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검은 석탄이 몰리고 있다. 현재 삼척과 강릉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주민들은 대기오염의 기휘위기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몇 년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바로 옆 홍천과 횡성은 송전선로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다. 삼척과 강릉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보내기 위한 철탑을 세우겠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 갈등과 논란의 시작은 사실 강원도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지만 전력 생산량은 최하위인 지역, 서울과 경기 지역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들 지역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탑을 짓겠다는 것이다. "왜 수도권에서 소비될 전기를 멀리 강원도에서 생산해서 굳이 새로 송전선로까지 지어가며 실어 나르려는 것일까요." "더 이상 우리 농촌은 수도권의 희생양이 될 수 없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송전탑으로 이어지는 지역이 도시에 묻고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가. 이웃의 희생을 강요하는 전력정책에 찬성하는가. 침묵과 방관은 암묵적인 동의나 다름없다. 정의로운 전환에 ON 해야 할 때다.
도시가 정의로운 전환에 나선다면
정의로운 전환은 에너지 전환의 피해자가 수혜자가 되도록 하는 전환,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환을 핵심으로 한다. 예를 들면, 석탄발전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자가 되는 석탄광산의 광부들, 내연기관차 퇴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자동차 산업의 노동자들과 같이 에너지 전환으로 자리가 위협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환의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환은 에너지 전환에서 무엇보다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다.지역이 에너지전환 수혜자가 되어야
에너지전환은 기존 화석연료 중심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라는 기술의 변화도 있지만, 새로운 설비 전환에 따른 소유권의 이전, 시장의 변화, 제도의 변화도 반드시 따른다. 따라서 그 변화는 그 누군가에게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전환의 이익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과정이 설계되고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논의를 지역과 지역 사이의 문제로 치환한다면 한국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그 동안 석탄발전, 원전이 집중되었던 지역이 에너지전환의 수혜자가 되어야 하며, 에너지의 수요지인 도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집중되는 농촌지역에서 나타날 에너지 전환의 부작용을 방지하도록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농촌지역은 그동안 대도시로 향하는 대용량 송전선로 건설의 공정성 문제, 외지인 중심 태양광 개발과정에서 지역주민이 소외되는 문제, 농지 축소, 경관훼손 같은 난개발의 문제점 등을 말해왔다. 대도시는 에너지의 수요처이면서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토지는 적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개발 수요를 만든다. 이런 이유로 재생에너지조차 농지와 산림을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광이 농지축소의 주범이라거나 태양광 확대는 난개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태양광은 좀 억울할 수도 있다. 최근 10년 동안 나타난 농지전용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경지면적은 매년 약 1만5000ha 가량이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전용되고 있다. 이러한 전용으로 10년 전 약 170만ha였던 농지는 2019년 기준 158만ha로 줄어들었다. 농촌태양광 보급 때문에 전용된 농지는 2018년에 가장 많았는데 3675ha로 2018년에 전용된 전체 농지의 22.5%에 달했다. 2019년에는 15.5%를 차지했다. 물론 태양광 개발로 인한 농지전용이 급속히 늘어나긴 했지만 농지 전용의 80%는 태양광이 아닌 다른 이유에 있다. 농촌경제연구원(2021)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지전용 목적은 공공시설(32%), 기타(33%), 주거시설(19.4%) 등이었다. 신도시 개발처럼 새로 택지를 공급하고 여기에 필요한 도로와 공공용지를 공급하는데 지금까지 훨씬 더 많은 농지가 들어갔을 것이다. 태양광이 농지파괴의 주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태양광이 농지 잠식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는 질서정연한 배치계획을 둔 개발이 아니라는 점, 개발 진행자가 공공이 아닌 민간이고, 설비의 소유자 역시 농민이나 지역주민이 아닌 외부 거주자이면서 민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개발로 보이지 않고, 그 개발에서 생기는 이익이 특정 개인에게 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재생에너지 개발 절차는 고쳐나가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정의로운 전환에 나서라
그렇다면 도시가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반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보급되어야 할 총 재생에너지 설비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에너지는 산업 부문에서 50% 이상을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에너지 수요를 줄여도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정도는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시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는다는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자급률을 높이는 방법은 단순하게 나누자면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도시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태양광 공급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 여름에 밝혀진 것처럼 50W~1kW 규모의 베란다 태양광의 기여도 전력 피크 부하를 줄인다는 면에서 중요성이 결코 작지 않다. 더 많은 베란다 태양광이 필요하다. 모든 지붕과 공공 부지와 하천 부지, 도로도 시민들의 참여와 함께 입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요를 줄이는 노력은 에너지전환에 더 효과적일 수 있고 결코 수동적이지도 않다.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송 부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일은 자본투입이 많이 필요하지만 어쨌든 도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서울시가 기후변화기금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물 성능개선(빌딩 리트로핏 프로그램, BRP) 융자지원 사업이나 건물 부문 탄소배출권 사업은 도시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보편화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더 높은 에너지 효율과 탄소배출 저감, 도시의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 생산시간과 동조시키기 위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차도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시에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시민사회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시스템의 변화를 정의로운 전환으로 이끌 수 있다. 도시가 정의로운 전환에 나선다면, 그 주체는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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