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인>이 설문 조사해 보도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는 향후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두고두고 꺼내 봐야 할 시사점을 대부분 담고 있다. 결론에 해당하는 '기후위기 관련 대선 공약'과 관련한 지지 성향 비율에 대부분 관심이 집중되지만,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항목과 이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는 항목에 눈길이 간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대기업에 있다는 응답이 81.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치권(74.2%)과 중소기업(66.4%), 정부(64.8%) 순이었다. 시민들이 정치권과 정부 책임 못지않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즉 산업 부문이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지침(IPCC Guidelines)에 따라 산정한 국가 배출량을 경제산업 부문별로 재분류한 결과, 2019년 기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55.7%를 차지했다. 건물은 21%, 수송 14.6%, 농축산 3%, 공공기타 2.7%, 폐기물 2.4%의 순이었다. 시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에서 산업 부문을 빼고 기후위기의 책임과 역할을 논할 수는 없다. 산업 부문, 그중에서도 대기업의 기후위기 책임은 막중하다. 녹색연합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36%를 차지했다. 녹색연합은 그동안 개별업체 및 사업장별로 공시되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그룹사 차원에서 분석했다. 그룹사의 기후위기 대응 및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 10대 그룹 중 포스코가 온실가스 배출량 1위로 국내 총배출량의 13%를 차지했고,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 합의 비율은 14.7%였다. 다시 <시사인>의 설문조사 결과로 돌아가 보면, 차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것들을 '법제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 중 '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가 81.9%로 가장 높았다. 동시에 'ESG 경영(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환경 등을 중시하는 경영 방식)을 추진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라는 응답(80.7%)도 높았다. 대기업에 기후위기 책임을 법적으로 묻되 책임을 다하면 인센티브를 주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주요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광고를 쏟아내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9곳 중 70%에 달하는 68곳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ESG에 대한 개념과 명확한 기준, 구체적 실행 계획 없이 기존 조직에 ESG 간판만 바꿔 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사인>의 설문조사에서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기업에 대한 질문에 시민들 대부분(76.3%)은 없음/모름이라고 답했다. 포스코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의 선언인 만큼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추진 중인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 건설로 인해 시민사회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터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포스코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계속하고 있고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기업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규제보다 인센티브에 초점을 둬 왔다. 차기 정부 기후 대책은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대기업들이 거의 '공짜'로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제대로 책임을 묻고 규제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라는 상식이 대기업에만 예외일 수는 없다. 정부가 배출량을 규제하고 대기업은 광고 말고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인센티브는 실적이 있을 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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