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 불과 48초에 그친 데 이어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섞어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키자 대통령실은 "공적인 말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 중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뉴욕에서 22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사적 발언에 대해서 외교적 성과로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오던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성한 안보실장을 향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말하는 장면이 취재진 영상에 포착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무대 위에서 공적으로 말씀하신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한 말을 누가 어떻게 녹음했는지 모르지만 진위 여부도 판명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데 그런 일로 외교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이 "외교 참사"라고 맹비판한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거듭 "공식적 입장을 밝힌 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취재단이 포착한 영상에 담긴 발언이어서 불법성이나 조작 가능성이 희박해 대통령실의 해명은 설득력이 낮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조차 "윤석열 대통령님, 정신 차리십시오. 정말 X팔린 건 국민들"이라며 비속어 발언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순방 중에 벌어진 외교적 논란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해 파문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48초 대화'에서 한미 현안인 인플레이션방지법(IRA)와 통화 스왑, 확장 억제 논의가 이뤄졌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한 안보실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이 영국 런던에서 한 차례, 뉴욕에서 2차례 접촉한 일련의 행사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은 미국의 IRA 관련해 우리 업계의 우려를 설명한 후 행정부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 해소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하고 '한미 간에 계속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분이 만난 총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공식적인 정상 회담이 뉴욕 체류 기간이 줄어든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변경으로 여의치 않아지자 "일종의 '플랜B'를 작동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영국과 미국에 와서 논의를 시작한 것이 아니고, 아젠다를 정해놓고 양측 대통령실 간에, NSC 간에 주요 이슈에 관해 긴밀한 협의가 있었다"며 "런던에서 운을 띄우고, 재정공약 회의에서 확인받고, 리셉션에서도 재확인 절차를 받는 일련의 절차가 이뤄진 것"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대통령실은 공식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돼 '약식 회담'으로 진행된 경위에 대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 변경에서 이유를 찾았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변경되면서 모든 양자 일정들이 다 헝클어졌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은 나라가 얼마나 많겠나. 그게 어그러지면서 연쇄 파상효과를 내다보니 한일 정상회담도 불투명해진 가운데 급작스럽게 일정이 잡혀 약식회담 형식을 띠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약식 정상회담'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과 달리,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며 격식을 낮춰 발표하는 등 엇박자가 불거져 대통령실의 해명이 궁색해졌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는 일본도 상당히 공감하고 있지만, 다뤄나가는 과정에서 기대수준을 낮춰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일본의 입장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했다. 이처럼 한미 정상회담이 '막말' 논란만 불거진 채 불발됐고, 당초 "흔쾌히 합의했다"던 한일 약식회담도 형식과 내용에서 이렇다 할 진전 없이 뒷말만 남겨 윤 대통령은 적지 않은 외교적 후폭풍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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