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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 시민이 만들어보면

[초록發光] 시민이 지지하는 전환 계획은 시민으로부터 나와야

30일과 31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첫 환경정상회의 P4G가 열렸다. P4G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녹색성장 및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약자로 정부, 기업과 시민단체가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취지로 출발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는 포용적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으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화상 회의 참석을 비롯하여 40여 개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위기 극복의 내용이 담긴 '서울선언'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29일 한국 정부는 대통령 직속 민관참여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정부와 산업계,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100여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고 하는 이 위원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국정 전반의 사안을 심의, 의결하며 탄소중립 국가전략 및 주요정책, 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출범을 앞둔 위원회를 두고 몇몇 시민단체는 그간 정부 위원회가 보여준 행동을 근거로 이번 위원회 역시 '보여주기'식 역할, 즉 탄소중립을 위한 과감하고 책임 있는 행동은 회피하고 있는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등 다수 위원회들이 만들어졌지만 위원회 활동의 결과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석탄발전 폐쇄 선언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언론을 통해 알려진 위원회 역할만을 보면 이런 우려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탄소중립 관련 국정 전반 사안을 심의하고 주요 계획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위원회의 역할은 우리 사회가 2050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탄소중립은 정부 부처 단독의 정책 사업으로 달성할 수 있는 일도, 시민단체의 운동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온실가스 저감의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부처들 간의 정책 사업이 조율되어야 하며 저탄소 산업 전환을 위한 정부 정책들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기회 되어야 하고 에너지전환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방향성을 탄소중립 정책이 갖도록 해주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 정책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이행되어왔다.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으로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9년 현재 8.13%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에 머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발 늦은 정책으로 인해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를 둘러싼 갈등들이 터져 나오며 에너지 전환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전력에 대비하지 못한 전력 계통 시스템과 전력 시장도 에너지 전환에 지장을 주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전력 정책만이 아니라 수송 부문, 난방 등 열부문의 전환 전략이 마련되어야 하나, 아직 이에 대한 준비가 되고 있지 못하다. 수송 부문의 전환 수단으로 수소경제 로드맵이 마련되었으나 실질적인 탄소중립 이행에 필요한 그린수소 전략은 미흡하고 전기자동차 확대와 이를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 수단으로 활용할 전략도 제시된 바가 없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앞으로 마련될 에너지전환 정책들이 전력만이 아니라 에너지 전반을 포괄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한편,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저탄소 산업구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탈탄소 공정 확산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 및 확산 장려 방안, 산업 부문에서의 순환 경제 정착 방안에 관한 종합 전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도시국토의 저탄소화를 넘어 순배출 목표 달성을 위한 국토 이용종합 계획의 재정비, 탄소 흡수원으로서 토지 이용과 산림 이용의 장기 전략 또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전략 이행 과정에서 산림 이용과 보전 계획 상충으로 인한 갈등이 유발되지는 않을지, 산업 부문별 불균형 발전이 초래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평가도 위원회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위원회는 탄소중립 이행을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의 참여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 모색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부처별로 정책 사업들을 잘 기획하여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소중립 비전, 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이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만든 계획이므로 참여도 적극적이게 된다.

영국의 경우, 2019년 탄소제로 목표를 설정하면서 국민, 시민사회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내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일환의 하나가 2020년 영국의회가 창설한 시민의회이다. 영국 인구 구성을 대표하여 임의로 선출된 108명의 시민들이 영국의 넷제로 실행 방안에 대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대면 토론과 이후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2020년 9월에 보고서가 발간되었고 이 보고서는 의회가 정책 권고안을 만드는데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시민의회를 거치면서 영국 시민 사회 전체의 2050 탄소 제로 목표에 대한 지지는 높아질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탄소중립 이행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를 제안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50 탄소 중립을 향한 여정은 모두가 함께 가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기에 이런 시민 참여 작업은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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