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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노동자가 30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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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노동자가 30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 가는 이유 [기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현장 투쟁 없이 가능하지 않다

출판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은 쓸모가 없다

날이 차가워지면 어김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노조 달력을 만드는 것이다. "회사가 노답일 때, 노조가 답이다"라고 떡 하니 박힌 책상 달력을 만들어 전체 조합원에게 배포하는, 이른바 노조 굿즈를 몇 년째 담당하고 있다. 이번엔 달력의 전체 내용이 담긴 '출판노동 Q&A : 노동 상황 대응 매뉴얼'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외주출판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예술인 고용보험에 대한 설명, 직장내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 내용은 뭔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출판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등 바뀐 법제도에 대해 쉽게 풀어써 조합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그러나 2022년판 달력 첫 장에도, 출판노동 Q&A 첫 부분에도 달라지지 않을 내용은 바로 사업장 규모에 따른 법 적용 의무에 대한 것이다. 근로계약서 작성은 1인 이상, 근로기준법 적용은 5인 이상, 취업규칙 작성 및 신고는 10인 이상, 노사협의회 설치는 30인 이상이라고 한 부분은 그대로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하면 된다. 이 간단한 작업 앞에서 다시 한번 절감한다. 5인 미만 출판사가 전체 70%, 10인 미만 출판사가 전체 85%에 달하고, 출판사 책 발행의 30%가 외주로 이뤄지는 출판계에서 근로기준법은 재직노동자건 외주노동자건 할 것 없이 출판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장 쪼개기를 뒷받침하는 외주노동자의 문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제외 문제를 지적할 때 나오는 얘기가 바로 '영세성'이다. 그러나 의원, 변호사 사무실, 종교단체, 학원 등과 같이 사업장의 규모가 작더라도 매출액은 적지 않은 사업체가 있다는 사례는 정부기업에 의해 의도적으로 삭제된다. 출판업도 다르지 않다. 출판사에 고용된 노동자의 수를 가지고 출판사업의 영세성을 운운한다. 그러나 책은 오로지 출판사에 재직된 노동자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간도서 1권 발행 시 투입되는 평균인원은 자사 2.3명, 외주 1.7명이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출판사업주는 외주 노동자들을 활용해 1~2인, 5인 미만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 생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외주 출판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일부만 적용받는 5인 미만 출판사를 유지 가능케 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업장 쪼개기는 출판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언제든 구조조정이 가능한 구조로 출판사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사라지더라도 책은 남기 때문이다. 새 책을 만들어야 한다면? 손쉽게 외주편집자, 외주디자이너를 활용하면 된다. 그래서 5인 미만의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마치 근로기준법 개정만 이뤄내면 뭔가 대단히 해결될 것처럼 접근하는 건 순진하다. 무엇보다 이러저러한 난관을 뚫고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현장에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투쟁 없이 근로기준법 개정도 현장 강제도 없다

'2016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작성 55.6%, 4대 보험 가입 59.3%, 퇴직금 지급 59.3%이다. '2020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작성 77.9%, 4대 보험 가입 94.5%, 퇴직금 지급 82.3%이다. 여전히 출판사는 최소한의 법적 사용자 의무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몇 년 동안 법 적용 비율이 늘어나기는 했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노동조합의 투쟁 때문이었다. 성폭력, 해고 등에 맞서 출판노조가 현장의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투쟁함으로써 정부 전수조사도 시작되었으며, 출판사용자들은 기본적인 노동관계법은 준수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치게 된 것이다. 현장의 조직과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예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을 이뤄내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있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점이 있다면, 현장을 강제하는 힘이 노동자에게 있느냐 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근로기준법을 온전히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바꿔내는 힘도,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현장에 적용하는 힘도 결국엔 조직된 노동자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촛불을 든다. 5인 미만 노동자들을 비롯해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국회가 답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선의가 아니라, 바로 현장 투쟁이 답이라는 것을 긴 시간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출판현장이 바뀌려면, 출판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는 다시 촛불을 든다.

내 곁의 사람들과 함께 10월 30일,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 세상을 바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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