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오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으로 주무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정부는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 등 강경대응을 예고하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파업 사태인 만큼, 새 정부 노동정책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6일 "화물연대본부가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비롯해 △안전운임제 전면 확대 △화물 노동자 산재보험 전면 적용 △지입제(명의신탁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유가(경유) 상승으로 운임비용이 크게 높아진 만큼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화물노동자들은 법체계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근로기준법 및 노동법에서 배제되어 최저임금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그런 화물노동자들에게 안전운임제는 일종의 최저임금인 셈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운임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가 공표하는 운임이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안전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파업 목적 축소·왜곡... 한덕수 "법에 따라 철저히 엄단" 강경대응 예고
정부와의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일 국토부와 1차 교섭을 갖고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했으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시행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이들의 총파업 목적을 '운송료 인상'으로 보고 있는 것도 화물연대로부터 '왜곡'이라는 반발을 사 갈등의 골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공개한 국토부 내부 회의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화물연대는 표면적으로 안전운임제 지속시행을 주장하나 철강재, 자동차, 유통 등 운송품목별 운송료 인상이 주목적인 것으로 파악"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화물연대 측은 "도로 위 사망사고를 줄이고 국민 안전을 넓혀 나가기 위한 파업의 목적을 축소하고, 국민적인 지지여론이 형성되지 못하도록 악의적인 의도를 가진 설명임이 분명하다"며 "책임에 발뺌하고, 악의적인 여론을 조장하려는 국토부의 시도는 매우 실망스럽고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파업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국정현안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이 우리 경제에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며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새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는 확실히 보호하지만, 법을 위반하고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철저하게 엄단한다는 원칙에 따르겠다"고 경고했다. 국토부도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유 가격 폭등으로 손해 떠안는 화물기사들…안전운임제는 전체 화물차 중 6.2%에만 적용
화물연대는 16개 지역본부별 동시다발적으로 7일 자정을 기해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 화물노동자는 약 42만 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 전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 화물연대의 총파업 배경에는 경유 가격의 폭등이 있다. 화물 운송 차량에 주로 들어가는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리터당 2008원으로 1년 전보다 50% 가까이 올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해를 화물차 기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안전운임제가 유지되면 운송료가 연료비에 연동해 오르내리기 때문에 지금처럼 유가가 급등할 때도 화물노동자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현재 안전운임 적용대상은 전체 화물자동차 42만 대 중 약 2.6만대로 6.2%에 불과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차종에 한해서는 제도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소수이므로 이것이 전체 도로의 안전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안전운임 전면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몰조항 삭제 등을 담은 화물자동차법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인데다 내년 운임을 산정하려면 상반기 중 통과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회와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화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아 최저생계비를 버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운송료가 전혀 오르지 않고 유가는 상승하며 사실상 운임은 떨어져 왔다. 생계비는 벌어야 하니 더 벌기 위해 과로·과중 등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화물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13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이 계속 유지 될 수 있어야 하고 단계적으로 적용대상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와의 지난 교섭에서 '화물연대는 대화할 준비가 되어있고 국토부의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대화하고 싶다'고 했으나 회피하고 있는 것은 국토부"라며 "화물연대 파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있겠지만, 화물연대 노동자들도 파업을 하면서 자신들의 생계에 대한 불안함과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건 정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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