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공동 기자회견 도중 '남성 편중 내각'을 지적하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돌발 질문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워싱턴포스트는 현장 질문에 이어 지면 기사를 통해서도 윤 대통령의 성 차별적 인식을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네 번째 질문과 답변이 끝나고 사회자가 기자회견 종료를 선언하려 하자, 한 외신 기자가 다급히 질문했다.
"지금 내각이 거의 다 남자다. 대선 기간 동안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이러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남녀 평등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질문자는 워싱턴포스트 소속 백악관 출입 기자였다. 정상회담 후 이어지는 기자회견에서는 외교 이슈에 대한 질문을 하는 관례를 깬 예상 밖 질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인 후 "예를 들면 지금 공직 사회에서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를 못했다"며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지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같은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같은 날 "한국 대통령은 성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불안함을 드러냈다(S. Korean president appears uneasy when pressed on gender inequality)"는 제목의 반박성 기사를 내보냈다. 이 신문은 먼저 "윤 대통령은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통역 이어폰을 벗고 대답을 하려 애쓰는 듯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임금, 정치 발전, 경제 참여 면에서 남녀 평등이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하면서 "윤석열 정권의 내각은 장관급과 차관급 모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19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여성은 3명이다. 그리고 차관과 차관급 인사 41명 가운데 여성은 2명에 불과하다. 차관과 차관급 인사는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임명만으로 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41명 차관급 인사 중 여성이 2명뿐인 실상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결과다. "직전(장관)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는 지적이 무색한 셈이다. 이 신문은 아울러 윤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여성가족부를 없애자고 제안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 발언은 일부 젊은이들, 특히 양성평등을 위한 운동에 반대하는 '반 페미니스트' 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구애하는 것으로 보였다"고도 밝혔다.
민주당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성평등 인식 보여줘"
윤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국내서도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성평등 인식을 보여주었다"면서 "장관에 발탁할 만한 여성이 없었기 때문에 임명을 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은 성평등 인사에 대한 의지 부족을 감추기 위한 비겁한 책임회피"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왜곡된 성평등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고집하고 남성 중심의 인사를 계속한다면 대한민국의 성평등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작가는 이날 자신의 SNS에 "여성이 고위직에 올라오지 못했다면 결국 여성이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무능하다는 얘기인데 이걸 말이라고 하냐"라며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아예 문제를 문제로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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