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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범죄'가 아니라는 김현숙 장관…얼마나 더 죽어야 '혐오' 인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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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범죄'가 아니라는 김현숙 장관…얼마나 더 죽어야 '혐오' 인정하나 범죄피해자 90% 여성인데...김현숙 여가부 장관 "신당역 사건 여성혐오 범죄 아냐"

"(신당역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16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추모공간을 찾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4일 밤 일어난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요지의 발언을 남겼다. 전형적인 젠더폭력 범죄인 성폭행이나 스토킹이 연이어 여성 피해자의 사망·살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여성가족부가 오히려 여성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성폭행, 스토킹 범죄를 포함해 강력범죄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상황에 김 장관의 발언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6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 장관의 발언은) 강간, 스토킹, 성추행 등의 폭력 피해자들의 80~90%가 여성인 상황에도 그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는 발언"이라며 "제대로 된 대책은 제대로 된 현실인식에서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2만2476명) 중 여성(1만9296명)의 비율은 85.8%에 이르렀다. 강간(전체 대비 여성 피해자 비율 97.1%), 강제추행(전체 대비 여성 피해자 비율 88.3%) 등 전형적인 젠더폭력으로 꼽히는 성폭력 분야에 있어선 이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가해자 비율의 경우 남성의 비율이 전체 강력범죄(95.3%), 강간(98.4%), 강제추행(95.9%) 등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김 장관 발언은) 여성혐오 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지우고 '젠더갈등'을 핑계로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는 발언과 같다"며 "책임을 방기한다는 점에서 게으르고 핑계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졸렬하다"고 비판했다. 황 사무국장은 특히 신당역 사건 이후 법무부가 내놓은 스토킹 관련 대책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겪는 문제가 있다면 그 현장에서 사례를 수집하고 현장의 고충이나 법의 사각을 파악해 (스토킹 관련 대책 등) 그런 업무를 돕는 것이 바로 여성 전담부처의 역할"이라며 "지금의 여가부는 그러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문제·성평등 전담부처의 수장이 부처의 존치 이유를 부정하면서 여성 시민들은 분노와 무력감을 느꼈다. 김 장관의 발언이 언론보도로 전해진 직후 소셜미디어에선 '여성가족부'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이용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20대 직장인 여성 ㄱ 씨는 "여성 대상 범죄를 여성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무슨 갈등을 일으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굳이 '젠더갈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여가부 장관이 피해자의 이슈를 (자신의 정치적 방향성을 보여주는) 땔감으로 쓰려는 것 같아서 몹시 불쾌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ㄴ 씨도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애초에 양측의 갈등이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다"라며 "여성 대상 범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것 같다"고 염려했다. 이에 대해 황 사무국장은 "계속해서 '갈등'이란 말을 사용하면서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며 "여성들의 입장에선 여가부가 오히려 여성들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6일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의 구조적 성격을 지우고 이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일, 그리고 그에 대한 반발을 '갈등'이라 명명하는 일이 실제로 혐오범죄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런 식의 말하기는 성폭력, 가정폭력, 불법촬영, 스토킹 등 구조적 문제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집단을 향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을 "단편적인 일"들로 축소하면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가해자 개인만을 탓하는 문제 인식은 그런 가해자를 왜 피하지 못했느냐는 식으로 '피해자 탓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발생한 인하대 성폭력·사망 사건이나 이번 신당역 살인 사건에선 일부 인터넷 이용자들에 의해 '피해자가 늦게까지 (가해자와) 술을 마셨다', '가해자에게 (불법촬영의) 여지를 준 것이 문제다'라는 등의 2차 가해 발언이 나오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편 김 장관의 해당 발언은 결국 "정치적인 용도 아닌가" 묻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어온 안티 페미니즘 전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 사무국장은 "(김 장관 발언은) 여가부를 폐지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국민의힘의 대선 국면 '여성 유권자 지우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용 의원 또한 "김 장관 발언에서 보이는 인식은 사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라며 여성폭력 범죄를 대하는 김 장관의 태도가 장관 한 명의 일탈이 아닌 현 정부의 기조에 따른 "조직적인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여성 대상 범죄를 두고 성차별이나 여성혐오 문제와 선을 긋는 발언은 김 장관 취임 후 일관적으로 이어져온 발언이다. 김 장관은 지난 7월에도 같은 달 인하대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사망 사건에 대해 "(혐오가 아닌) 안전의 문제"라며 "(인하대 사건으로)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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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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