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오는 16일 공식 발표를 앞둔 가운데, 당정 지도부가 대규모 회의를 열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경제정책 방향의 큰 방향도 윤곽 선에서 일부 공개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3차 당정협의에서 "정부는 당면 위기 돌파 및 저성장 극복을 위해 경제 운영 기조를 과감히 전환하고자 4가지에 역점을 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마련했다"며 △민간 중심 경제운용 △5대 부문 구조개혁 △과학기술·인구위기 대응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제시했다. 눈길은 '5대 부문 구조개혁'에 쏠렸다. 추 부총리는 개혁 대상 '부문'으로 "공공, 노동, 교육, 금융, 서비스"를 제시했다. 그는 "당면 현안인 민생경제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 나가겠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증적) 정책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민생 안정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응해 나가는 동시에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 잠재력 제고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우리 경제는 복합 위기의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경제 어려움의 이면에는 해외발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의 확산과 함께 지난 수년간 정부 재정 주도의 경제 운용과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등에 따른 민간 활력 저하, 체질 개선 지연 등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부문 개혁과 관련해서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이날 회의에 참석해 "고용노동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미래지향적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과,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은 누구나 능력을 발휘할수 있게 하는 방안을 이번 '경제정책 방향'에 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기존의 노동 규범과 관행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제 기능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노동시장의 제도, 관행, 의식의 현실 적합성을 높여 고용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특히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바와 같이, 산업구조·근무환경·세대특성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근로시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 실근로시간을 꾸준히 단축하며 노사가 업종과 직무특성에 적합한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운용할 수 있도록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주 52시간제를 손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52시간제를 고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수 차례 했던 바 있다. 이 장관은 또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직무성과 중심의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를 확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선은 사회적 관심과 시급성을 고려,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며 "노동부 주관으로 전문가 논의, 현장실태 등을 토대로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 장관은 "한편 노동개혁의 토대는 노사정 신뢰"라며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해 신뢰의 토대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예상되는 반발에 선제적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노사 불문"이라고는 했지만 이 장관의 이날 발언 자체가 노동 쪽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노동환경 안전 문제나 기업 지배구조 및 고용안정 등 사용자 측 이슈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에 노사 중 어느 쪽을 겨냥해 '엄정 대응'을 경고한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반면 기업·사용자·자본 측에는 '당근'이 제시됐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같은 회의석상에서 "(경제정책 방향에)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 공제 등이 반영돼 있어 민간 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창양 장관은 "산업부로서는 공급 사이드에서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해 규제 개혁을 어느 부서보다 활발히 하겠다"고 강조하며 "금리가 올라가 더 (기업의 투자) 부담이 증가했는데, 금리 정도는 상쇄할 수 있고 해외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의 강력한 R&D 투자세액공제가 필요하다. 다른나라는 전쟁 수준으로 첨단산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 보조를 맞추려면 지금까지의 수준으로는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당정은 현 상황의 경제적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어려움은 해외발 요인과 (한국경제에) 누적된 근본적 문제가 중첩되어 나타나 1~2개월 내에 쉽게 호전될 상황이 아니"라며 "급격히 늘어난 국가채무, 가계부채 등으로 정부의 위기대응 여력마저 크게 소진된 상황이다. 여러 모로 어려운 여건"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역대급 폭탄을 떠안은 채 출범했다 하더라도 전 정권 탓, 세계경제 위기 탓을 할 수 없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과 재정·무역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 위기까지 동시에 몰아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실패의 유산을 윤석열 정부는 무서운 부채로 물려받았다. 이에 따른 국민의 고통과 민생의 파괴라는 무거운 십자가를 윤석열 정부는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경제정책 해법과 관련해서는 "사회 요소요소에서 각종 규제가 민생을 발목잡고 있다"며 "규제 개혁 없이 위기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가 여론과 인기에만 편승해 우후죽순 규제 법안을 발의한 것도 (위기에) 한 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규제 개혁과 관련 "지금 당장 욕먹을까봐 뒷걸음질치지 말고 국민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다수 여론에 반하는 규제 완화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 사용자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을 일부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권 원내대표도 전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과정에서부터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서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법안을 만드는 데 동참한 법안"이라며 "법안을 자세히 읽어보면 명확성이나 구체성, 완결성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보완·수정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준석 대표도 "경제·기업활동 위축을 가져오지 않을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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