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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성 돌봄 노동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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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여성 돌봄 노동자의 어깨를 무겁게 하나 [인권의 바람] 3·8 세계 여성의 날에 모두를 위한 돌봄 혁명의 첫발을 내딛자

넘쳐나는 말과 사건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벼리기 위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들의 고민을 <프레시안>에 연재합니다. 우리의 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싹이 되고, 인권 감수성을 돋우는 생각의 밭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주로 연인관계에 관한 말로, 편안하고 안정된 관계에서 상대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말이다. 코로나 확산 이후 이 말이 자주 떠올렸다. 연인관계를 넘어 익숙하게 지나치던 일상의 소중함을 찾았다. 당연했던 일상을 돌아보며 무의식으로 받기만 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집안일을 해주는 '엄마', PCR검사를 받으러 가면 만나는 보건노동자, 할머니의 간병노동자가 보였다. 일상이 누군가의 돌봄으로 영위되고 있음을 인식한 것이다. 팬데믹을 보내며 돌봄은 더 소중해지고 절실해졌다. 그러나 돌봄의 중요성을 체감한 것에 비해 돌봄노동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연합뉴스

돌봄 그리고 재난의 책임을 지고 선 돌봄노동자

펜데믹 전부터 현재까지 가사돌봄의 짐은 여성들이 지고 있다. 남성중심의 가부장 사회는 가사돌봄노동의 책임을 여성에게만 부담시키고 있다. 요양보호사나 장애인 활동지원사, 보육교사 등 돌봄노동자는 여성이 다수이며,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은 성차별적인 임금을 규탄하며 작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전문서비스직 노동자(돌봄노동자)와 행정직 직원에게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하는 일로 평가절하 된 돌봄노동이 노동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 노동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설상가상 코로나19 시기에 돌봄노동자는 재난의 책임까지 짊어지기까지 했다. 돌봄노동자가 국가가 방치한 돌봄 공백을 메워야 했고 대면 노동 현장에서 감염 위험을 부담해야 했다. 위험 부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기는커녕 생계를 위협했다. 그리고 이들은 일터에서 퇴근을 한 들 집으로의 또 다른 출근이 시작되었다. 보육교사들은 월 1회 이상 코로나 선제검사를 해야 했고 검사를 거부할 경우 해고 압박을 받기도 했다. 보육교사 8명 중 1명은 급여 일부를 현금으로 어린이집 원장에게 돌려주기를 강요받았다. 대부분의 요양보호사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 중에 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요양보호사 인력은 감소하는데 업무량은 늘어 노동 강도가 증가하기도 했다. 돌봄노동자는 임금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급여손실이나 해고로 생활의 어려움을 바로 맞닥뜨리기 쉬웠다. 이러한 문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알려졌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개선되고 있지는 않다. 돌봄노동자를 포함한 여성 노동자들은 퇴근을 하고도 퇴근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사돌봄노동의 부담과 시간은 증가했다. 코로나로 자녀의 유치원과 학교가 문을 닫으며 생긴 돌봄의 공백은 '엄마'가 채워야 했다. 부모나 배우자 등 가족을 돌보는 것도 '아내'와 '며느리'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여성에게 전담된 가사돌봄은 사랑과 자기희생, 모성애로 포장되기만 할 뿐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는 현실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교훈, 돌봄노동

코로나19 3년차, 코로나가 준 교훈 중에 하나는 돌봄이다. 노인과 아동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든 돌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돌봄은 누가 주로 하고 있는가. 여성이 주로 한다. 모두가 필요로 하는 돌봄이 누군가의 희생으로만 유지되는 사회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서로 돌봄이 없이는, 연대와 협력 없이는 세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게 전가된 가사·돌봄노동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게 전가된 가사·돌봄노동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그 첫발은 어쩌면 돌봄에 노동을 붙여 명명하는 일일 수도 있다. '노동'을 붙임으로써 돌봄을 사랑과 봉사처럼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돌봄 일을 하는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주부로 명명되어 집안에서 돌봄을 하는 사람의 무급가사노동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봉사와 헌신의 이름으로 여성성이라는 코르셋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돌봄노동의 체계가 전환되어야 한다. 모두에게 필요한 돌봄은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 모두를 위한 돌봄을 실현하려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엄마의 가사돌봄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녀가 행한 돌봄노동을 충분히 인정했는지, 가족 내에서 돌봄노동의 분담을 어떠했는지 말이다. 엄마의 돌봄노동을 인정하고 가족구성원 모두가 돌봄노동에 참여함으로써 평등해질 가족관계를 상상해본다. 이렇게 돌봄노동의 인정은 우리 사회와 관계의 평등을 촉진하리라 믿는다. 곧 세계여성의 날이다. 가사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라는 요구를 안고 3월 8일 광장으로 모여 행진에 나서자. 여성 차별과 억압을 깨뜨리고 평등과 연대의 돌봄 혁명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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