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폭염으로 일주일간 1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프랑스에서는 산불로 1만4000명 가량이 대피하는 등 유럽 전역의 폭염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최초로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한 영국 일부 학교들은 폭염에 문을 닫았고 미국에서도 중부와 남부 중심으로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포르투갈 보건부가 16일 지난 일주일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65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중 440명은 일부 지역 기온이 47도에 달한 14일에 목숨을 잃었다. 이번 주에도 42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추가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폭염 영향으로 산불도 번지고 있다. 이미 2000헥타르 가량을 태운 북부 샤베스 지역 산불을 비롯해 중부 및 북부 지역에서 일어난 10건 이상의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1000명 가량의 소방관이 투입됐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포르투갈에서 올들어 6월 중순까지 산불로 3만9550헥타르가 파괴됐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산불은 올해 내내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이은 것이다. 6월말까지 포르투갈 본토의 96%가 심각한, 혹은 극단적인 수준의 가뭄을 겪었다. 스페인에서도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 집계 결과 지난 10~15일 폭염으로 인해 360명이 사망했다. 지난 15일 사망자만 123명에 달한다. 지난주 스페인 일부 지역 최고 기온은 45.7도에 달했고 17일에도 북부 일부 지역 기온이 42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기상 당국은 18일 이후 더위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을 것"으로 봤다. 이에 더해 스페인 전국 수십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적어도 1만4000헥타르를 태웠다. 600여명의 군인이 투입돼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을 돕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남부 도시 말라가 인근 미하스에서 발생한 산불로 3200명 가량이 대피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지롱드 지역에서 산불이 1만1000헥타르를 태우고 1만4000명 이상이 대피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관 1400여명이 투입됐다. 그리스 크레타섬에서도 산불이 일었고 모로코에서도 산불로 적어도 한 명이 숨지고 1000여 가구가 대피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산불이 지속되고 있고 40도 이상의 기온이 추후 며칠 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영국에서도 이번 주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상 당국이 처음으로 런던· 맨체스터·요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보건당국은 폭염으로 건강한 사람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오전 11시~오후 3시까지 야외활동을 피하고 꼭 필요한 이동만 할 것을 당부했다. 영국 BBC 방송은 영국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해 휴교하거나 시간표를 변경하는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일부 학교들이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해 오후 2시 이전에 수업을 마치도록 시간표를 변경하거나 체육대회를 취소했고 폭염에 "충분히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휴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남서부 캘리포니아주·애리조나주·뉴멕시코주 등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이고 남부 텍사스주 및 중부 평원 지역에서도 폭염 주의보 및 경보가 발효 중이다. 이번주 텍사스·오클라호마주·캔자스주·콜로라도주 등 남부와 중부 지역 기온도 43도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광범위한 폭염 피해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는 여전히 우선적 과제에서 밀려나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들의 관심이 경제적 불확실성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쏠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함께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1%만이 기후 변화를 국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다. 30살 미만의 유권자 그룹에서도 이 문제를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비율은 3%에 불과했다. 매체는 화석 연료 가격이 오르면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후 운동가들의 믿음조차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석유 증산 요구가 빗발치면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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