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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 50일, 무엇을 보여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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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 50일, 무엇을 보여주었나 [창비주간논평]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해…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5년 전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없이 바로 출범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50일간 인수위 활동을 통해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인수위는 국정비전·운영원칙·목표·과제를 제시했으나 국민들에게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새 정부의 포부가 펼쳐지기보다는 대선 연장전이 이어지는 듯한 상황이 지속되어 오히려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이때, 인수위 활동에 대해 몇 가지 소감을 밝혀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로,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포용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국회 의석이 적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인수위가 공동정부, 국민통합, 정치개혁 같은 의제를 들고 나와서 국민과 함께하는 진영을 만들 것으로 생각했다. 인수위 산하에 국민통합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이들을 통해 정치인 경력이 없는 당선인의 국가전략을 보좌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을 깨고 인수위 출범 후 첫 번째로 등장한 의제는 청와대 이전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당시 '광화문 대통령'을 내세운 바 있다. 그 때문에 새 정부가 '국민통합형 정치개혁'을 앞세우면서 청와대 이전 과제를 계승한다고 했다면 문재인 정부가 협조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퇴임하는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의식하다보니, 청와대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갈등을 유발하게 되었다. 청와대 구중궁궐을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를 단지 공원화하는 데에 그치게 생겼다. 대통령실 이전을 역사적인 국책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 둘째로, 인사에서 설득과 감동의 포인트가 보이지 않았다. 집권 초의 인사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서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그런데 정부부처와 대통령실 인사는 검찰 출신, 관료 출신 일색의 결과로 나타났다. 마치 이명박 정부를 복사한 듯한 인상도 준다. 동창회 정부, 검찰 정부, 신(新)내로남불 정부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 언론이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인사에 대해서는 우려와 실망감이 상당한 편이다. 인사 원칙으로 능력과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공정과 상식'이라는 브랜드는 상당히 훼손되었다. 지금까지 보면 극우 인사가 새 정부 핵심에 포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중도 확장 전략 차원이라기보다는 인사권자의 경력의 한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읽힌다. 동아시아의 지도자들에게는 특히 인재 등용에 대한 평가가 중시된다. 대중은 유방과 항우의 초한쟁패, 조조·유비·손권의 삼국정립 때부터 이어져오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폭넓은 인재 등용이 리더십의 성패를 가르는 중대 요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당선인 직무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40%대를 위협받는 상황에 이른 데에는 인사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정책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 정책 리더십의 핵심요소는 정책 담론과 실행체계 및 성과 사이의 네트워크 관계다. 정책 네트워크의 핵심을 이루는 '의무통과지점'(obligatory passage point)을 통해 리더십은 강화되고 정책은 의미를 획득한다.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과제 수행의 지향점을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정했다. 국민 역량을 결집해 국가경쟁력을 회복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지만, 그간의 과정이 전국민적 역량 결집이라는 방향과는 어긋나 있어 정책 네트워크가 잘 가동되지 않는 모양새다. 새 정부 정책의 핵심적 지향점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런 와중에 '검수완박'을 둘러싼 공방으로 검찰권 조정과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정책 네트워크의 핵심이 되는 국면이 조성되고 말았다. 양 진영 대치 구도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적나라한 권력 투쟁이 이어질 것 같다. 검찰권 조정과 관련한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 급변하는 국제 환경에 대응하는 국민적 역량 결집은 난망한 상황이 되었다. 외교·안보 불안에 대응할 정책 체계는 특히 걱정이다. 새 정부는 한미관계와 한일관계를 강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여러차례 천명한 바 있다. 여기에 한중관계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관건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 군사동맹 수준으로까지 진전된다든지 사드 추가 배치 등을 시도한다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은 격화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전후 중국과 어떤 대화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한미 간 협력은 강화해야 하지만, 중국이 범용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인수위가 경제 분야에서 뚜렷한 정책을 내지 않은 것은 오히려 평가를 해주고 싶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코로나19 관련 손실액을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하겠다는 보상 원칙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대선 기간 중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했는데, 그것을 강행하겠다고 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그간의 과정을 통해 코로나19 피해가 특정 부문·계층에 집중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므로, 현실적인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 대유행은 다시 도래할 수 있으므로 보상 원칙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방역 협치의 틀을 굳건히 지켜가야 한다.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좋은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은 지지자들을 잘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인 리더십이라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바른 길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좋은 정치·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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