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총선의 압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망각한 듯하다. 필자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21대 총선: 이면의 분석과 과제-사전투표자, 50대, 18세가 선거판을 뒤바꿨다"(2020년 4월 23일자) 기사에서 분석한 대로, 국회의 거의 2/3 가량을 차지한 21대 총선에서도 사전투표자를 제외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졌다.(지역구의 경우 774만여 표 대(對) 782만여 표, 비례대표 시민당과 열린 민주당 38.77% 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 당 40.63%) 코로나 공포에 떤 유권자들이 대거 사전투표에 참여하여 방역을 잘했다는 이유로 248만여 표나 더 얹어준 덕에 역전된 것이다. 분단모순과 반공이데올로기, 보수언론의 과점, 신자유주의적 탐욕의 내면화, 부르주아 교육 등의 원인으로 보수층이 진보보다 대략 30% 대 25%의 비율로 많다. 영남의 유권자가 호남의 유권자보다 21대 총선 기준으로 2.55배나 많다. 민주화운동 세대의 50대 진입으로 구도가 약간 변하긴 했지만, 고령층의 인구가 청년층보다 많다.(21대 총선 기준 4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비율은 66% 대 34%) 무엇보다 분단모순의 맥락에서는 진보적 의제와 정책은 반공이데올로기의 그물을 통과할 때만 살아남으며 보수언론의 공세를 견뎌낼 때만 담론이 된다.
지금 이대로 가면 이재명 후보의 필패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민주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유리한 프레임, 중도확장, 호남에서의 80%-90%대 지지율,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 수도권 50%대 지지율, 부울경 30%대와 대구경북 20%대 근접 등 6가지를 고루 갖추어야 하는데 모두가 안 좋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프레임인데 정권교체의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중도층이 대장동 의혹 때문에 주저하고 그렇게 끌리는 정책도 없기에 지지율은 30%대를 못 벗어나고 있다. 선거에서 조직은 바람을 못 이기고 바람은 구도를 이기지 못한다. 보수에서 두 명이 나온 것은 필승의 구도인데, 역대급 비호감 대선과 네거티브 바람에 윤석열을 떠난 표가 이재명으로 오지 않고 안철수에게 가고 있어 오히려 완충 구실을 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 60%대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조국사태와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 실패, 여혐으로 절반에 이르면 다행일 지경이다. 지역적으로도 호남이든 수도권이든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투표율과는 거리가 멀다. 그나마 윤석열과 김건희가 너무도 문제가 많아 박빙이라도 유지되는 형국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프레임을 정권교체에서 시대정신의 구현으로 바꾼다. 불평등의 극대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지정학적 위기, 디지털화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의 위기, 코로나 위기, 공론장의 붕괴와 민주주의의 위기 등 코로나사회 이후의 6대 위기의 극복을 시대정신으로 천명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과감하게 내놓는다. 더불어 모든 586의 총선 불출마 선언, 대통령의 탈당 등도 고려한다. 둘째, 단 하루라도 빨리 대장동 의혹을 말끔하게 털어낸다. 상위 10%가 절반의 소득과 7-80%에 이르는 자산을 과점할 정도로 불평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사기를 쳐서 투자액의 1,000배의 이익을 취하였다는 점은 계층과 세대, 이념을 떠나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잘못된 정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분노하게 한다. 이 좌절감과 분노가 잠재된 상황에서 대장동 관련자에 대한 재판이 계속 되기에 시시때때로 각인시켜 준다. 아무리 결백을 주장하고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여러 의혹들이 살아남아 있고 떠도는 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엎을 정도의 지지로 나타나지 못한다. 시간이 늦었지만 과감하게 특검도 진행하고, 모든 의혹에 대하여 공식적이고 철저한 해명을 하고, 관련이 밝혀졌을 시 대통령직도 사퇴한다는 대국민 약속을 모두 단행해야 한다. 셋째, 선거판을 네거티브에서 정책대결과 담론투쟁으로 전환한다. 보수 지지층 대다수는 실제 기득권이거나 기득권이라고 착각하거나 이로 상승하고자 하는 이들이다. 기득권은 경쟁적인 시장체제를 원하기에 인물이나 정책과 관계없이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악마 같은 후보라도 투표한다. 반면에 진보층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이 좀 더 잘사는 세상을 원하기에 진정성이 있는 후보에게 투표한다. 그러기에 네거티브로 갈수록 진보는 불리하다. 약발이 다된 기본소득이 아니라 20대 청년에 대한 기본자산제, 311만호 주택 공급이 아니라 국가 소유 토지의 100%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청년 우선 분양, 국립대학네트워크와 교양대학을 매개로 한 입시철폐와 대학서열화 해체, 부유세 등으로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선거판을 확 바꾸어야 한다. 보수언론과 국민의 힘, 기득권이 비판하고 나올수록 유리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지적대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할수록 코끼리를 생각하는 것처럼 프레임이 더욱 강화한다. 게다가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이라는 이재명 후보의 강점이 다시 부각된다. 넷째, 우클릭으로 중도확장하지 말고 그들의 감성에 다가가는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정책을 제시한다. 여러 실험에서 입증되었듯, 중도는 이념에서 가운데가 아니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고정되지 않은 채 가치관과 이해관계, 감성에 따라 정책과 인물을 선택한다. 우클릭할수록 진보는 기권하고, 중도는 진정성을 의심하며, 후보는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신뢰마저 잃는다. 사이다 발언과 추진력은 잘 부각시키되, 부드럽고 소탈한 이미지를 추가해야 한다. 특히 텔레비전 토론에서는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이겼다고 해서 꼭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텔레비전이 가족의 구조를 형성하기에, 시청자들은 똑똑한 스타보다 자기네처럼 평범함을 보여주는 스타를 더 선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를 깨닫고 부드럽고 소탈한 이미지로 전환한 후 지지율이 올랐다.다섯째,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정치교체로는 부족하고 정치변혁을 내걸어야 한다. 시민의회를 비롯한 국회의 개혁, 직접민주주의의 제도화 등 과감하게 기득권 교체의 정치변혁을 약속한다. 지금의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기득권의 대표기관”이다. 21세기 사회에서는 선출하면 물적 자본이든, 인맥과 같은 사회자본이든, 대중적 인기 등의 상징자본이든 자본이 많은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배제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돈 많거나 인기가 많은 이가 당선되어 오랜 기간 권력까지 누리게 된다. 대안은 <프레시안>의 “대장동 게이트는 기득권 게이트다(22년 1월 14일)”에서 밝혔듯,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어 하원은 직능제로 하고 선출을 하지 않고 ‘몫 없는 자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추첨으로 정한 다음 숙의민주제를 매개로 전문성을 결합한다.
여섯째, 지역별, 세대별, 젠더별 맞춤형 선거전략과 정책, 담론투쟁을 구사한다. 지역별로는 호남 80%, 수도권과 충청권 50%, 부울경 30%, 대구경북 20%를 목표로 설정하고 괴리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맞춤형 정책과 행보를 한다. 세대별로는 18세와 50대를 빼놓으면 전반적으로, 전통적으로 진보적인 20-30대에서조차 불리한 듯하다. 부동산정책 실패, 조국사태와 내로남불에 대한 반발, 젠더 모순과 여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이에 공공임대주택의 청년 우선 분양, 기본자산제 등 젊은 층의 가슴을 움직일 과감한 정책과 함께 여혐을 깨는 담론 투쟁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다했음에도 3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 비극이지만 안철수와 단일화를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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