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규모가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약 1조6700억 원이 증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List, 이하 GCEL)'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규모는 약 15조 4500억 원으로 파악됐다"라며 "이는 석탄 투자액이 작년에 비해 오히려 약 1조 6700억 원(14억 달러) 증가한 것"이라 주장했다. GCEL은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를 주축으로, 18개국 40개가 넘는 환경단체가 참여해 작성하는 '석탄 기업' 목록이다. 석탄 채굴, 화력발전소 운영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 기반 산업이 전체 매출의 20%를 초과하는 기업들이 리스트에 등재된다. 프랑스에서는 금융 감독 및 규제기관인 AMF(금융시장 감독청)과 ACPR(건전성 감독청)이 GCEL을 기반으로 금융기관 석탄산업 투자 현황을 점검한다.
지난 15일 발표된 'GCEL 투자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은 2021년 11월 기준 84개 기업에 약 128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 금액은 회사채와 주식투자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이는 같은 해 1월 기준, 21개 기업에 114억 달러를 투자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석탄 기업별 투자 현황은 한국전력 투자 금액이 8조 3700억 원(69억 935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포스코에 대한 투자가 3조 7200억 원(31억 897만 달러)로 뒤를 이었다. 두 기업에 투자한 금액은 국민연금의 GCEL 내 기업 투자 금액 중 약 78%를 차지했다. 국민연금 측은 "올해 GCEL 자료에 나온 국민연금 투자 대상 기업들은 기존에 투자하고 있던 기업들"이라면서 "GCEL에 국민연금 기존 투자 기업이 새롭게 등재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도 이전까지 GCEL에는 석탄 기반 사업으로부터 얻는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고, 석탄 생산이 연간 2000만 톤 이상, 석탄화력 발전으로 10GW 이상을 생산하는 기업이 등재됐다. 반면, 2020년도에는 각각 20%, 1000만 톤, 5GW 이상으로 기준으로 적용해 '석탄 기업' 리스트를 확대했다. GCEL에 등재된 '석탄 기업' 또한 21년 1월 기준 934개에서 21년 11월 1032개로 늘어났다. 기후솔루션은 그러나 국민연금의 석탄 기업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명확한 탈석탄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탄 기업'은 늘어나지만, 국민연금의 대응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작년 5월 석탄 채굴,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전략을 도입하겠다며 '탈석탄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이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했을 뿐"이라며 "국민연금의 투자가 대부분 채권과 주식투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PF 투자에만 국한한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이 당장 모든 '석탄 기업'에 투자를 배제할 수는 없더라도 석탄 기업 기준을 세워 투자 배제를 시작해야한다. 대표적인 석탄 기업에 대해서는 그린워싱이 아닌 녹색채권에 한해서만 금융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전체 석탄 기업, 석탄 산업에 대한 투자 배제와 같은 책임투자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연기금 운용사는 탄소 중립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책임 투자'의 가치를 실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 운용사인 KLP의 키란 아지즈 책임투자 리드는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 산업의 기후 리스크 관리와 국민연금의 역할' 토론회에 참여해서 "KLP가 할 수 있는 최대 기여는 투자를 통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KLP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으로, 석탄 투자 제한 기준을 설정한다"라며 "석탄 매출 기준으로 2014년 50%, 2017 30%, 2019 년에는 석탄 제로로 기준을 강화해 나가며 투자사가 기후 대응에 동참 할 수 있는 기후 목표를 적극 제시했다"라고 KLP의 기준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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