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패닉 빠져 곡물값 올리지 말고 운송 고민을"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세계 밀 수출의 6%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호주에 관심이 쏠린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지난해 북반구를 덮친 가뭄의 영향을 피해간 생산지로, 올해 미국의 밀 생산량이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지난해 캐나다의 밀 생산량이 38%나 감소한 데 비해 작황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호주 곡물 거래상인 휴이트는 <알자지라>에 "높은 비료값과 연료비에도 불구하고 밀 가격이 오름에 따라 호주와 다른 나라의 재배지가 늘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부족분을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류 시설 미비로 호주가 당장 밀 부족분을 메워줄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주 농업종사자 대표 단체인 그래인그로워스 회장인 브렛 호스킹은 지난주 <알자지라>에 "우리에겐 흑해 지역 수출 부족분을 메울만한 수출 관련 시설이 없다. 호주는 홍수와 가뭄의 땅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작황이 좋았다고 해도 몇 년 안에 다시 가뭄이 올 것으로 봐 도로나 철도 등 추가 물류 시설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새 항만 시설을 건설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 비중이 95%에 달하는 레바논 등 이 지역 곡물 의존도가 높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난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이는 공급량 자체보다 물류와 비용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독립 작물 자문가 사라 태이버는 <포린폴리시>에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지역에서 밀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올해 밀 생산량 자체는 소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아프리카 지역의 식량난의 핵심은 오히려 저장고 및 항만처리 시설 등의 미비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등 흑해 지역에서 이 지역으로 밀이 운송되는 데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지만 인도에서 오는 데는 2주, 호주에서 오는 데는 한 달 가량 걸릴 수 있는데, 이들 나라들은 불안한 국내 정세 등으로 저장고가 많이 파괴된 상태라 가까운 지역에서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레바논의 경우 2020년 베이루트 항구 폭발로 가장 큰 곡물 저장고를 잃었고 예멘과 시리아 역시 계속되는 내전으로 많은 저장고와 운송 시설이 파괴됐다. 태이버는 또 서방이 곡물 재고와 수확 예측을 정확히 하지 않은 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뒤 무턱대고 곡물을 비축하며 곡물값을 올렸다고 비난했다. 곡물값이 오르면 가난한 밀 수입국의 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다. 태이버는 "부유한 국가는 1972년 이후 밀 부족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밀 부족은 많은 부분 투자자들의 상상 속에서 존재"하고 그들은 실제 상황에 대해 누구와 이야기해야 할 지도 모른채 패닉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이 인도주의적 계획에 운송 수단을 포함해야 하며, 종종 잘못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시장 공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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