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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이후, '원자력 강국'이 된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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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이후, '원자력 강국'이 된 한국의 모습은 어떨까 [초록發光] 원자력 강국 상상하기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첫 번째 국정 목표는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다. '상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 번째 과제가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였다. 더불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수단으로 핵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핵발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대규모 재난을 초래할 핵발전이 왜 에너지 안보를 위한 것인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추진이 안전성을 고려한다는 목표와 어떻게 함께 제시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정수희 前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를 월례 세미나에 초청했다. 부산 지역의 탈핵 운동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탈핵 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탈핵 운동은 돌이킬 수 없는 핵발전 사고와 함께 성장해왔다. 스리마일 사고와 체르노빌 사고로 미국과 유럽 내에서 탈핵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후쿠시마 사고(2011년) 이후 탈핵 운동에 힘이 실리면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런 법제화 없는 탈핵 선언은 윤석열 정부의 첫걸음부터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수많은 저항과 희생,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재앙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뤄낸 탈핵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 선언이 뒤집히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실재하는 위험이 '정치색'으로 치부되는 것 또한 쉬웠다. 그나마의 논리로 찬핵을 바라보자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핵발전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핵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EU는 지난 2월 2일, 핵발전을 그린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포함하면서 유럽 내 반핵과 찬핵 국가 간에 갈등이 고조됐다. 유럽 내 찬핵 목소리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공급이 어려워진 것에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도 보인다. EU 그린택소노미에 핵발전을 포함한다는 발표는 일시적으로 핵발전 지지자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핵발전은 각종 특별조건 하에서(최신 기술 적용, 방사성 폐기물 안전 처분 계획 등) '과도기적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됐다. 유럽 원자력 무역 기구 FORATOM의 사무총장은 이 기준이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실망을 표하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핵발전을 단순히 '원자력 산업의 부활', '경제 발전'의 도구로 바라보는 것과 결이 다르다. 각종 특별조건을 달았음에도, EU의 결정은 EU 분류 체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강조하듯 핵발전은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지속가능하지 않고, 에너지전환의 속도도 느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에 대한 여러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적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핵발전소 수출 등 적극적인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너무나 확실한 '원전 강국 로드맵'…2050년 이후의 모습은 어떨까

'원전 강국 로드맵'이 강하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2050년 이후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부산, 경주, 울진, 영광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핵발전소 밀집도를 자랑한다. 특히 부산과 울진은 최고령 노후 핵발전소를 품고 있다. 지진과 각종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함에 떨었다. 법적으로 쉬워진 핵발전소 수명연장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핵발전소 건설 비용 때문에 노후 핵발전소들은 위험을 안고 계속해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핵발전소 해체 기술은 여전히 2022년 수준이다. 핵폐기물 처리장은 임시로 마련된 곳뿐이다. 어떤 지역도 핵폐기물 처리장을 원치 않고, 입지가 적합하지도 않기 때문에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그동안 생태계를 위해 보호해왔던 국립공원 등에 깊은 땅굴을 파 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수도권과 공단 주변에는 크고 작은 소형모듈원자로가 설치되었다. 원자로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청와대와 군부대 근처뿐이다. 초기에는 원자로 설치로 지역 반대 운동과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는 등 지역의 동요가 일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다.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의 규제를 완화했고, 무분별한 설치와 안전관리의 어려움으로 몇 년간 사고가 잇따랐다. 사고 후 피해보상과 해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이 파산하는 일이 빈번하여, 사후처리는 정부의 큰 부담이 되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성장하지 못했다. 핵발전소 확대 정책의 영향이다. 에너지 수요도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하는 바람에 탄소중립에 실패했다. 핵발전소를 확대하고자 했던 다른 국가들은 2030년 이전에 높아지는 안전비용과 건설비용의 부담으로 다시 탈핵을 선언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 등에 핵발전소 수출을 독점하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한국 내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해 확대되었던 핵발전소는 처리장 건설과 온배수 방출 등으로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 중 하나가 되었다.

핵발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태도와 생활을 아무것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미신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2050년에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할까? 에너지효율을 올리고, 수요를 줄이며,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100%로 살아가는 세상일까. 혹은 지속적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며, 그에 맞춰 핵발전소를 짓는 세상일까. 우리는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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