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에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의 1800억 원가량 공모 회사채 발행이 이번 달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발행 주관 증권사를 규탄하고 자산운용사에 회사채 인수 거부를 요구했다. 2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전국탈석탄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는 5일 서울 영등포구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회사들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주관 및 인수는 그린 워싱이자 거짓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회사채 발행의 대표 주관사다.
2024년 가동 예정인 삼척석탄화력발전소는 2100메가와트(MW) 용량의 대규모 발전소다. 녹색연합 이다예 활동가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가 완공되면 1년에 13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며 "이는 2018년 기준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퍼센트(%)"라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가 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한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비는 약 4조9000억 원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이중 회사채를 발행해 1조 원을 조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산운용사들은 '석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석탄 발전사 회사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삼척블루파워는 작년 6월에도 3년 만기의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수요조사 기간에 자산운용사의 주문이 없어 전량 미매각됐다. 미매각된 회사채는 주관사가 대부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의 강화되는 ESG 투자 기준에 손실이 예상됨에도 증권사들이 작년보다 더 큰 규모의 회사채 발행 주관에 나선 현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 국면이다. 주관사로 나선 증권사는 "총액인수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라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와 2018년 총액인수 계약을 맺었다. 총액인수 계약은 인수인이 발행된 증권의 전부를 자기 책임으로 인수하여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ESG'라는 단어가 금융권에 없을 때 이미 인수확약을 제공했다"며 "소송 등 법률적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회사채 발행을 주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음에도 증권사가 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는 것은 '그린 워싱'이라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삼척석탄발전소 수명은 2054년이고 수익성은 이를 기반으로 판단되었다"라면서도 "대한민국 탄소중립 목표는 2050년이고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도 탈석탄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석탄화력발전소 이용률은 더 저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 채권 규모 88.6%에 달하는 자산운용사가 삼척블루파워에 투자를 안 한다고 선언했고 신용평가사들도 삼척블루파워 신용 등급을 내렸다"라며 "그런데도 사업성이 없는 사업에 계속 회사채를 발행하고 인수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석탄을넘어서에 따르면 주관사로 나선 6개 금융기업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는 모두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석탄을넘어서는 "삼척블루파워는 이미 시장에서 외면받았음에도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석탄발전 및 관련 시설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철회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기관의 석탄 투자 중단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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