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통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p)씩 인상하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 및 양적긴축을 시사했다. 연준이 6일(현지시각) 공개한 3월 FOMC 의사록을 보면 많은 연준 위원들은 애초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탓에 기준금리를 0.5%p씩 인상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단기 불확실성이 증대함에 따라 0.25%p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회의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되거나 여전히 상승할 경우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 0.5%p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15~16일 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발표했다. 3년 3개월만의 인상이었다. 당시 공개된 점도표를 통해 올해 남은 향후 회의에서 비교적 완만한 폭인 0.25%p씩 6회의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양적긴축 가능성도 제시됐다.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이르면 5월 회의 이후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매월 최대 950억달러(약 116조원) 규모의 대차대조표(연준 자산 포트폴리오)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위원들은 최근 몇 달 간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감소를 들어 "경제 활동 및 고용 지표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고 봤지만 "에너지 가격 급등을 포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상황이 단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회의록을 통해 연준이 시장 예상보다 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은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6일 전날보다 0.97%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2.2%, 다우존스 지수는 0.4% 하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p 상승한 2.61%로 마감돼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빠른 긴축을 시사한 연준의 움직임이 2013년 신흥국 자본유출을 촉발했던 긴축 발작을 떠올리게 함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연준이 이번 계획(긴축)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 인상 나서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레 대두되기도 한다. 최근 장중 한 때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며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것이 경기 침체의 신호라기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짐에 따른 단기 금리 상승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 방송 <CNN>은 5일 도이체방크의 분석가들이 연준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투쟁이 내년 4분기와 2024년 1분기에 가벼운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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