부심이었다.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이 억울함이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

"말 잘 듣는 노동자였어요. 성실히 사는 노동자였어요. 이렇게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하다 보니까 모든 게 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거예요. 내가 뭘 잘못했지? 성실하게 산 것이 죄였나? 내가 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야 하지?"

묻지만 답해주는 곳이 없었다. 면담을 하자고 올라간 고용노동청은 답변 대신 퇴거 요구를 했다. 퇴거 요구 공문은 그이가 낸 목소리를 '불법 점거'라 불렀다. 경찰에게 두 팔이 결박된 순간에도 하경 씨는 물었다.

"죄 없는 내가 왜!"

▲ 22일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오체투지. 이들은 '진짜 사장' 박삼구 회장의 집이 있는 한남동에서 시작해 2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프레시안(최형락)

매일이 새로워

연행되기 이틀 전, 하경 씨는 오체투지가 처음인데도 눈치껏 잘 따라 했다고 흡족해했다. 북소리에 맞춰 무릎을 바닥에, 다음에는 손바닥을, 그다음에는 가슴을 내려온 온몸을 땅에 붙인다. 불교에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게 존중을 표하는 예법이다.

하지만 그것을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아스팔트 거리에서 하게 되면 온갖 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그 마음을 물어볼 용기가 없어 내가 던진 질문이 이것이었다. "난생처음이지요?"

"그렇지. 내가 생전 땀띠가 나본 적이 없는데. 여기선 어휴. 더위도 더위고, 작년엔 그런 비가 없어. 발도 다 얼어서 동상이 걸렸잖아."

거리에서 지내는 일이 처음인 게다.

"오체투지라는 거. 처음 해 보니 생소하잖아. 솔직히 어젯밤까진 두려웠어. 처음에는 나는 엉금엉금했어. 앞의 스님들을 그대로 따라 했거든. 되더라고. 그렇게 배우는 거지. 하면서 계속 단식자들 생각을 했어."

오늘(27일)로 단식 15일째. 정년을 앞둔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두 명이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을 시작한 첫날에 두 사람은 경찰에 의해 연행이 된 경험이 있다.

"우리도 사람이고 하나의 인격체인데, 집에서 기르는 동물도 그런 식으로 사지를 들고 옮기진 못해. 연행해 갈 때 그 모습은 차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못 했어. 눈물이 나서."

몸을 땅에 붙이고 자신을 낮추다 보면 인간이 받아야 할 존중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이렇게 함부로 당해서는 안 되는 동료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세상은 이들이 '싸운 것'이 죄라고 했다. 속상한 마음 감출 수가 없는데, 그래도 씩 웃는다.

"매일이 새로워."

"새로워요?"

"아까 발언할 때 이 말을 못 했는데. 세상 모든 경험을 다 했다고. 대신 고생한 만큼 보람을 느낀다고 그 이야기를 한다는 걸 깜박했어."

"보람이요?

나는 앵무새처럼 그의 말을 좇는다.

"보람이지.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니까."

▲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 연행되고 있는 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찾았다 끌려나온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전 지부장. ⓒ아시아나케이오공대

'처음'은 사람

"우린 다섯 명 부당해고 문제가 알려지고 나서 사람들이 진짜 많이 와줬어요. 다 본인들 생업이 있고 시간 내기 어렵잖아요. 생면부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도요."

이것은 박종근 씨의 말이다.

"사실 나는 그냥 조합원이었잖아요. 전 지부장(김정남)도 일 다니면서 세 번인가 밖에 못 봤어요. 지부장이나 간부들은 다른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연대를 가잖아요. 하지만 저는 정말 처음인 거예요. 진짜 회사만 다녔지. 바깥에 나와서 투쟁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그 처음인 일을 1년 가까이 했다.

"우리 해고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거예요.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요."

"열심히 사셨죠."

"회사만 다닌 거죠. 해고를 당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에게도 난생처음 경험한 일을 물었다.

"다 처음이지."

그렇다. 그래도 기억에 크게 남는 '처음'.

