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0일 전후로 예정됐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암중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연일 "잘 진행되고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만 하고 있으나, 중진의원 기용,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역할 문제 등을 놓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조율이 막판 난제로 남았다.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17일 새롭게 화제가 된 이름은 김한길 전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김 전 대표는 과거 민주당 비노·비문계 좌장격 인사였으며 2012년 민주당의 대선 패배 직후 당 대표를 지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당시 '안철수 신당'으로 불린 옛 국민의당에서 총선 상임선대위원장, 당 공동대표 등 최고위급 직책들을 역임했다. 윤 후보의 대학 선배로, 후보와 가까운 사이인 권영세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 영입설과 관련 "가능성이 있다"며 "구체적 내용은 모르지만 (김 전 대표는) 윤 후보 측과 계속해서 경선 과정에서도 그 이전에서도 교류를 했던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상대 당에서 계속해서 활동을 해 오셨던 분이 우리 당 선대위에 합류한다면 중도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가 중도 확장성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5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용호 의원과 조찬을 했고, 김영환 전 의원은 경선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윤 후보를 도왔다. 옛 국민의당 출신인 김경진·송기석 전 의원도 특보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이들 인사들은 민주당·국민의당에서 김 전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중도 확장'이라는 방향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이견이 없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윤 후보에게 민주당 출신 금태섭 전 의원 영입을 추진해 보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도서 출판기념회에서, 도서 발간위원장을 맡은 금 전 의원을 윤 후보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했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선대위 주요인사에 참신성 있는 메시지가 담겼냐다. 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특히 강조하는 가치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잡지 등 인터뷰에서 연달아 "일반 국민이 새로움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거 대책을 세워야 된다"고 했다. 후보 주변에 늘어서게 될 선대위원장급 인사에서 다선 중진들을 최대한 배제하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는 최근 윤 후보의 행보와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권 의원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직간접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보인 인사들의 기용설에 대해서도 모두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 물망에 오른다는 말에 대해서도 "그렇게 듣고 있다"고 했고, 장제원 의원 비서실장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나름대로 일정한 역할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후보가) 당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경선 때부터 발을 맞췄던 사람들을 측근이라고 모두 다 내치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 나와 "후보가 결정을 해야 하고, 김종인 전 위원장과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장 의원을) 꼭 비서실장으로 임명하겠다면 또 양해를 구하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후보는 현재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을 당 사무총장으로 이동시켜 사실상 총괄선대본부장 역할을 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지난 15일 이준석 대표와의 당사 회동에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권영세·윤상현·김도읍·추경호 의원을 선대위 본부장급 인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또 전날 당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차담을 갖고 나 전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경선 선대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 등 친윤계 중진들도 대선 본선 선대위에서 여전히 중책을 맡게 될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많다. 이들은 모두 '다선·중진 정치인'으로 볼 수 있어, 김종인 전 위원장이 그리는 그림과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용태·정태근·윤희숙 전 의원 등 과거 당 내에서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쌓은 인사들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선대위 구성에서 마지막 남은 고비는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간의 협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준석 대표는 전날 경주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내일(17일) 윤 후보와 제가 사무총장 문제를 포함해 상의를 하는데, 그 이후 성안된 것을 갖고 김종인 전 위원장과 최종 상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대위 1차 인선 발표는 이르면 17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에 대해 윤 후보는 전날 "아주 늦지는 않겠지만 내일 발표할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이 대표도 "내일은 조금 어렵다고 본다"고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권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초 예정이었던 20일을) 넘을 수도 있다"며 "시간을 가지더라도 제대로 된 선대위를 출범시켜 교체 없이 3월 9일까지 쭉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통해 "1차 선대위 발표는 다음 주 중반으로 예정하고 있다"며 "내일(18일)은 권성동 사무총장 인선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정했던 20일을 넘길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수석대변인은 또 "윤 후보는 오늘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나 선대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며 "구성과 조직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았고, 중요 직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후보의 인선 방안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는 정치 입문부터 지금까지 경험과 경륜이 높은 김종인 위원장으로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고, 김한길 전 대표와 김병준 전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이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해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회동 사실은 이날 오후 이준석 대표에 의해 알려졌다. 이 대표는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예정됐던 윤 후보와 자신과의 만남은 불발됐다면서 "제가 지역 일정을 하러 가는 길에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먼저 만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두 사람이 오후에 만났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두 사람의 상의 내용을 자신도 전달받았다며 "대부분 동의한다. 이견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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