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산업계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이격 거리 규제' 완화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요구했다. 기후솔루션,한국태양광산업협회 등 총 136개 단체는 태양광 발전소 이격 거리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서신을 13일 인수위에 전달했다. '이격 거리 규제'란 기초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설비가 특정 도로, 시설, 입지로부터 최소 이격 거리를 확보해야 개발행위허가를 승인해주는 형태의 규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경상북도 구미시의 경우 '구미시 도시계획 조례' 제22조 3항 별표 27에 따라 주요 도로, 자연취락지구 및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500미터 떨어진 곳에서만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고 있다. 단체들은 서신에서 "지역 주민의 민원 최소화를 우선순위로 삼는 기초지자체에 개발행위허가 권한이 있어 지자체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주민들이 꺼려하는) 태양광 발전사업의 건설인허가 조건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전국의 태양광발전소 인허가 건수 급감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사업허가 물량은 2018년 14기가와트(GW), 2019년 8.4GW, 2020년 4GW, 2021년 3GW(잠정치)로 감소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박강훈 팀장은 지난 8일 진행된 '도로, 철도 유휴부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확대방안' 토론회에 참여해 태양광 허가 물량 감소의 원인으로 "태양광에 용이한 입지가 고갈됐고 이격 거리 규제를 도입 및 강화하는 지자체 수가 급증함에 따라 입지가 제한된 부문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이격 거리 제한 규제는 2018년 이후 증가했다. 국가환경산업기술정보시스템이 2020년 발간한 '재생에너지 이격 거리 제한 규제 현황 및 향후 과제'에 따르면 이격 거리 제한 조례를 제정한 기초자치단체 수는 2017년 14곳이었고 2018년에는 68곳이 추가됐다. 2020년 기준으로는 총 128곳이다. 해당 보고서는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이격 거리를 규제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지역의 경우 모든 시·군이 이격 거리 규제를 조례 등으로 시행한다"라고 말했다.
단체는 과도한 이격 거리 규제로 인해 재생 에너지 보급이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단체는 "이격 거리 규제 수준은 평균 300m며 이는 사실상 재생 에너지 보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수준"이라며 "현 이격 거리 규제에 따를 경우 경북 구미시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 비율이 0.09%에 불과하고, 경남 함안군과 전북 함평군 또한 각각 0.64%, 0.78%의 면적에만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인수위에 현재 4.7% 수준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율을 높여야 기업 경쟁력 강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에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것) 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확대되지 않으면 수출 경제에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12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국제에너지 연구기관 '엠버(EMBER)'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수출 부문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사용한 2020년 전력량 총합은 84.9테라와트시(TWh)로 국내 풍력·태양광 발전량인 21.5TWh보다 4배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은 "애플, 구글, BMW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사이자 고객사들은 일찌감치 RE100에 합류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가 저조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부터 발목 잡힐 수 있다라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30년까지 국내 산업계가 RE100 달성에 실패한다면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수출이 각각 15%, 31%, 4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라며 “국내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을 맞추기 위해선 풍력과 태양광 입지에 불필요한 이격거리 규제를 없애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태양광 확대라는 이유로 이격 거리 규제를 완화하면 농지 전용이 발생하고 농촌 주민들의 반발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의 하승수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무조건적인 태양광 확대가 아니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향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지자체의 이격 거리 제한은 태양광이 주로 농지에 설치되다 보니 농촌 주민들의 반발이 생겨났기 때문"이라며 "이격 거리 규제 완화보다는 전국 1200개 산업단지 내 공장 건물 지붕이나 벽면, 그리고 대도시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하 변호사는 "전라남도 신안 같은 곳에는 태양광, 풍력 설치와 함께 송전선 설치 문제로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라며 "지역이 아닌 전력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재생 에너지 정신에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또한 지난 1월 성명을 발표하며 "지자체 조례로 규정된 이격 거리 규제를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라며 이격 거리 규제 완화 시도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지속되는 농촌 파괴 행위를 오히려 법과 제도로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농은 이격 거리 표준안 변경 중단을 요구했다. 이처럼 이격 거리 규제 완화가 농촌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해결 방안으로 단체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서신에서 "이격 거리 규제의 배경이 된 주민 민원은 별도의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과 이를 위한 지자체 역량 강화 등을 통해 해결"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2027년 상반기까지가 임기인 윤 당선인의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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