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대선 패배 후유증이 본격화됐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패한 뒤 곧바로 제기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위안이 정작 시급한 쇄신과 수습에 걸림돌로 솟아올랐다. 송영길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채 '윤호중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내분이 시작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급한 정비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이 무거운 윤 원내대표가 비상한 시기를 이끌어갈 적임자냐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윤호중 비대위'에 부정적인 의원들도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후보에게 비대위를 맡겨 지방선거 파고를 넘자는 '이재명 역할론'을 제기했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정서에 기반한 주장이지만, 대선에 패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패장을 다시 불러낸 전례가 없는 데다, 친문계-친이계 간 권력투쟁 성격도 숨어있어 전폭적인 힘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불똥은 채이배 비대위원에게 튀었다. 채 의원이 16일 비대위회의에서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청와대와 민주당에 반성을 요구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지적하자 친문 의원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고민정, 김의겸, 윤건영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의원 15명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냐"고 따졌다. 민형배 의원은 채 위원을 사퇴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이재명 책임론'을 놓고도 갈등이 표면화됐다. 박용진 의원은 전날 대선평가 토론회에서 "잘 싸웠든 못 싸웠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패배했다"며 "0.7% 아까운 패배라는 이유로 후보의 책임을 외면하거나 민주당의 문제점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3%는 전체 유권자 분모로 환산하면 36.88%다. 문 대통령의 대선 직전 최근 지지도 43.9%에 미치지 못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을 왜 우리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했는지 돌이켜 봐야할 지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은 "박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을 전국민 투표율로 곱한(47.43×39.88)것인데, 그러면 대선 당시 투표하지 않은 국민 모두는 윤석열을 지지했단 말이냐"며 "어디서 이런 계산법을 들고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정귄교체 파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 옳다"고도 했다. 이처럼 '조국 책임론', '문재인 책임론', '이재명 책임론' 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윤호중 비대위를 둘러싼 내홍과 맞물려 전열 정비에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윤 비대위원장이 초재선 의원들과 잇달아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사퇴론과 유지론이 크게 엇갈렸다. 초선의원 간담회에선 윤호중 비대위 체제의 절차상 문제점과 당내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지방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은 현실적인 요인을 이유로 '윤호중 체제' 유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앞서 재선 의원들과의 간담회 뒤 윤 위원장은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본 적이 없이 정치를 해왔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쿨하게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윤 위원장은 8월 전당대회까지 현재의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지, 25일 전후로 선출되는 신임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넘길지, 외부에서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초빙할지 등을 놓고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더라도, 대선 패배에 따른 수습과 쇄신 방향을 놓고 민주당 내홍이 잦아들지는 불투명하다. 간담회에서 초선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내내 혼란을 부른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또다시 개혁과제로 삼자는 강경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오섭 비대위 대변인은 "대한민국이 올바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검찰개혁과 정치개혁,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검찰공화국을 우려하게 하니, 분명하게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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