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지워버린 포용적 복지국가
포용적 복지국가를 표방한 촛불 정부에서 이뤄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지난 4년 평균 2% 남짓한 인상률에 불과했다. 정부 12개 부처 73개 복지 프로그램이 기준중위소득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복지에 대한 필요가 있는 국민들이 복지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들에게 얼마만큼 안전망을 펼칠 것인지,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기준중위소득은 단순한 지표가 아닌 복지제도의 중심이다. 지나치게 낮은 기준중위소득은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앙상하게 만든다. 수급자가 되기도 어렵고, 수급자가 되어도 살아가기 어렵다. 생계 급여의 수급 자격은 기준중위소득 30%다. 의료 급여의 수급 자격은 기준중위소득 40%다. 수급자의 실제 급여는 수급 대상자의 소득 인정액을 제외하면 더욱 앙상해진다. 생계 급여는 선정 기준이 곧 최저보장 수준이므로 소득 인정액이 줄어야 기준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득 인정액에서 근로·사업 소득은 30%까지밖에 공제되지 않는다. 한 달 내 폐지를 주워 10만 원을 번다면 30%를 공제하고 7만 원은 실제 수급액에서 차감한다.문재인 정부의 변명
작년 기준중위소득 결정 시기에 계측된 필요인상률은 16%를 넘었다. 두 개의 값이 합산되어 있다. 첫째 지난 3년간 중위소득 평균인 기본인상률 4% 정도다. 이와 같은 기본인상률은 원칙으로 합의되었다. 둘째 기준중위소득은 통계청의 공식 통계자료를 활용하도록 하는데, 2017년 말 통계청의 공식 소득분배지표 분석 데이터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됨에 따라, 중위값 증가분 12% 정도가 발생했다. 16%는 기본인상률과 통계자료 변경에 따른 증가분이 합해진 값이다. 하지만 정부는 정해진 산출 방식을 무시하고 2.68%의 지나치게 낮은 인상률을 최종 결정했다. 인상률 추산의 원칙으로 합의된 3년간 중위소득 평균 기본인상률은 1%로 결정하고, 통계자료 변경에 따라 반영해야 하는 증가분은 6년 동안 나누어 반영하도록 하면서 1.68%로 결정했다. 그 결과 실질적인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중위값과 기준중위소득은 10%p 이상 차이 난다. 국민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공식 통계자료 상 중위값을 반영하지도 못한 것이다. 현재 2022년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월말이면 차년도 기준중위소득이 최종 결정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1.4%의 낮은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제시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필요인상분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낮은 인상률을 제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변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 한다.강서구 일가족의 죽음에 부쳐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무력화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을 내팽개쳐왔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 집권여당은 종합부동산세 부자감세안을 발표했다.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한 집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고, 집 소유 열망을 가진 중산층에 정책 구애를 펼치고 있다. 월세 10만 원에 시름하다가 일산화탄소를 마신 강서구 일가족과 반서민 친기득권의 길로 오롯이 걸어가는 정부여당 행태가 대비되어 절망스럽다. 더없이 큰 지지율과 개혁 열망을 품고 탄생한 촛불 정부 아니었던가, 180석 이상의 거대한 힘을 가진 여당이 아니었던가, 한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품어주고, 지켜줄 힘이 없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는 인색한 기준중위소득 인상률 뒤에 가려진 고통 받는 서민의 삶을 살폈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데 골몰할 것이 아니라, 서민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데 사력을 다했어야 한다. 강서구 일가족의 명복을 빈다. 강서구 일가족의 죽음에 부쳐 묻는다. 국가와 의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있는가? 촛불 정부가 자랑하는 포용적 복지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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