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파장이 예상된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속도전을 예고한 가운데, 한 지명자는 이를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밝혀 여야가 뒤바뀐 갈등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초대 내각 2차 인선을 발표하면서 한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지명 배경에 대해 "법무 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이면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절대 파격 인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에게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 행정의 현대화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사법제도 정비를 주문했다"고 부연했다.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의 인선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에 대해 "이런 법안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에 대해서는 이 나라의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과 시민단체가 전례 없이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며 "최근 공론의 장에서 만장일치 반대가 있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재심 전문 변호사와 아동학대 사건에 진심을 다해온 변호사들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반대하는 이유를 생각해달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수완박 입법을 저지할 방안에 대해선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를 약속했는데 기조가 변함없이 이어지나'라는 질문엔 "윤 당선인이 이미 약속한 것"이라며 "저도 지난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에 수사지휘권 남용이 국민에게 얼마나 해악이 컸느지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과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검찰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식과 정의에 맞게 일했다고 자부한다"며 "개인적인 연에 기대지 않고 맹종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한 지명자는 "제가 그분(윤 당선인)과 같이 일한 것은 맞고, 저는 공정이나 정의의 뜻을 같이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상으로 인연에 기대하거나 맹종하거나 끌어주고 하는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저를 쓰셨다 생각하고 저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해온 수사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연에 기대거나 진영론에 기대거나 그런 사건이 있었으면 우려가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하며 반박했다. 향후 검찰 인사와 관련해선 "공직자 인사는 수요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한다"며 "검사가 일 잘한단 이야기는 정의감 있고 공정심 있고 투철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라는 게 딴 게 없다. 진영에 상관 없이 법과 상식에 따라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고 했다. 아울러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 인선이란 지적엔 "제가 거의 (나이가) 50이 됐고 공직 생활에서 이(검찰·법무) 분야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했다"며 "이 정도 경력 가진 사람이 나이나 경력 때문에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검찰의) 기수 문화는 국민 입장에서 철저히 지엽적이다. 그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용기와 헌신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尹 당선인과 손발 맞추다 추미애 장관 시절 좌천
한 지명자 발탁에 대해 정치‧법조계에서는 깜짝 인사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당초 한 지명자가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 인물인 만큼 법무부나 대검 내 요직을 맡으리라는 관측은 일찍이 제기됐으나, 국무위원인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 대상인 검찰총장인 김오수 총장이 사법연수원 20기, 한 후보자는 27기다. 임명될 경우 검찰총장보다 7기수 아래인 장관이 되며 '기수 파괴'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 지명자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수 파괴'를 이끌어왔다. 검사 시절 윤 당선인과 함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이끈 공로를 인정 받아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2019년 7월 검사장에 승진하자마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 부임하면서 윤 당선인을 보필해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승승장구하던 한 지명자는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서 내려와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20년에는 '검언유착' 의혹에 휘말리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을 전전했다. 이후 지난 6일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 결정으로 2년 만에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났다. 2년여 만에 복권에 성공한 한 지명자가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수완박'에 당의 명운을 걸고 있는 민주당은 "검수완박 저지"를 공언한 한 후보자를 상대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검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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