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하게 말해서 친-산림바이오매스 쪽 입장(우리나라로 따지면 현재 산림청의 입장과 유사)은 적절한 산림관리에는 벌채와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이 동반되어야 하며, 탄소중립적 입장에서도 순탄소흡수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 벌목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반면에 반-산림바이오매스 입장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하면 산림황폐화를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도 가속화하는 만큼, 산림은 자연적인 상태 그대로 보존해야한다는 것이다. (☞) 두 주장 모두 상당한 과학적 배경이 있으며, 찬찬히 뜯어보면 어느 한쪽의 편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지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민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산림이다. 전세계적으로도 산림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의 녹화는 전쟁 후 황폐해진 국토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녹화한 우수 사례로 꼽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의 산림 사랑은 남다르다. 또 다른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배경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설정 과정이다.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2050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안)에 따르면, 추가적인 산림관리 없이 지금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20년 기준 이산화탄소를 4천만톤 이상 흡수한 우리나라 산림의 흡수량은 2050년에는 2천만톤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그 주요 원인으로 우리나라 산림의 영급구조를 꼽았다. ‘30년 이상 된 나무는 탄소흡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나무 하나 개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 단위면적 당 숲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자랑거리로 삼은 1970년대의 치산녹화사업 때 한국은 속성수, 유실수, 연료림 위주로 조림을 해왔다. 우리 산림은 임업부산물 채취, 목재생산 등 실질적인 혹은 경제적인 활용가치 외에 경관적인 조성을 위한 산림으로 성장했다. 그 때문에 약 30~40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기준으로 우리의 산림은 관리가 어려운 밀림형태가 된 만큼, 시대 요구에 맞게 우리 숲의 영급구조를 개선하고 수종갱신도 필요하다는 게 산림청의 입장이다. 또한, 과거 무계획적인 조림으로 인해 우리나라 나무의 둘레는 비슷한 수령의 외국 나무에 비해 현저히 작아, 앞으로는 경제성을 갖춘 지속가능한 숲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산림의 중요성에 관한 시각이 변화한 뒤 한국은 1988년 3차 자원화계획부터 4차 산림기본계획을 거쳐 경제수 조림과 수종갱신 등을 위한 조림 활동을 계속해왔다. 1998년 4차 산림기본계획 때부터는 산림을 심는 것보다 가꾸는 정책으로 전환하였으며, 이후 2002년 산림조사 결과에 따라 시급하게 가꾸어야하는 산림 215만ha의 숲가꾸기 5개년 추진계획이 수립됐다. 즉, 탄소중립 정책과 상관없이 벌채 등을 활용한 숲가꾸기 사업은 오래전에 형성된 산림 정책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아래의 숲가꾸기 사업면적은 풀베기, 덩굴제거, 어린나무가꾸기, 솎아베기 등 반복적으로 시행한 연면적 개념으로 실제 숲가꾸기가 실행된 산림은 훨씬 적다.해외에서도 전직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 고문이었던 카본 브리프의 존 베딩턴 교수는 블로그에 "바이오매스 이용이 산림의 벌채와 수확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매스보다는 풍력과 태양광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는 바이오매스 원료 공급을 위해 벌채한 산림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탄소를 흡수하려면 회복에 70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2014년 미국 환경 보호국(EPA)은 "모든 바이오매스 에너지가 탄소중립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바이오매스의 친환경성은 바이오매스 유형, 연소 기술, 대체되는 화석 연료, 해당 지역의 산림관리기술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EPA는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이용 바이오매스나 제재소 부산물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목재활용이 그만큼 활발하지 않고, 미이용 바이오매스만으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는 데 우려가 크다.여러 논란 끝에 유럽연합은 지난 7월 14일,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최소 55% 감축 목표를 채택했고, 토지 사용과 임업 및 농업에 관련하여 2030년까지 산림의 질, 양 및 탄력성 개선을 통해 310미터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해당하는 자연흡수원에 의한 탄소 제거 목표를 제시했다. 벌채 및 바이오매스 사용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획을 세우면서 산림 관리인과 산림 기반 바이오 경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면서 바이오에너지 사용에 대한 부분은 보다 엄격한 지속가능성 기준을 제정하고 관리하도록 했다. (☞) 이러한 EU의 결정은 바이오매스 에너지 이용은 산림관리와 섬세하게 동반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로써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산림관리와 바이오매스 활용은 끊임없는 논쟁을 낳고 있다. 이 논쟁이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좀 더 건강하게 발전하기를 바란다. 바이오매스를 산림 부산재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에너지 수급의 효율성을 높일 대안으로 생각하고 알뜰하게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만, EU에서도 바이오매스 활용의 다양한 우려를 반영했듯, 국내 바이오매스 활용을 위해서는 지역적 특징, 기술적 한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 등을 활용해서 산림의 경사, 수종분포, 인근 지역 에너지 수요 등을 반영하여 임도,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우선순위로 두되, 열에너지 등 바이오매스가 효율적인 부분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그리고 섬세하게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가장 효율적인 바이오매스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오용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바이오매스가 배출원이 아닌 진정한 흡수원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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