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됐다"면서도 '보수' 방향성은 확실…근거는?
최 전 원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출마 선언에서 기업·일자리·부동산 등 경제 영역에 대한 보수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출마선언문에서 "이 정부는 규제를 위한 규제를 남발한다.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고 이념을 앞세웠던 정책 운용을 확 바꿔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는 것보다 기업이 돈 잘 버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돈 잘 벌면 자연히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계 안팎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과 다른 처방이다. 그는 "주 52시간제 부분은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해서, 경제가 좀더 활발하게 움직일 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또 "중대재해법은 너무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책임 범위를 확장시키는 법률"이라고도 했다. 노동·안전 분야 규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 31일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고 한 데 이어 이날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고용자 피고용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단편적인 정책이다. 서로가 서로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했다. 출마선언문에서 "청년들의 취업을 가로막고 있는 노조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워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해 청년층 취업의 걸림돌로 '기업의 고용 축소'가 아닌 '노조'를 지목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노조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출마선언문과 기자 질의응답, 사전 행사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그는 "귀족노조 문제는 대규모 노조들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이제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기득권이 돼버렸다. 심지어 고용세습까지 요구하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귀족노조의 모습이 기업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고 또 청년들 취업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전행사에 한 지지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노조의 기득권을 양보해서 모든 근로자에게 그 혜택을 골고루 나누고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뻗어나가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질의응답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 집 마련의 꿈,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꿈을 무시하고 이념적으로 밀어붙인 게 지금 같은 부동산 지옥을 만든 원인"이라며 "간단히 말하면 이 정부가 하고 있던 것과 반대로만 하면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양도소득세로 거래를 막는 게 아니라 완화해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게 하고,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과감히 (양도세와 보유세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또 "임대료 안정화를 위해 등록임대사업자 규제를 풀어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사전행사에서도 "다주택자 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게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고 1주택자에 대해 보유세와 양도세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했다.복지·교육·에너지 등 사회정책도 보수색 완연
출마선언문에는 사회분야 정책 구상도 담았다. 최 전 원장은 "복지는 국민의 혈세를 자기 돈처럼 뿌려서 표를 사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자원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깨어 있는 국민만이 포퓰리즘이라는 복지의 타락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누구나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겠다",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 하향평준화로 기회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실력 향상의 뚜껑을 열어 놓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과 각을 세우는 한편 수월성 교육 강화 의지를 시사했다. 그는 특히 "탈원전(탈핵)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구축하겠다"면서 "잘못된 이념과 지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세계 제일의 원자력(핵발전)산업 생태계가 무너졌다"며 "원자력 산업을 본격적인 수출산업화해 품격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주장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나온 질문 가운데, 남북 정상 간 대화 가능성에는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고, 대중외교 전략에 대한 질문에는 "원칙있는 외교, 당당한 외교"를 강조하며 "중국이 어떤 말을 해도 말도 못하고 굴종적 태도를 보이는 현 정부의 태도가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당당한 외교를 펼치면서 자유민주주의·법치 등의 가치를 공통으로 하는 나라와 관계를 더 공고히 하며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페미니즘이 이성 간 교제를 막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생각을 묻자 "제가 (윤 전 총장의) 진의가 뭔지 잘 모르겠다. 페미니즘 문제를 보는 저의 시각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다"며 "젊은이들의 남성·여성 문제 갈등은 가슴아프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에게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하게 경쟁할 시스템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양성평등 문제가 완전하자는 않아도 많이 실현되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관행·인식에서 갈등이 있는 것이 더 근본적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정부가 법·제도 문제뿐 아니라 사회에 퍼져있는 관행과 인식에서의 상호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감사원장 왜 그만뒀나' 대답 충분했을까?
헌법기관장인 감사원장이 임기 도중 사퇴하고 대선에 뛰어든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에 대해 그는 "감사원장으로 있으면서 현 정권의 일이라도 검은 것은 검다 하고, 흰 것은 희다 했다. 아무리 중요한 대통령의 공약이라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켰다"며 "일부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국정철학과 맞지 않으면 차라리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고 했지만 저는 물러서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그랬던 제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감사원장직을 사퇴하고,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오로지 이념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속에서도 저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서 직무를 수행하려고 했지만 벽에 부딪혔다. 그 벽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과, 감사원 업무 영역의 한계"였다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감사원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고 '좋은 평판을 받는 사람'으로 남느냐,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대한민국을 위하여 나를 던질 것인가. 저의 선택은 대한민국이었다"고 설명했다. 인격자라는 세평에 대해 출마선언문에서 "병역 명문가, 친구와의 이야기, 입양 등 많은 분들이 (저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도와주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는 당연한 일들을 한 것에 대하여 주목받으니 송구할 뿐이다. 이런 일이 칭찬받을 일이 되기보다는 당연한 일이 되는 품격 있는 나라를 꿈꾼다"고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 대선 경쟁자인 다른 주자들에 대해 "윤석열 후보는 정말 훌륭한 분이다. 정권의 탄압에 의롭게 맞서고 야권 결집을 이뤄냈다"고 호평하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비교우위를 말해보라는 질문을 회피하거나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저에게) '경제 철학이 부족하다'고 했다는데, 당연하다. 제가 김 전 부총리만큼 경제를 알겠느냐. 김 전 부총리 말씀의 취지를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국민을 위한 좋은 대안을 내놓겠다"고 언급한 대목도 기존 정치인들과 사뭇 다른 태도였다. 정책에 대한 구체적 질문에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준비된 답변이 없다. 양해해 달라"고 솔직한 태도를 보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같은 답변이 나온 질문의 내용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로드맵',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 '가장 문제가 되는 기업 규제 법안의 내용', '국가 미래 먹거리 육성방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책' 등 충분히 예상 출제 범위 내에 포함될 만한 것들이었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선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예의를 다하면서, 노조에 대해서는 "귀족노조", "약자가 아닌 기득권" 등 비난을 퍼붓는 태도를 보인 점, 구체적 정책에 대한 의견은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노동·규제에 대해서는 강경 보수의 시각을 자신감 있게 내보인 점,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사람들이) 보수 인사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다"고 자평하고 있는 점 등도 비판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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