"밖에 나와 투쟁하는 과정에서 우리도 비도 맞아 가면서 천막도 뜯겨가며, 1톤 트럭 위에서 잠도 자 보면서. 물론 다 기억이 있죠. 하지만 김진숙 씨와 같이 걸은 거.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웃으면 투쟁을 하는 모습이. 제 마음에는 그게 많이 와닿았어요."

해고되고, 거리 생활을 하고, 밥을 굶고, 몸을 아스팔트에 붙이고, 경찰에 의해 끌려간다. 내 인생에 강렬한 경험이 넘치는데, 다른 해고자 이야기를 한다. 35년째 해고된 이와 함께한 기억을 말한다.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듣고 겪는 일이다.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다른 동료 이야기를 한다. 자신보다 더 오래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들을 때마다 생소하다. 사람의 마음이 그런 것인가. 낯설다. 그러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내가 들은 마음들을 잊는다. 잊고 살다가, 아프고 싸우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보면 또 쫓아가 이야기를 해달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내가 잊고 있던 '사람'을 일깨워준다.

아시아나케이오 농성장에서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을 본 적 있다. 그날은 단식 3일 차였다. 청소노동자 한 이가 발언을 하기 전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단식자가 있는 곳에 오는데, 그만 밥을 배부르게 먹고 왔습니다.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밥을 먹고 사는 것은 일상인데, 그 일상의 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미안해한다. 저쪽이나 이쪽이나 해고되어 길거리 생활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도 조금 더 곤궁한 처지인 사람에게 굳이 미안한 마음을 품는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연대란, 미안할 것이 없는데도 미안해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 마음이 없다면, 누구도 타인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없을 테다.

앞서 하경 씨는 처음인 것이 또 있다고 했다.

"사람들 눈총. 우리가 회사랑 싸워야 하는데, 사람들 눈총을 보며 싸우는 게 힘든 거지. 너희가 왜 길을 막고 시끄럽게 구냐. 말은 안 해도 눈으로 말하잖아."

그의 오체투지 장면을 떠올린다. 건널목에서 행렬이 설 때가 있다. 파란불이 켜지고 행인들은 바닥에 길게 엎드린 이들 사이를 지난다. 누군가는 걸음을 재촉하고, 누군가는 인상을 찌푸린다. 힐끔거리긴 해도 대부분 무표정이다.

"눈총이라니. 상처겠다."

"그래도 힘내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괜찮아. 그러면 그게 또 그게 그렇게 힘이 나요."

힘내시라. 고작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풀린다. 비슷한 말을 김계월 지부장도 한 적이 있다.

"선전전을 하잖아.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 말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오면, 그날은 10분 20분 더 서 있고 싶어지는 거야."

힘은 '쪽수'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 단지 머릿수가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투쟁은 쉽게 외로워지는 일인데, 그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사람밖에 없어 그렇다.

"'웃으며 끝까지 함께!'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1년밖에 안 되어도 힘들고 어떤 때는 무력감도 들고, 어떤 때는 짜증도 나는데. 다섯 명 마음도 다 똑같진 않으니까. 그런데 김진숙 동지는 어떻게 수십 년을.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종근 씨가 35년째 해고생활에도 "웃으며 끝까지 함께"라고 외친 이의 마음을 되새기는 이유는, 지금 그가 '함께'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를 해고한 회사는 정년을 앞둔 한두 명이 사라지고 조합원 수가 줄어들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 믿고 있겠지만, 그는 5명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함께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오체투지를 하고 돌아오는 길,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해 아시아나케이오가 고용한 대형 로펌<김앤장> 변호사가 제출한 '(행정소송) 항소 이유서'를 받았다.

'재정이 어렵다'는 아시아나금호문화재단의 일개 청소용역업체가 고작 5명 해고자를 상대로 대형 로펌을 고용한다. 이들이 단식을 해도, 거리에 누워도 항소를 계속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종근 씨가 속상해 보여 물었다.

"힘들진 않으세요?"

그러자 그는 쓱 웃었다.

"해고가 아니면 몰랐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당함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을 하고 있구나. 처음 알았어요.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와 주잖아요. 해고를 당하고 생각이 많아졌어."

