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0.75%포인트를 한꺼번에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초유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미 연준 인상 이후 한 달여 가까이 뒤여서, 시간 격차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요동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전날보다 14.15(0.38%) 하락한 3735.48로 장을 마감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51.91(0.50%) 하락한 3만364.83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 모두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기술주가 모인 나스닥지수는 19.12(0.18%) 반등해 1만828.35를 기록했다. 반등 폭은 크지 않았다. 종합하면 이날 미 증시는 대체로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열릴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관망하는 모습이었다. 미 증시에 앞서 장을 마감한 유럽에서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독일 DAX30와 영국 FTSE100, 프랑스 CAC40 등 주요 지수가 1% 안팎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미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동월 대비 10.8% 인상했다는 소식이 나왔으나 이는 전월(10.9%)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3월(11.5%) 인상률보다는 낮았다는 점이 해외 증시에 반영된 모습으로 풀이된다. 나빴지만 '상대적으로 덜 나쁜' 뉴스였던 셈이다. 해외 소식을 받고 15일 오전 출발한 한국 증시도 혼조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오전 10시 1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27.50(1.10%) 하락한 2465.47을 기록 중이고 코스닥은 11.78(1.43%) 내린 811.80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90원 선을 돌파한 채 대체로 이날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 금융시장은 사실상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리라는 예상을 정해진 미래로 해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0.75%포인트 인상 전망을 처음 제기하자, 이에 맞춰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이번 FOMC의 금리 인상폭 전망치를 0.5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올렸다. 실제 연준이 0.75%포인트를 한번에 끌어올린다면 1994년 11월 이후 처음 밟는 자이언트 스텝이 된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예상치도 종전 2.50~2.75%에서 3.25~3.50%로 올라갔다. 현재 0.75~1.00%인 기준금리를 남은 7월과 9월, 11월, 12월 연준에서도 모두 끌어올려야 하며 적어도 한 번 이상의 '빅 스텝'을 밟아야만 이 수준에 맞출 수 있다. 이번 연준 결과 미 기준금리가 1.50~1.75%포인트가 된다손 쳐도 남은 네 번의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올리기 위해서는 한 번 이상은 0.50%포인트 이상의 인상 조치가 필요하다. 올해 말까지 연준 발 소식이 세계를 계속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이어진다면,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려야 한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초로 빅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날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중 4명이 금리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향후 경기 및 물가 전망, 금융상황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빠르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한 금통위원으로부터 나왔다. 이 대목에서 '빠르게' 해야 한다는 의미는 사실상 '다음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0.50%포인트를 한 번에 올려야 한다'는 주장으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날 삼성증권은 한은이 다음달 13일 금통위에서 실제 빅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국내 물가 상승세가 예상 이상으로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통화 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한은의 의지"가 읽힌다며 "7월 한은이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이 실제 이처럼 과감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달 미국 FOMC로부터 한 달여가 지나서야 취하는 조치가 된다. 아무리 빨리 정책을 취하더라도 정책 대응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어, 그 사이 한국 금융시장의 혼조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결국 1분기말 현재 19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뇌관을 건드리는 정책인 만큼, 국내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더 짙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그에 더해 사실상 정부가 취할 뾰족한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구적 차원의 금융 위기가 서서히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모습이 관측되기 시작하는데 근본 원인이 해외에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관해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당·정·대협의회에서 "최근의 어려움은 1~2개월 이내에 쉽게 호전될 상황이 아니"며 "고물가 양상이 상당히 지속될 전망"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생산력 향상을 위한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며 "경제 운용 기조를 정부에서 민간과 시장으로 전환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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