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복지분야 국정과제'의 주요내용
인수위가 발표한 복지분야 국정과제는 외형적으로는 다섯 번째 국정목표인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제외한 4개 영역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우려스러운 돌봄정책의 관점과 방향
돌봄과 관련하여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먼저 부모급여의 지급과 육아휴직 기간 확대이다. 소득과 관련 없이 아이를 낳게 되면 0세 자녀의 부모에게는 월 70만 원, 1세 자녀의 부모에게는 월 35만 원을 지급하고 2024년부터 각각 100만 원, 50만 원으로 확대하며 육아휴직기간도 현행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다. 그래서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부모급여가 출산유인책이 될까?'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자녀가 부모로부터 자립능력을 가지려면 20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새로운 세대가 지닌 가치, 성향의 변화나 사회구조적 불안정성 등은 젊은 세대가 결혼이나 양육에 따른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요인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본래부터 결혼이나 출산에 긍정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부터 많은 지자체가 출산유인정책으로 각종 수당 등을 지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저출산은 고령화에 따른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보다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종사자 처우 개선으로서, 정부는 임금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를 적정화하고 돌봄서비스 인력의 보수체계와 근로여건 개선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하겠다고 한다. 사회복지분야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체계는 오래 전부터 요구되어 왔고,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확대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정부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와 돌봄서비스 인력이 서로 다른가 하는 점이나 사회복지시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점 등이 그렇다. 사실 우리 사회보장·사회복지법제는 계통,서열, 내용 등에서 여전히 불안정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제와 관련해서만 봐도 기본적으로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 상의 보건의료종사자와 사회복지시설종사자(이 법상 사회복지시설종사자는 사회복지사업법상의 종사자를 말한다), '사회복지사업법' 상 사회복지시설종사자 및 '노인장기요양보험법' 등의 종사자군이 존재한다. 여기에 사회복지사업법의 지배를 받는 27개의 하위 법률 모두가 종사자 처우개선과 관련되는 것도 아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예컨대 영유아보육법이나 장애인활동지원법상 시설은 사회복지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만이 아닌 바우처나 본인일부부담금에 의해 운영된다. 이는 재원의 다양성이 처우개선의 사각지대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언급한 바와 같이 사회복지와 돌봄을 구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나 돌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충분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다.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이 시작되면서 지역사회통합돌봄기본법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돌봄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서 복지와 돌봄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며 당연히 돌봄의 범위나 내용도 정해진 바가 없다. 더군다나 장기요양 등에서의 종사자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장기요양은 전형적인 사회보험이지만 제도적으로 볼 때 사회서비스기관도, 사회복지시설도 아니다. 그러나 예컨대 일본의 개호보험법이 규정하고 있듯이 그 실질이 돌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도 처우개선의 범위에서 제외하지 않아야 한다. 몇 명의 전문가 그룹이 아닌 당해 현장의 관련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여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다음으로는 발달장애인 보호체계 강화이다. 발달장애인이나 그 가족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가 자주 나오고 있다는 것은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탈시설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탈시설화라고 하면 마치 시설이나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요보호자를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것인 것처럼 획일화하여 처리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최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밝힌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복지법 전면개정(안)을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즉, 물리적 방법에 의한 거주시설 변환·복지서비스 결합·중증장애인 가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폐지, 장애인등급제 폐지, 장애인연금액 인상, 발달장애인의 주간 및 방과 후 활동서비스 도입 등이 그것인데 이 중 일부는 이미 시행되어오고 있는 것들이라 평가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내용을 볼 때 정부의 탈시설화 의지를 엿볼 수 있으며, 이전보다 구체적인 탈시설돌봄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탈시설 돌봄정책에서의 쟁점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탈시설이 당위성의 문제인지 아니면 선택권의 문제인지 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탈시설은 선택의 문제다. 즉, 이용자인 장애인이나 부양의무자의 선택에 관한 사항으로서 국가가 개인이 가진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탈시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용자나 가족의 지역사회거주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준에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방향이다. 지역사회계속거주(AIP), 커뮤니티 케어, 탈시설은 모두 같은 목표를 지닌다. 가정이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병원이나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가정 → 지역사회 → 시설 → 가정으로의 순환체계를 어떻게 확립할 것인가가 오히려 중요한 목표가 된다. 셋째, 복지서비스나 경제적 지원과의 결합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주간보호시설이나 방과 후 활동서비스 등을 통해 복지서비스를 강화한다거나, 부양의무자 기준 또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거나, 장애인연금액을 인상한다고 해서 탈시설이 가능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개인이나 그 가족이 가진 특성이나 경제적 ․ 심리적 부양부담이나 상황, 복지서비스 욕구 등은 각각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획일화 또는 기준화하여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지역사회의 용인이다. 탈시설이 가능하려면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탈시설에 동의하거나 최소한 묵인할 수 있어야만 장애인 등의 가정으로의 복귀가 가능하다. UN이나 우리 헌법이 말하고 있는 장애인권리협약, 정상화이념,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과 같은 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정부기관이 아니다. 이는 오롯이 그 개인의 '선택권' 내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을 권리'로부터 도출되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시설인지 탈시설인지 등의 문제는 당해 장애인이나 부양의무자인 가족이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또는 선택의 결과가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은지에 관해 스스로 판단할 권리를 이용주체에게 부여한 것이며, 다만 이 선택권과 다르지 않을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국가나 사회에게 부여한 의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아가 이는 노인이나 아동 등도 마찬가지다. 탈시설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당사자가 빠져있는,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은 오래가지 못하며 역효과만 야기한다.윤석열 정부도 통합적 시선은 보이지 않는다
넷째, 전달체계와 통합관리의 문제이다. 이른바 4차 산업의 영향은 많은 개별 국정과제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돌봄(복지)와 관련해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회보장 통합관리 DB구축, 디지털 기반 돌봄체계구축, 비대면진료, 스마트 건강관리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있다. 얼핏 보면 이들은 서로 다른 목적, 대상이나 내용을 가지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타나는 이유는 정부가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메커니즘이나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오는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예컨대 이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가 지역사회돌봄에서 노인돌봄과 치매돌봄간 통합시스템을 통해 맞춤형 사례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정부가 제시했던 통합돌봄의 대상은 아동, 노인, 장애인, 노숙인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삶의 특정한 부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주기에 걸쳐 있으며, 그 범위 또한 보건의료, 돌봄(복지), 주거, 영양, 교통, 법률 등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미친다. 때문에 통합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은 하나의 전달체계 안에서 순차적, 통합적, 전주기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때의 전달체계는 공공, 민간, 행정, 집행, 재정 등과 같은 관점이 아니라 네트워크 시스템을 통한 통합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노인돌봄, 즉 여기서 말하는 노인돌봄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장기요양이나 다른 노인복지서비스를 포함하는 것인지 혹은 보건의료서비스 등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더우기 치매돌봄과 연계한다고는 하지만 치매관리법도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다 치매돌봄기관도 치매센터와 병원이 전부이며 그 서비스와 내용 등도 보완해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다. 문제의 해결방안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치매국가책임제나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지금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를 분절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응하려고 한다는데 있다. 금번 국정과제 중에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금번 복지분야 국정과제의 성공을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당연히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체계적이고 거시적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갖출 수 있는 계획과 실행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행복한 복지국가의 모습을 그려본다. 나 또한 이곳에서 그렇게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한 사람의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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