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지도부를 뽑는 6.11 전당대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 대표 선거에서 신·구세대 간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웅 의원,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신진 주자들이 예상과 달리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다. 김웅 의원은 13일 오전 당 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추악한 내로남불에도 우리 국민의힘은 외면받았다. 그것은 우리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국민의 분노가 문재인 정권의 심장을 저격했지만, 그 분노는 국민의힘의 변화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보궐선거에서 60%가 넘는 표를 얻었으나 우리 당의 지지율은 그 절반도 이르지 못한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가 우리의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바로 우리와 국민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당의 변화는 당의 얼굴에서 시작된다"며 "새로운 인물만이 새 시대의 희망을 담을 수 있다"고 참신성을 한껏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낮은 곳의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죽은 현장이고, 임대 전단지가 날리는 빈 상가이며, 삼각김밥으로 한 끼 때우고 콜을 기다리는 편의점"이라고 하기도 했다. 대표 공약으로는 △공천관리위 상설화 및 장기간 조사 도입 등 공천개혁 △청년 공천 30% 할당제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또 "당 대표가 되면 자기희생을 실천하겠다"며 "다음 총선에서 당이 원하는 바에 따라 험지 출마 또는 총선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끄는 새로운보수당에 영입돼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머니투데이>-PNR의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 이어 깜짝 2위를 차지하며 차기 주자로 주목을 받았다. 김 의원 외에도 초선 그룹 중 김은혜·윤희숙 의원 등이 당 대표 선거 도전을 고심하고 있다. 원외 그룹 중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느냐", "2030세대에서 남성이 기득권이라는 주장부터 잘 풀어서 증명하고 와야 (토론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것 없이 이미 '2030남성은 기득권'인 세계관을 들이밀면 '답정너'"라고 하는 등 30대 이하 세대에서는 성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주장으로 논란이 된 인물이다. 최근 한 편의점 체인의 '소시지 손모양' 논란에서도 "책임자에 대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왜) 밝히지 못하느냐"며 이를 '문제'라고 주장하고, 여성혐오·성착취 범죄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하는 등 현실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도 보였다. 김종인 비대위 시절 만든 국민의힘 강령은 전문에서 "모든 영역이 성인지 관점에서 작동되는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다"고 천명하고 있다. "양성평등사회의 실질적 구현을 위해 공동체 구성원의 건전한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성인지 교육이 현실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지난달 22일 <중앙일보> 기고에서는 "공정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할당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며 공직 여성할당제를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그 글에서 "민생이 왜 무너졌는가?"라며 추미애·유은혜·김현미 전 장관 사례를 들어 "이들은 내각의 30%를 여성에 할당하겠다는 할당제의 수혜자다. 민생이 급한 상황에서 최고 실력자를 기용하지 않고 수치적 성 평등에 집착했으니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근거로 "이미 각종 고시에서 여성합격률은 50%대를 초월하거나 근사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들 들며 "기회가 평등한 경쟁의 결과는 가산점제와 할당 없이도 '정의롭게도' 성비에 가깝게 나오고 있다. 시대착오적 가산점제와 할당은 공정한 경쟁의 구성요소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강령은 "남녀가 모두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를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며 "정치를 비롯한 공적 영역의 경우, 성별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남녀 동수를 지향하며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의원 등 초선·신진 그룹이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인 당 중진 주자들에 대한 민심의 변화 요구를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초선 그룹 내 단일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MBC 인터뷰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단일화부터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내야 될 것 같다"면서도 "당 변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자기 희생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전날 CBS 인터뷰에서 "평소 김 의원과 생각이 다른 점을 크게 많이 못 찾았다"며 "나중에 분위기 봐서…(단일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중진 그룹에서는 연일 초선 그룹 전체에 대한 견제성 발언이 나오고 있다. 초선들의 출마를 '기특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불쾌감, 나아가 다소의 위기감마저 느끼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연일 국민의힘 복당을 주장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김 의원을 겨냥해 "막무가내로 나이만 앞세워 정계 입문 1년밖에 안 되는 분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닌가",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고 했다. 홍 의원은 김 의원이 자신의 글에 '선배는 조화처럼 사시라. 나는 매화처럼 살겠다'고 반박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철부지가 세상 모르고 날뛴다", "선후배도 없고 위아래도 없는 막가는 정치", "신구미월령(新鳩未越嶺)" 등의 언사로 노골적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CBS 인터뷰에서 "그런 분들은 아마 TV토론 같은 데 주기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정치력은 짧아도 국민들에게 이름은 많이 알려져서 거기에서 꽤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보고 있다"며 "이번 대선은 아주 중요한 선거인데 개인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무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도 다녀봐야 한다"고 했다. 홍문표 의원도 이날 TBS 인터뷰에서 "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분들인데, 당을 이끌고 가려면 우선 당을 알아야 된다. 조직도 알아야 되고, 선거 치르는 방법도 알아야 되고, 정책 개발하는 방법도 알아야 되는데 그런 부분을 놓고 보면 누구 한 분 거기에 적합도가 맞지 않는 분들"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권영세 의원도 전날 KBS 인터뷰에서 "짧은 시간 내에 개혁을 이뤄내서 국민 지지·신임을 받는 정당으로 만들려면 단순히 패기만으로는 부족하고 경험과 경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선 초반 분위기와는 별개로, 당원투표(선거인단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라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규상 신진 그룹의 기세가 실제 돌풍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오랜 지지층인 당원들은 정치 경력이 짧은 초선보다 안정감 있는 중진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 2019년 2월 전당대회 당시, 오세훈 후보(현 서울시장)가 여론조사에서 앞섰으나 결국 승리는 '당심'을 잡은 황교안 전 대표에게 돌아갔다. 아직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경선 국면으로 본격 돌입하게 되면 '신구 세대 대결'이라는 이슈 대신 기존의 '영남 대 수도권' 구도, 차기 대선 준비와 연관된 '통합론 대 자강론' 구도가 주 의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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