그에게 '처음'은 어쩌면 '사람'인 것 같다.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드는 사람들.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와 연대자.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비워지고 채워지는 것

"요새 계속 두 분의 뒷모습이 눈에 밟혀. 매일매일 보지만, 말라가는 모습들. 옆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떨어져서 걸으니까 두 분에 대한 기억들이 막 나는 거야."

오체투지를 하면서 단식자 두 사람이 생각나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는 김계월 지부장의 이야기도 듣는다.

"옛날에 퇴근하고 나서 같이 막걸리 먹고 그랬던 것도 생각나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던 모습들이 떠오르더라고. 이렇게 해도 안 되는 건 뭘까. 단식은 마지막 선택이잖아. 이렇게까지 해서 나의 부당함을 세상에 알리는 거잖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받고자 하는 간절함이잖아. 여기서 더 갈 데가 어디 있어?"

김계월 씨는 경찰에 끌려가던 순간, 서울고용노동청이 보낸 퇴거 요구 공문을 찢어버렸다. '이렇게 해서까지' 보여주고 싶던 자신들의 정당함을 '불법 점거'라 가벼이 규정한 권력을 찢었으나, 그 종이는 경찰들의 발길에 차이고, 간절한 사람들은 호송차에 태워졌다.

오체투지 첫날, 그는 함께한 스님이 한 말을 전해주었다. 오체투지는 자신을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우는 행위라고. 그런데 비우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씀하셨단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해서 채워지고 얻어지는 것은 무얼까?"

그와 나는 낮게 "복직?"이라고 중얼거렸으나, 그것만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들은 분명 무언가를 채워가는 중이다.

"이게 최선이라면, 기꺼이 하겠다. 이건 내 몫이야. 내가 지금 할 일이야. 하루의 내 몫을 하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사람은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처음. 바로 단식. 단식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오춘삼 한의사는 물었다.

"단식이 처음이실까요?"

이것은 생명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이들의 생을 '걱정해준' 이는 의료진만이 아니다. 고용노동청으로 뛰쳐 들어간 단식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이 어떤 노력을 했는가"라고 묻자, 서울고용노동청장은 "생명은 소중하다"고 답변했다. 이어 말했다. 단식부터 풀라고. 그리고 불과 몇 시간만에 구급차를 세워둔 채 농성 중인 단식자들을 끌고 가 연행했다.

김정남 전 지부장은 정년이 사흘 남았다. 또 다른 단식자 기노진 씨는 한 달하고 사흘 남았다. 이들은 부당해고 상태다. 생(生)이 단지 숨 쉬고 사는 일을 의미하지 않기에 싸운다. 삶이란, 무언가를 비우고 채우며 사는 것이기에 굶으면서 싸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정당함을, 우리의 간절함을 말한다. 세상이 쥐고 놓지 않는 부당함을 말한다.

지난 8월, 이들이 부당해고 사태의 주범이라 지목한 박삼구 아시아나금호문화재단 사장은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부당내부거래 혐의였다. 그 비슷한 시기,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구속도, 복직도 없었다. 아니, 일이 있긴 있다. 노동자가 해고자가 되고, 해고자가 농성자가 되고, 농성자가 단식자가 됐다. 그 변화가 일어난 지난 1년을 통틀어 고용노동청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어제(26일)의 강제 연행이다. 이것이 정부 기관 중 유일하게 명칭에 '노동' 자를 붙인 고용노동청의 답변일까.

나에겐 '처음이지요?'라는 물음에 조합원들이 해준 답변이 있다. 1년 차 해고자가 35년 전 해고된 이를 기억하고, 바닥에 몸을 낮추고 와선 사람의 귀함을 떠올린다. 비우면 채워지는 것이 삶임을 배우고, 사람은 사람으로 채워지는 것을 아는 이들이다. 그것이 생이고 삶이다. 그래서 소중하다. 이 소중한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 정년 전 복직을 간절히 바란다.

* 아시아나케이오 해고 노동자들은 '정년 전 복직 촉구'연대 선언 및 신문광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참 바랍니다.

ⓒ아시아나케이오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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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정

기록노동자다. 저서로는 르포집 <노동자 쓰러지다>,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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