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진 가운데, 방향을 좌우할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에 대해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선대위가 크다고 선거에 이기는 게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대위 인선은) 내가 '예스'를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후보 스스로 확신성을 갖고 결심을 하는 것"이라며 "내가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을 하게 되면 어떤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추진을 해야 되는데, 주변 사람들이 거기에 동조해서 따라올 수 있지 않을 것 같으면 뭐하러 가느냐"면서 "내가 노태우 대통령 경제수석으로 들어갈 때도 확실하게 문서로 '이렇게 이렇게 하시려면 나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관두시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장이 이른바 전권(全權)을 요구하는 것으로 읽힌다는 질문에는 "그건 전권하고 별개의 문제", "내가 무슨 전권을 달라고 했다? 전권을 갖다가 어디다 쓸 거냐"라며 "전권이라는 것은 인사고 뭐고 자기가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내가 늘 100% 확신이 없으면 안 한다고 하지 않느냐"며 "지금 현재로서는 내가 정확하게 100% 확신을 할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나는 지금까지 인생을 거의 다 산 사람이고, 이번에 일을 하면 마지막"이라며 "마지막 일을 그르치고 싶지도 않고, 마지막 일을 해서 결국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차라리 처음부터 안 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위해서는 좋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가 지금 (대선후보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직"이라며 "적당히 그냥 상황에 따라서 왔다갔다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 번 말을 했으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되고, 상황이 변경됐다고 해서 적당히 어물어물 지나가려고 해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 기간 동안 윤 후보와 거의 매주 직간접 소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8일 <신동아> 대담에서도 "여러 차례 대선을 경험해 봤는데, 대선에 입후보하는 분들을 보면 후보 시절에 공식 후보가 되기 전과 후보가 된 다음에 사람이 좀 변하는 성향이 있더라"고 꼬집기도 했다. 구체적인 선대위 구성론과 관련해, 이른바 '매머드 선대위'로 불리는 대규모 통합형 조직 구상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선대위가 크다고 선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을 많이 끌어다 놓고 할 것 같으면, 일반 국민이 식상해 하는 똑같은 얼굴들 내놓고 있는 건데 (그래서는) 감흥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석열 후보라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결국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중도·부동층의) 사람들이 '(윤 후보도) 그와 비슷한 형태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윤 후보 주변에 있는 인사 중에 대선에서 빠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느냐'는 취지의 물음에 그는 "그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가장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냉소하며 "윤 후보는 자기가 대통령이 되려면 상황 인식이 정확해야 한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한 가지 개인적으로 충고를 해 주자면, 사람에 너무나 집착하면 성공을 못 한다.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들도 지나치게 어느 특정한 사람, 편리한 사람들에게 집착을 하다가 결국 실패한 것"이라며 "대표적인 게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던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후보가 확정된 다음에 여론조사 지지도가 꽤 많이 상승하기 때문에 붕 뜰 수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데에 너무 도취할까 싶으면 또 언제 실의에 빠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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