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군사 무기와 장비를 만들고 이것들을 운용·연습·훈련·작전하는 과정에서, 지구촌 곳곳에 퍼져 있는 군사 시설과 부대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또 분쟁과 전쟁, 그리고 전후 복구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 각국의 군사 활동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5-6% 정도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민간 분야의 항공(1.9%), 해운(1.7%), 철도(0.4%), 파이프라인(0.3%)을 합한 것보다 많다. 또 영국의 더함 대학교와 랭커스터 대학교 연구팀이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사용한 연료량을 분석해 산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펜타곤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할 경우 2017년에 내뿜은 탄소량은 5900만 톤으로 세계 47위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펜타곤이야말로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더 많은 화석 연료를 소비하고 더 많은 탄소 배출을 하고 있는, 역사상 가장 큰 기후 오염자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2017년에 펜타곤이 소비한 화석연료의 양이 스웨덴과 덴마크 전체가 사용하는 양보다도 많았을 정도이다. 그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2020년에도 펜타곤은 52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는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가 국가 단위에서 배출한 양보다 더 많다. 미군의 탄소 배출량이 2017년에 비해 700만 톤이 줄어든 것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시 군사 활동을 크게 줄인 게 주효했다. 그러나 미군의 탄소 배출량 감소는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의 감소량보다 현격하게 적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미국 브라운대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 of War Project)' 연구팀은 "펜타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소비하고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기관"이라고 일갈한다. 펜타곤의 수장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기후 위기를 "존재론적 위협"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군사 활동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군용기, 함정, 전투차량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대부분 다량의 화석 연료로 기동되고 연비도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 자동차의 연비는 30mpg(Miles Per Gallon, 1갤런의 연료로 주행한 마일) 정도다. 이에 반해 전투용 지프차(험비)는 자동차의 5분의 1 수준인 6mpg, F-35 전투기는 50분의 1인 0.6mpg, B-2 전략폭격기는 100분의 1인 0.3mpg에 불과하다. 다량의 연료 소비와 낮은 연비는 다량의 탄소 배출로 연결된다. 1회 작전 임무 수행시, 전투용 지프차는 260 kgCO2e(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 F-35는 2만 7800 kgCO2e, B-2는 25만 1400 kgCO2e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또 다른 전략폭격기인 B-52의 경우에도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연료량이 한 대의 자동차가 7년 동안 사용하는 연료량에 해당된다. 대개 미국의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으로 1회 출격하는 데 드는 연료비만도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러한 비교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2019년 군사비 지출로 인해 배출한 탄소 발자국 총량은 약 2483만 톤에 달하는데, 이는 1400만대의 차량이 연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다. 물론 이는 미국이나 유럽연합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국가들이 "힘만이 살 길"이라며 대규모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는 중국이 있다. 특히 중국은 2019년 이래로 대만 해협 인근에서 군용기를 이용한 초계 활동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어 중국의 군사 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독일과 일본도 군사비를 GDP의 2%로 늘려 대규모 전력증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군비경쟁의 열기와 지구온난화 사이의 악순환을 보노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군사 분야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왜 기후변화 협약에서 예외가 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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