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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임한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서방 러시아 제재 균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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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사임한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서방 러시아 제재 균열 위기 조기 총선으로 친러시아 극우 집권 가능성…'경제통' 퇴진에 이탈리아 부채 위기도 우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끝내 사임하며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온 드라기 사임 뒤 조기 총선에서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극우 정당들의 친러시아 성향 탓에 제재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하며 유럽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드라기 사임이 이탈리아의 부채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진다.   21일(현지시각)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어 거듭 제출된 드라기 총리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드라기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가 코로나19 대유행의 사회·경제적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총리직을 맡은 뒤 2020년 -9% 성장률로 곤두박질쳤던 이탈리아 경제를 2021년 성장률 5.8%로 무난히 회복시키는 등 코로아 대유행 과정에서의 혼란을 안정적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기 내각 붕괴로 마타렐라 대통령은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이탈리아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던 총선을 앞당겨 9월25일에 초유의 가을 선거를 치르게 된다. 총선 뒤 연립 정부 수립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 예산안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총리 사임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지난 14일 생계비 지원 법안 표결에 대한 오성운동의 불참이다. 당시 드라기 총리가 사임서를 내자 마타렐라 대통령이 반려했다. 연정의 전폭적 지지를 요구하며 치른 20일 상원 신임안 표결에서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명목상 재신임을 받았으나 오성운동뿐 아니라 연정의 다른 파트너들인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극우당 동맹(Lega)까지 신임 투표에 불참하며 드라기는 결국 다시 사임서를 제출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ECB 총재를 역임하며 남유럽 부채 위기와 이에 따른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개국) 위기를 수습하며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드라기는 명성에 힘입어 직전 붕괴한 연립정부를 이끌었던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부터 좌파 민주당(PD),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창당한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당수인 극우당 동맹 등을 아우르는 좌·우 통합 내각을 꾸려 운영해 왔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연정 구성 정당들이 국정 운영보다 각 당 지지층에 대한 호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러시아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 의사를 표명해 온 드라기에 대한 친러시아 성향을 가진 오성운동의 반감이 연정 붕괴를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드라기 총리 사임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금이 갈 수 있어서다. 드라기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하고 러시아의 외환 보유고 동결 등 강한 제재를 최초로 제안하는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취한 지도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향후 조기 총선에서 집권할 것으로 예상되는 포퓰리스트 및 극우 정당들은 유럽 다른 나라의 극우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친러시아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극우 정당 '동맹'의 당수 살비니는 모스크바에 방문해 푸틴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요 야당 중 유일하게 드라기 연립정부에 가담하지 않은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지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2018년 푸틴의 러시아 대통령 재선을 축하했고 수 년 간 러시아를 지지해 왔다.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를 창당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과 20년간 각별한 인연을 맺어 왔다. 오성운동 당수 주세페 콘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줄곧 반대해 왔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15일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인들은 지금 (영국에 이어) 또 다른 서방 정부가 붕괴한 것을 축하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주 드라기 총리 사의 표명 뒤 소셜미디어(SNS)에 "보리스 존슨과 드라기, 다음은 누구?"라며 비꼬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달 초 성추행 인사 요직 임명 논란으로 사임하기로 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서방 지도자 중 하나다. 드라기 총리의 사임은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11년만의 기준금리인상과 맞물리며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도 가중시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2021년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50.8%로 유럽연합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이는 유로존 부채 위기 당시인 2012년(126.5%)보다도 높은 수치다. 부채 비율이 높은 그리스(193.3%), 포르투갈(127.4%), 스페인(118.4%) 등과 함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차입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조기 총선으로 인한 정국 불안정에 더해 드라기 총리 개인이 안정감도 상당했기 때문에 불안감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드라기 정부는 지난 수년 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능한 정부였다. 그의 축출은 이미 연료 공급 확보·통화 안정·러시아 침략에 맞서고 있는 유럽에 새로운 위기를 가져다 준다"며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정치적 공백이 발생하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러시아 지도자는 분명히 기회를 감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임안 표결이 있던 2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상원에 출석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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