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제는 부처(여가부)가 역사적 소명을 다하지 않았느냐"며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인권침해, 권리 구제 등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나는 원칙을 세워 놨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여성, 남성이라는 집합에 대한 대등한 대우라는 방식으로는 여성이나 남성이 구체적으로 겪게 되는 범죄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이 부처를 만들어서 그동안 많은 역할을 했는데, 지금부터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공정 사례나 범죄적 사안에 대해 더 확실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향후 인사 원칙에 지역과 여성 할당제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민을 제대로 모시려면 각 분야 최고 경륜과 실력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해서는 국민 통합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통합은 실력 있는 사람을 뽑아 국민들을 제대로 모시고 지역 발전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하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하면서 다른 여러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것(여성·지역 할당)을 우선으로 하는 국민통합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년이나 미래 세대가 볼 때 정부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대선이 끝난 뒤 여가부 폐지 공약 재검토를 주장했던 국민의힘 일각의 인사들도 자신의 주장을 거둬들이고 있다. 여가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했던 조은희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 당선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해 반대하는 것처럼 내 발언의 진의가 왜곡돼 보도되고, 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크게 물러섰다. 그는 "지금의 여가부는 많은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양성평등이 아니라 양성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비판을 받아왔다"며 "문재인 정권 출범 후 계속 터진 최고권력층의 성범죄 사건에서 당연히 피해자 편에 서야 할 여가부가 오히려 가해자인 집권여당 측을 비호하는 듯한 반여성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스스로 존립가치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윤 당선인이 여가부 폐지 공약에 대한 고수 방침을 천명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갑론을박은 빠르게 정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공동비상대책위원장으로 'n번방 추적' 활동 경력이 있는 박지현 씨를 내세운 데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여야 갈등이 재점화돼 통합론에 역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 때도 여가부, 통일부 폐지를 주장했었으나 실패했다. 정부조직법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재 국회의석은 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의 단독 처리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여성단체들도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윤 당선인이 천명한 국민통합에 여가부 존폐 여부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대선 직후부터 잇달아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와 '성폭력 무고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성평등 법 제도의 후퇴를 예고했다"며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윤 당선인은 '대장동 특검'과 관련해 "국민들이 다 보는데, 부정부패 진상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는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면서 "거기엔 어떤 꼼수가 없다고 작년부터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3월 임시국회에서 대장동 특검 대상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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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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