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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을 '부모의 심정으로 챙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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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을 '부모의 심정으로 챙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란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자립준비청년 대책, 책임복지가 필요하다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청년들의 잇따른 사망 소식이 들렸다. 여러 자리에서 만났던 자립준비청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당사자들과 회의에서, 또 회의가 끝나고 나눴던 이야기가 계속 맴돈다. 홀로서기를 하려면 자립정착금, 수당같은 경제적 지원도 정말 필요한데, 그보다 더 필요한 건 사소한 무엇이라도 물어볼 곳이 없는 막막함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들. 정부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여러 대책을 내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막막한 현실을 바꿔내는 데까지는 닿지 못한 것 같다.

18세의 막막한 홀로서기

가족으로부터 독립하는 나이는 몇 살일까? 2021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에서 청년들이 생각하는 독립의 적정 나이는 평균 26.3세다. 그런데 실제는 어떤가. 청년인구 10명 중 6명 이상은 여전히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독립을 하려면 먼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야 하고, 따로 집을 구하기 위한 목돈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립의 조건을 충족하면 30대 초반이 되어서야 실제 자립이 가능하다. 좋은 일자리의 문이 좁아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의 독립 시기도 점점 늦춰지고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18세에 독립하게 된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독립 적정 나이와 비교해도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8년이나 빨리 독립을 종용받는다. 이들 절반은 부모 등 가족이 있지만, 시설 퇴소 이후에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는 10.9%에 불과하다. 살 집, 당장 기댈 수 있는 관계가 거의 없다.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은 청년 일반보다 대학 진학률이 낮고, 졸업하는 비율 또한 낮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여전히 어려운 조건이다. 집을 구하는 것도 난관이다. 시설을 나오면 500만원의 자립정착금을 일시금으로 받는다. 집을 구하기에는 자본금이 적어도 너무 적다. 전세임대보증금 지원정책이 있지만, 정보를 모르거나 대출로도 홀로 집을 얻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 자립준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6%가 보호종료 이후 안정적인 거주지를 구할 때 까지 찜질방이나 학교 동아리방, 친구 집, 노숙, 청소년 쉼터 등 주거지로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머무는 경험을 했다. 괜찮은 일자리도, 안전한 거주지도 준비되지 않은 18세의 홀로서기는 막막하고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선배들을 보더라도 희망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 자살을 생각한 적 있는 경우가 청년 일반에 비해 2~3배 이상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3일 충남 아산시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인 희망디딤돌 충남센터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정부의 지원대책

정부에서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18세 미만 아동 중 약 3만 명이 원래 가정이 아닌 아동보호시설, 위탁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매년 4000여 명의 아동이 신규로 보호조치를 받고, 약 2100명은 보호가 종료된다. 아동복지시설이 <아동복지법>에 근거한 시설이기 때문에 이들은 아동기에 시설에 들어가서 18세가 넘어 청년이 되면 시설을 나와야 한다. 단, 대학에 입학, 직업훈련과정 중인 경우와 장애나 질병,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 취업준비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25세까지 보호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자립준비청년'은 18세가 넘거나, 보호기간 연장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이나 가정위탁보호가 종료된 청년을 말한다. 그 동안은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렸지만 작년 7월, 정부가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병행하여 명기하였다. 본인 판단으로 보호연장과 종료를 결정할 수 없는 한계를 인식하고, 청년세대이자 자립의 주체인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체계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그러면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에게 보호종료 이후 5년까지는 주거, 취업교육, 사례관리 등 다양한 자립지원을 하고 있다. 보호아동이 16세가 되면 시설의 아동 담당자는 아동의 보호종료 이후를 대비하여 자립지원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한다. 이 때부터 보호종료 3개월 전까지, 대략 3년간 보호종료 이후를 대비하여 매년 개인별 자립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한다. 개인별 자립지원계획서에 따라 필요한 시점에 일상생활기술, 자기보호기술, 지역사회 자원활용 기술, 돈 관리기술, 사회적기술, 진로탐색 및 취업기술, 직장생활기술, 다시 집떠나기 등 8대 자립기술영역의 자립준비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리고 보호가 종료되고 5년까지는 자립지원관이라는 전문 인력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자립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사례관리를 지속한다. 그러나 자립지원을 위한 인력 1명이 100명의 자립준비청년을 사례관리해야하는 실정, 자립준비 프로그램에 정보 제공이 부족하여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3~4명은 프로그램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을 나온 자립준비청년은 지역에 따라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의 자립정착금을 일시금으로 지급 받는다. 지자체의 예산 상황에 따라 자립준비금의 지원 금액이 다르다. 그러나 자립정착금을 가족에게 뺏기거나 사기 당하는 등 위험이 여전히 있다. 2019년부터는 매월 30만 원의 자립수당을 지급받았는데, 올해 8월부터는 매월 35만 원을 최대 5년까지 지급받는다. LH임대주택을 지원 받을 수도 있는데, 실제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한 비율은 29.3%로 낮다. 직장을 구하거나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청년들의 특성 상, 역세권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공공 임대주택은 직주근접성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을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생활고에 빠진다. 시설을 나오고 5년 이내에 자립준비청년의 기초생활 수급률은 36.1%로 같은 연령대 청년이 2.5%인데 비해 매우 높다. 진로고민을 나눌 관계가 부족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교육부는 커리어넷을 통해 온라인 진로상담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진로에 투자할 여유가 없는 자립준비청년의 현실에서 전문적인 교육이나 진로탐색의 시간을 내는 일은 큰 마음을 먹어도 실행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출과 저축 등 돈 관리를 위한 금융 상담, 전국민취업지원제도에서 우선 지원, 청년마음건강 지원사업에서 우선 적용 등 청년정책의 각종 카테고리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을 우선 지원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펼쳐져 있지만 정책과 청년을 연결할 고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시적 대책을 넘어 책임 복지 필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없는 게 아니다. 지난 8월 31일에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국가가 부모의 심정으로 챙기겠다는 발표를 했다. 수당 금액을 높이고, 의료비 지원사업을 신설하고, 자립지원 전담기관과 지원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자립지원청년을 돕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은 전국에 11곳, 120명의 인력이 1480명의 청년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17곳, 180명, 2000명 지원으로 확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영국은 모든 자립준비청년이 개별 조언자의 1:1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2017년 법제화 했다. 사회적인 지지체계가 없는 현물이나 현금 지원의 부작용을 막고, 실질적인 자립지원을 위한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독일은 자립준비청년이나 청년 일반을 구분하지 않고, 어떤 청년이더라도 사회시스템을 통해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청년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자립준비청년에게는 27세까지 사회진입단계에서 필요한 교육, 직업, 주거, 사회참여, 사회관계 등에서의 사회적 불이익이나 개인적 제약을 극복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은 청년 일반도 사회이행 과정에서 겪는 다중적 문제를 부모나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낙인감, 사회적 불이익 차원에서 정책을 접근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체계와 유사한데, 우리나라보다는 서비스의 통합성을 높였다. 시설에서 자립하는 과정에서 상담, 주거지원, 직장 구하기 등의 서비스를 통합하여 사례관리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2100여 명, 보호종료 5년차까지 합하면 현재 1만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복지국가로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다. 복지프로그램으로는 없는 게 없지만 모두의 삶을, 충분하게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점, 그리고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에게 조차 친절하지 않은 국가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몸의 중심은 가장 아픈 곳이다. 복지국가의 중심은 가장 취약한 곳, 책임 있는 복지국가라면 바로 그 곳에 있는 시민이 국가의 책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더라도 국가는 책임 있게, 그리고 규모 있게 문제에 대해 접근해주길 바란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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